북한 GP 총격 도발 아니다
근거 7가지
김정은 건재 과시
독자화의 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망설까지 나왔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재를 과시한 직후 북한의 총격 사건이 벌어져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3일 아침 7시41분 강원도 우리쪽 GP(Guard Post/비무장지대 내부에 존재하는 남북의 최전방 감시초소)에 총탄 4발이 발사됐다. 우리 군은 10여발씩 두 차례에 걸쳐 대응 사격을 가했고 정전협정 위반 사실을 고지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합참은 현재 북한군의 탄두를 수집해서 탄흔 분석을 마쳤으며 통신선을 통해 북측의 해명을 요구했다.

우리측 GP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단 국방부는 북측의 의도가 있든 없든 GP에서의 총격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지금까지 여러 근거로 봤을 때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은 아닐 것으로 관측된다. 우발적인 사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데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7가지 근거가 있다.

①5월3일 강원도 GP 인근 안개가 짙어서 시계(시력이 미치는 범위)가 1km도 안 될 정도로 나빴기 때문에 잘 보일 때 감행하는 도발의 통상 사례에 반함 
②총알이 날라왔을 때가 북한군의 근무교대 후 장비 점검 시간대라 오발 사고 가능성이 있고 남북 GP는 서로 정조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오인할 수 있음
③보통 사격 도발은 자기보다 낮은 지형이거나 유리한 조건에서 이뤄지는데 우리 군의 해당 GP가 북한 GP보다 높은 지형에 있어서 그럴 가능성 낮음 
④탄흔 분석 결과 북한군이 사용한 화기(AK-47 소총+고사총)의 유효 사거리는 300m와 1.4km에 불과한데 우리 측 GP까지의 거리는 1.5km여서 도발로 보기 어려움
⑤총격 전후 북한군으로부터 메시지가 나오거나 특이 동향이 없는 것으로 보아 통상의 도발 사이클과는 다름
⑥총격 전후 북한 GP 인근에서의 농업 활동이 일상과 같이 이뤄졌던 것으로 식별
⑦도발은 시간, 장소, 기상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이뤄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봤을 때 의도적 도발은 아닐 가능성 높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사진은 준공식 현장에서 자신감에 찬 김 위원장의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김정은 위원장이 5월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와 조선중앙TV]

더구나 지난 4월21일 CNN이 미국 정보당국발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의 중태설을 확산시킨 뒤 이달 2일 보란듯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직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은 사실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미 비핵화 협상이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사망설을 퍼트리든 도발에 대한 지탄을 하든 독자화의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3월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남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에서) 정면돌파를 하기 위해 오래 버텨서 뭔가 자력갱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코로나19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3월초 재래식 도발을 두 번 감행한 바 있다. 
Ⓐ(3월2일)북한 ‘초대형 방사포 2발’ 발사 
Ⓑ(3월9일)북한 초대형 ‘방사포 방사포 3발’ 발사

김 위원장의 재등장에 대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인민들의 생활 특히 지난 연말에 있었던 전원회의 결과 경제를 중심으로 농업을 중심으로 한 정면돌파전을 했고 그것이 올 2020년에 어떤 대단한 성과를 가져야 된다”며 “그런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농업이고 식량이고 바로 이 비료공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 5월1일 어떤 준공식에 참가하는 것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전원회의 결과에 따라서 이미 5개월 전 1월7일 이미 건설현장에 갔었다. 이때 이미 가기로 계획된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엽 교수는 외부를 의식하지 않는 북한의 독자화에 대해 설명했다. (캡처사진=jtbc)

무엇보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두문불출했다고 여겨지는) 20일이라는 기간이 그렇게 긴 기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 40일 정도 나오지 않았던 기간들이 있고 김일성도 마찬가지고 김정일 위원장도 마찬가지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조바심을 갖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누가 의혹을 제기한다고 해서 나타나고 나타나지 않을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자신감의 발로이고 당신들이 어떻게 떠들든 간에 외신이 어떻게 하든 간에 자신의 계획대로 한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 때문에 20일이라는 숫자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대단히 우리에게 소모적인 또 남쪽이 북쪽에게 이번 총선 이후에 여러 가지 좋은 기회인데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시키는 데 어쩌면 장애물을 만들었을 수 있다”며 “현재 북한이 처해 있는 상황 자체가 물리적으로나 시기적으로 대단히 좋지 않은 그러니까 바깥쪽과 어떤 협의를 하는 것보다 자기 스스로 뭔가를 완성해야 될 시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손을 내민다고 해도 손을 잡지 못 하는 절박한 시간이 있다”고 정리했다. 

이어 “우리가 북한에게 뭔가를 요구하거나 남북관계의 진전을 요구하기보다 우리 스스로 어떤 남북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한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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