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
진영대
별이 그 빛을 오롯이
지상으로 내려 보내기 위해
천 년은, 만 년은
걸렸으리라
어머니는
죽어서도 감지 못했을
그 눈빛을 오롯이
내게 보내려고
봉분 위에 핀 제비꽃을
뿌리째 뽑아서 멀리 버려도
어떻게든 살아서
오월 아흐렛날
성묘를 갈 때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하였으리라
- 진영대 시집 『길고양이도 집이 있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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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라는 명사에 ‘빛’이 라는 단어가 붙으면 영혼이 실린다. 눈빛! 우리네 육신의 지체 중 유일하게 혼을 발하는 窓이다. 그 어느 명화가도, 작가도 다 그려낼 수 없는 빛 중의 빛이 바로 어머니의 눈빛이 아닐까! 인류의 젖줄을 이어왔으며 당신과 나를 존재하게 한 모성의 빛이다. 붉은 카네이션 꽃처럼 진한 그리움과 목메임이 피어나는 5월의 중심에 서서 사모곡 한 수에 마음 씻는다. 아, 어머니! 그 눈빛이 있어서 내가 살아왔으며 그 눈빛의 길은 이 땅의 모든 아비들이나 어미들, 그리고 자녀들이 가는 뜨겁고 찬란한 길임을 깊이 깨닫는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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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대 시인 /
세종 출생
1997년 《실천문학》 등단
시집 『술병처럼 서 있다』 『길고양이도 집이 있다』
최봄샘 기자
bomsaem02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