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수사
법제도 개선
관리감독 인력 충원
건설안전 관리시스템 철저
이재명 지사가 보는 여러 문제점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천 물류창고 화재가 아닌 ‘한익스프레스 산업재해 사건’의 유가족대책위원회(대책위)가 4일 오후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건설 현장의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 해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상 변명하지 말고 법체계를 개선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38명의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경기도 이천시 창전동) 앞에 유가족들이 모였다.

유가족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대책위는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건축주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것을 요청한다”며 “사건 당시 안전요원이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이처럼 대형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돌아가신 분들의 의미를 찾아주고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건설안전 관리시스템을 철저하게 강화해주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재차 피력했다.

대책위는 ①진상규명 ②수사와 처벌 ③법제도 개선 ④관리감독 인력 충원 등 4가지를 요구했다.

④에 대해 박종필 유족 대표는 “(현장 노동자의 전언을 언급하며) 화재 난 현장에서 한 달 동안 일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화재 나서 전부 돌아가신 분들은 협력업체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유족 A씨는 “우리나라에 안전 관리자가 3000명 밖에 없다고 들었다. 공무원 일자리 늘린다는 이유로 반대를 했다”고 거들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일 출고된 뉴시스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제일 근본적인 문제는 산업현장의 안전관리의 경우 예를 들면 추락사고든 질식사고든 아니면 매몰사고든 화재사고든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준비돼 있는 규정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또는 지키도록 의무지워진 안전관리자들이 제대로 배치돼서 제대로 활동하는지를 공공영역에서 제대로 관리해줘야 하는데 사실 잘 안 되고 있다”고 환기했다.

이어 “공사현장과 산업현장의 안전관리문제(에 대한 권한)를 고용노동부가 가지고 있다. 결국은 근로감독관들이 가지고 있는데 말하자면 노동경찰”이라며 “근로감독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확한 수치는 알아봐야 하는데 3000명 정도 그것도 2000명에서 늘린 거다. 이 인원 가지고는 체불임금 조사하는데도 벅차다. 산업안전관리 문제를 실제로 시행하려면 근로감독관의 인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지사는 근로감독관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단 ①부터 신속히 마쳐야 한다.
 
유족 B씨는 “12년 전과 똑같은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그 부분에 대해 집중해달라”며 “다시는 이런 인재가 대한민국 땅에서 발생할 수 없도록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유족 C씨는 “신랑이 안에서 전화를 했는데 내가 받았다. 아무 소리 안 나서 끊었는데 나중에 찾아서 녹음 들어보니 있었다. 안 되겠다. 안 되겠다. 그 말만 한다.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그 말만 한다”면서 흐느꼈고 “통화상에서 경보음 등은 들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왜 그렇게 죽어갈 수밖에 없었는지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 다음에는 꼬리자르기로 끝나지 않도록 추상 같은 ②이 있어야 한다.

유족 D씨는 “(시공사 ‘건우’에 공사를 의뢰한) 한익스프레스의 불법에 대해 유가족들이 얘기하는데 왜 한익스프레스는 보도가 안 나가느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현장에 있는 익스프레스가 보낸 조화를 집어던졌다.

이날 여야 지도부(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정의당)가 조문을 왔는데 하나같이 강력한 ②을 거론했다.

마침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부터 9시간 반 동안 건우 현장사무소와 관계업체 사무실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미 본부는 4월30일 △한익스프레스의 서울 서초구 본사 사무실 △건우의 충남 천안 본사 사무실 △감리업체 △설계업체 등을 압수수색 한 바 있다. 

본부는 △공사 설계 및 시공 관련 자료를 확보해서 △법률 위반사항이 없는지를 살펴볼 것인데 무엇보다 △불법적인 재하청이 있었는지를 밝혀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나아가 본부는 유족을 상대로 한 악성 댓글과 게시글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본부는 합동조사반을 통해 화재 원인이 명백하게 밝혀지면 그것을 토대로 누가 법을 어겼는지 정확한 입건 범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박종필 유족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캡처사진=KBS)

왜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반복되는 걸까. 취약한 노동권과 산업재해 문제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다. 결국 ③을 완수해야 한다. 

유족 E씨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만나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정부는 사과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하소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조문 전 아침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와 같은 참사를 방지할 법안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했고 “과거에 일어났던 유사한 사고가 대형 참사의 형태로 되풀이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후진적이고 부끄러운 사고였다”며 “2008년 냉동창고 화재 사고 이후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였고 우리 정부에서도 화재 안전 대책을 강화해왔는데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①②의 범위를 넓혀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관리감독의 책임까지 엄중하게 규명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고처럼 대형 화재 가능성이 높은 마무리 공정 상황에 특화한 맞춤형 대책을 강구해주기 바란다”면서 “위험 요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여 유사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부처들이 협의하여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고 보고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는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건설현장 화재안전 범정부 TF> 첫 회의가 열렸다. 이 사실은 국무총리실의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TF에는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공사 기간과 비용 문제로 현장에서 안전이 무시되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내동댕이 쳐진 한익스프레스 조화. (사진=연합뉴스)

이 지사는 “산업안전 규정을 제대로 준수 안할 때 생기는 이익과 준수했을 때 생기는 손실 사이에서 균형이 지켜지지 않아 생기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재발한다”고 결론냈다.

이어 “민간 입장에서는 규정을 어기더라도 생기는 돈을 벌 수 있으면 수익과 이익이 더 커지면 규정을 안 지키고 싶은 요인이 있기 때문에 공적 영역에서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만들어진 규정들을 잘 지키도록 감시하고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근로감독 권한을 고용노동부가 역량도 안 되면서 혼자 행사하고 독점을 하고 있으니까 실제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결하려면 지방정부한테 이 권한을 나눠줘야 한다. 넘기라는 게 아니고 함께 하자는 것”이라며 “식품 단속은 보건복지부 식품안전처(중앙정부)에서도 하지만 시도(광역단체)에서도 하고 시군(기초단체)에서도 한다. 거의 대부분의 행정 기법도 감시와 단속 권한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같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이 지사는 ②과 관련해서 “엄격하게 과하게 얘기하면 이게 과실치사라든지 사고 나서야 어쩔 수 없지 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이 정도로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거론한 건설안전특별법과 관련하여) 이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을 안 지켜서 실제 이익을 보는 사람들에 대한 제재와 책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서 “실제 공사 기간 단축이라든지 안전 미준수라든지 이런 것으로 실제 이익을 보는 사람들. 대부분 원청과 발주자 이런 집단들이 이익은 보는데 형사책임도 안 지고 민사 배상책임도 안 지고 이러니까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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