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질곡의 역사
선생님은 있고 스승이 없는 사회
교권 추락에 교단을 떠나는 선생님들
옛날 옛날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 1순위
스승의 날...온라인으로 만나는 색다른 ‘날’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스승님의 은혜가 감사하고 고마움을 기억하기 위해 제정한 '스승의 날'이 곧 다가온다. 세월이 흘러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스승이란 존재는 그저 아는 지식을 전하는 사람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하다.

스승이란 개념은 사실 학교 교육을 받으며 성장할 때 까지 한 교실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했던 분들을 총체적으로 스승이라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학교 교육이라는 것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등이다. 그러나 사실 선생님, 스승님 하면 비록 교육 현장이 아니더라도 깨달음을 주는 모든 분들이 다 스승님들 이다.

중앙뉴스는 올해로 39년을 맞이하는 스승의 날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갖는다. .

스승님의 은혜가 감사하고 고마움을 기억하기 위해 제정한 '스승의 날'이 곧 다가온다.(중앙뉴스=DB)
스승님의 은혜가 감사하고 고마움을 기억하기 위해 제정한 '스승의 날'이 곧 다가온다.(중앙뉴스=DB)

▲스승의 날...질곡의 역사

이번 스승의날은 제정과 폐지 그리고 다시 제정하기까지 슬픈 역사를 반복했다. 특히 스승의 날은 날짜를 정하는 일과 존폐의 부침 속에 상처투성이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스승의 날' 의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면 1958년 충남 강경여자중고등학교의 청소년적십자에서 스승의 날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 '스승의 날' 의 역사는 1958년 충남 강경여자중고등학교의 청소년적십자에서 시작되었다.(사진=다음 블로그)
우리나라 '스승의 날' 의 역사는 1958년 충남 강경여자중고등학교의 청소년적십자에서 시작되었다.(사진=다음 블로그)

충남 강경여자중고등학교의 청소년적십자의 단원인 윤석란과 단원들은 병환 중에 계신 선생님을 위문하고 퇴직하신 스승님들에 대한 위로활동을 하던 것이 단초가 되어 1963년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에서 처음으로 5월 26일을 '은사의 날'로 지정하게 된다. 이후 2년 뒤인 1965년에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다시 정하고 기념하게 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스승의 날이 지정된 지 8년만인 1973년 정부가 서정쇄신(庶政刷新)을 목적으로 스승의 날은 폐지되었고 또 다시 9년이라는 질곡의 세월을 넘어 지난 1982년 부활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1970년대에 공무원사회의 부조리를 일소하여 건전한 국민정신을 진작시키기 위한 정신개혁운동이 서정쇄신(庶政刷新)이다. 당시 소위 요샛말로 학부형들의 치맛바람이 쎗던 모양이다. 그래서 정부가 스승의 날이 부조리가 많다고 판단해 깨끗하고 명랑한사회를 건설한다는 이유로 스승의 폐지했나 보다.

▲선생님은 있고 스승이 없는 사회

선생님은 있고 스승이 없는 사회(사진=방송 캡처)
선생님은 있고 스승이 없는 사회(사진=방송 캡처)

많은 지식인들의 입을 빌리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선생님은 있지만 스승님이 없다'고 한다. 스승에 대한 정의는 '스승'은 단순히 지식만을 가르치는 선생이란 뜻만이 아니라 삶의 지혜까지도 가르치는 진정한 선생님을 가리키는 말이다.

누구나 말들을 한다. 오늘날은 참 스승을 찾기 힘들다고 말이다. 기자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다니던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60년대에는 참 스승님이 많았다. 당시에는 선생님이자 스승님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되는 것으로 알았고 선생님이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무조건 잘못으로 알았다.

60년대에는 참 스승님이 많았다.(사진=국민학교 교실 마루바닥을 학생들이 초를 칠하고 걸래로 닥고있다. 방송 캡처)
60년대에는 참 스승님이 많았다.(사진=국민학교 교실 마루바닥을 학생들이 초를 칠하고 걸래로 닥고있다. 방송 캡처)

학부형들 역시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도 반박을 하거나 다른 이유를 달지 않았다. 그 정도로 선생님의 위치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더 스승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는 문헌은 이율곡의 "학교모범(學校模範)"이다. 이 문헌에서는 ① '스승을 쳐다볼 때 목 위에서 봐서 안 되고, ②선생 앞에서는 개를 꾸짖어서도 안 되고, ③웃는 일이 있더라도 이빨을 드러내서는 안 되며, ④스승과 겸상할 때는 7푼만 먹고 배부르게 먹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또 성균관 '학칙(學則)'에는  ①'길에서 스승을 만나거든 두 손을 머리 위로 쳐들고 길 왼쪽에 서 있어야 하고, ②말을 타고 가거든 몸을 엎드려 얼굴을 가리고 있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선생님의 권위가 살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선생님은 있지만 스승님은 보이지 않는다. 교권이 땅에 떨어진 것도 일부 교육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의 책임도 일부 있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교권마저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선생님이란 직업에 회의를 느낀 교사들이 속속 교단을 떠나고 있다.(사진=초등학교 교육현장, 윤장섭 기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교권마저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선생님이란 직업에 회의를 느낀 교사들이 속속 교단을 떠나고 있다.(사진=초등학교 교육현장, 윤장섭 기자)

▲교권 추락에 교단을 떠나는 선생님들

학교교육이 점차 사교육 중심으로 교육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교는 그저 졸업장을 따기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교권마저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선생님이란 직업에 회의를 느낀 교사들이 속속 교단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교원 명퇴 신청자는 지역별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가장 많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곳은 충남으로 2018년 159명이었던 신청자가 314명으로 155명 늘어 97.5%를 나타냈다.

이어 ▶대구 67%(124명), ▶세종 60%(6명), ▶전남 45%(124명), ▶인천 43.8%(71명), ▶경북 42%(116명), ▶충북 37.2%(45명), ▶부산 35.8%(146명) 순이다. 어느때 보다 많은 교사들이 교육현장을 떠나고 있는 현실이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교육현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매우 안타갑다.

표면적으로 많은 교육현장에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선생님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무척 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교육현장이 완전히 문을 닫았다. 그러다 보니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교사들도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한다.

또한  “급변하는 교육환경 변화와 교권 약화 등으로 교직에 대한 회의감 갖는 교사가 증가" 하고 있다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다.

실제로 교권침해 사례가 매년 늘고 있다는 것은 학교교육이 얼마나 형편이 없는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개한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는 교권침해 상담 건수가 600건에 이르고 있다.

“2010년 초반까지는 교권침해 건수가 한 해 200건으로 그리 많지는 않았으나 해가 거듭할 수록 꾸준하게 늘어 10년만에 3배 가량 늘었다. 그러다 보니 교육 현장에서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란 말이 사라진지 오래다.

교사에 대한 존경심은 찾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은 사라지고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는 꾸준하게 늘고 있다. 더욱이 2010년 들어 학생 인권이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교권이 약화된 점도 교권침해가 늘어난 원인이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 광주, ·전북 등으로학생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학생인권조례안이 신설됐다. 여기에 입시위주의 교육풍토와 높은 사교육(학원) 의존도가 더해지면서 교권 추락을 가져왔다는 것이 교육 학자들의 분석이다.

서울소재 윤모 교사는 학생들에게 “존경심 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권은 하락하고 학생 인권은 중시되는 사회로 교육환경이 바뀌다 보니 학생지도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윤 교사는 과거 적당한 체벌이 있던 시절에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오히려 많았다며 체벌이 사라진 요즘, “교사 면전에서 욕설하는 학생을 체벌하지 못하는 심정이 어떤지 헤아려 달라고도 했다. 더욱이 교사들 중에선 언어폭력이란 비판을 듣지 않으려 학생에게 존칭을 쓰는 교사가 늘고 있다”고도 했다.

선생님들이 “교직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은 오직 보람과 자긍심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사라지고 나니 교사라는 직분에 회의감과 피로감마저 커져 명퇴가 늘고 있는 것”이다.

6.25이후 태어난 세대인 베이비부머(1958~1962년생)선생님들의 퇴직시기가 도래한 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옛날 옛날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 1순위

옛날 옛날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 1순위(사진=국민학교 소풍, 윤장섭 기자)
옛날 옛날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 1순위(사진=국민학교 소풍, 윤장섭 기자)

기자는 어린 시절을 면단위 시골에서 보냈다. 당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선생님은 모든 사람들(어린아이, 학부형)로 부터 존경의 대상이었다. 우스운 이야기로 여자 선생님은 너무 고와서 화장실도 안가는 줄 알았다는 학생들이 대 다수였다는 점 만 보더라도 여선생님의 존재감은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니 하물며 교장 선생님은 두말해서 무엇할까. 작은 마을인 면단위에는 기관장이라는 분들이 대부분 다 정해져 있다. 그래서 무슨 국경일만 되면 소위 기관장이라는 분들이 한자리에 다 모인다.

교장 선생님도 단연코 기관장님이다. 면장님, 지서장(현 파출소장)님, 부대장님, 우체국장님, 농협장님 등은 국경일 마다 단상의 중앙에 자리를 잡고 근엄하게 앉아계셨다. 

단상 아래에는 학생들과 기념식에 참석한 학부형들 가득 운동장에 모여 기관장님들의 축사를 돌아가며 들어야 했다. 교장선생님은 내빈들을 먼저 배려해 축사는 하지 않으시고 마지막 순서인 만세 삼창만 주로 하셨다.

교장선생님의 만세 삼창은 언제난 우렁찼다. 기자는 어린시절 삼일절 행사에 교장 선생님의 만세삼창을 잊을 수가 없다. 얼마나 우렁차게 외치시는지 우리는 모두 교장 선생님과 함께 만세삼창을 큰소리로 따라 외쳤다.

소풍이며 운동회 날은 온동네 잔치가 벌어진다. 학생들 모두 선생님에게 대접할 도시락이며 각종 과일과 계란 등 시골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은 제일 먼저 선생님께 드려야 했다. 그러다가 졸업식이 다가오면 송사와 답사에서 한번 울고 졸업식 노래를 다같이 부를때엔 졸업식장이 눈물바다가 되었다.

졸업식이 다가오면 송사와 답사에서 한번 울고 졸업식 노래를 다같이 부를때엔 졸업식장이 눈물바다가 되었다.(사진=윤장섭 기자 국민학교 졸업사진)
졸업식이 다가오면 송사와 답사에서 한번 울고 졸업식 노래를 다같이 부를때엔 졸업식장이 눈물바다가 되었다.(사진=윤장섭 기자 국민학교 졸업사진)

기자의 어린시절은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추억이 지금도 그대로 오버랩(overlap)되어 오곤 한다. 그런데 수십년이 흐른 지금은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할 선생님들이 어린아이서 부터 청소년에 이르기 까지 존숭과 공경을 받기는 커녕 단순히 돈 받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세상이되어 버렸다.

결국 스승이나 선생님에 대한 시대적 가치가 많이 변하다 보니 선생님이라는 의미는 사라지고 있다. 선생님이나 학생들 조차 스승의 날이라는 기념일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괴로운 시대가 되어 버렸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교사들은 더 공포스러운 날이 스승의 날이다. 철없는 제자들이 한 송이 꽃이나, 커피라도 한 잔 사들고 오는 일이 벌어지면 큰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혹시도 모를 사태에 두려운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 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제자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는 스승의 날이 치욕과 공포의 날이고, 학생들과 국민들 사이에서는 완전히 잊혀진 날이 되어가고 있다.

 ▲스승의 날...온라인으로 만나는 색다른 ‘날’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오랫동안 미뤄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벌써 새학기가 시작됐어야 할 학교 현장에서는 코로나19여파로 스승과 제자들이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언제까지라는 단서조항도 분명하지 않은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집에만 갇혀있는 제자들도 학교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무튼 현재 교육현장은 홀로 교실에서 쓸쓸한 스승의 날을 맞이하는 선생님들에게는 잔인한 5월이 되고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대면교육이 익숙하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교육에 대부분 전문 지식이 없다. 혹 온라인을 통한 강의는 들어봤지만 정작 자신들이 아이들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은 지금껏 상상도 못해봤다.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대면교육이 익숙하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교육에 대부분 전문 지식이 없다.(사진=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과 영상 교육을 하고있다. 윤장섭 기자)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대면교육이 익숙하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교육에 대부분 전문 지식이 없다.(사진=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과 영상 교육을 하고있다. 윤장섭 기자)

그러나 시기가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국이다. 특히 어른들과 비교해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고 조심성 또한 부족하다. 그래서 개학을 하면 지금껏 우리가 격어보지 못한 재앙이 아이들에게 올 수도 있다는 걱정과 염려로 개학은 꿈도 못꾸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은 온라인이라는 벽앞에 그저 캄캄할 뿐이다. 동영상 강의는 교육 시스템이라는 메뉴얼을 갖추고 학교와 정부, 기업이 협력하여 표준 시스템과 서비스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일선 교육현장에서 필요한 여러가지 기능의 시스템들을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 강의를 한다면 정보를 주고 받는 양방향 시스템의 통신이 기본이다. 예를 들면 →QR 등을 활용한 온라인 출결체크, →수업 시간 질문과 답변을 위하여 학생과 선생님 기기 모두에서 터치패드 기능을 활용한 입력 데이터 실시간 전송 및 확인, →실시간 음성 및 영상 녹화 기능을 활용한 수업 방식, →캔버스 기능을 사용한 실시간 전자칠판 등이 갖추어져야 한다.

또한 →학생이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를 생각해야 하고, →가정환경 등의 특수한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학교 수업 시간에 접속 또는 참석이 힘든 학생을 위한 수업 녹화 지원 시스템도 갖추어야 한다.

이렇 듯 교육 컨텐츠를 프로그램화 하여 학생들이 직접 깊이 참여하고 직접 연구 할 수 있는 기반 제공이 필요하다. 기왕 온라인 교육을 시작 했으니 이를 경험치로 삼아 차후에 개학이 이루어져 대면 수업을 받더라도 교육 현장에서는 오프라인 교육과 온라인 교육을 적절히 병행해서 학생들이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세워야 한다.

처음에는 누구나 어려움이 있고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지만 시간이 흐르면 경험이 쌓이게 되고 또 기술력도 점점 개선되어 더 좋은 교육 시스템이 나올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강의를 전면 온라인으로 대체하면서 스승의 날 행사 풍경도 바뀌고 있다. 가장 소통이 잘 되는 교육현장은 바로 대학이다.

.(사진자료)인하대생들이 빈 강의실 칠판에 스승의 날 기념 메시지가 담긴 그림을 그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인하대)
인하대생들이 빈 강의실 칠판에 스승의 날 기념 메시지가 담긴 그림을 그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인하대)

인하대가 제자사랑 이벤트를 선보인다. 인하대는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사랑 이벤트로 집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이들에게 간식 상자를 배달하는 ‘인하사랑은 간식을 싣고’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하사랑은 간식을 싣고’ 행사는 인하함께나눔장학기금과 대학발전기금을 기부한 교수들이 제자를 추천하면 과자, 라면 등 간식과 인하대 굿즈가 담긴 선물 상자를 택배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신청을 받아 12일부터 학생 200여명에게 선물을 전한다.

행사에 참여한 A 교수는 “마지막 시간을 특별히 보내고 있을 4학년 학생들이 취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을텐데 간식 상자를 받고 잠시나마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수에게 영상을 만들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감사는 랜선을 타고’ 행사도 열린다. 교수와 학생이 대면하지 못해 생겨난 공백을 영상으로 대신한다. 학생들이 3명 이상 모여 팀을 구성해 영상편지나 손 글씨, 퍼포먼스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담긴 3분 내외 동영상이나 사진을 만들어 제출한다.

오는 20일까지 모두 30개 팀을 모집해 제작비를 지원한다. 이 중 최우수, 우수팀을 뽑아 포상한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빈 강의실을 찾아 작은 스승의 날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학생 4명은 지난 11일 스승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담은 메시지로 칠판을 채우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SNS 등에 올렸다.

이번 이벤트를 함께 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배혜진(23) 학생은 “평소와 같았다면 그동안 존경해왔던 교수님을 직접 찾아가 스승의 날을 축하드렸겠지만 이번엔 그러지 못해 칠판 그림을 준비했다”며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온라인으로만 만나고 있는 교수님들, 친구들 모두 무사히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웅희 학생지원처장은 “대학은 지식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학원이 아니기에 학생과 교수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한데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과의 관계도 서먹해지는 듯 하다”며 “이렇게 온라인으로 스승의 날을 보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지만 이 시기를 무사히 보내고 다음 학기 건강하게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는 다시태어나면 선생님 안할 것... 교총, 제39회 스승의 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 발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제39회 스승의 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중앙뉴스 DB)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제39회 스승의 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중앙뉴스 DB)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선생님들(5767명)를 대상으로 '제39회 스승의 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29% 포인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서 교원 10명 중 8명 정도가 선생님으로서의 사기가 최근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 공약사항인 ‘초·중등교육 권한의 시·도교육청 이양’과 관련해 거론되는 ‘교원 지방직화’에 대해선 90% 이상이 반대 의사를 표했다. 현재 초등학교 내 운영 중인 돌봄교실 운영도 지자체가 해야 한다는 의견이 80% 가까운 수준이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나타났듯이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은 현 정부의 교육과 관련된 공약 추진과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먼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려는 내용(공약)에는 '교육부가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직업교육을 관장하고, 유치부와 초등학교, 중등 교육에 대한 권한은 시와 도 교육청으로 이양'하기 위한 계획이다. 이런 계획에 대해 전국의 교사들 79.4%가 '반대'했다. 찬성 의견은 13.3%에 불과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교사들은 ‘교원 지방직화’에 대해 "국가의 교육적 책무 약화와 이로 인한 시도 간 상이한 교육이 초래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 교육 격차 및 학력 저하 심화는 물론, 교육 이양이 교원 지방직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도 덧붙였다.

교총은 현장 우려가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응답자 90.5%가 교원 신분을 현행 국가공무원에서 지방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데 반대 의견을 표했다. 그 이유로는 ‘교원의 지위, 보수 차이 등 신분 불안 야기’(44.5%)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밖에 ‘우수 인재의 지역 편중과 교육 격차 심화’(17.8%),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등 국가책무성 강화 기조에 역행’(14.3%), ‘직선교육감의 보은·정실인사 등 전횡 우려’(13.5%) 순이었다.

교총은 “정부의 교육 이양 추진과 관련해 최근 국가교육회의 논의나 일부 교육감들의 발언, 국책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에서 교원 지방직화가 제기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현 정부가 내건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 및 현장 중심 정책 실현을 위해 교육 좌표를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초등 돌봄교실 운영 주제에 대해 ‘지자체가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79.3%로 나타났다. 민간단체·기관을 그 운영 주체로 꼽은 응답률은 15.7%였고, 현재처럼 학교가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은 4.0%에 그쳤다.

‘교육’과 ‘보육’은 엄연히 분리된 기능이란 인식이 교원들 사이에서 지배적임을 보여준다. 교총은 “교육에 전념해야 할 학교가 교사들에게 보육 업무까지 떠맡기는 건 교육과 보육 모두의 내실화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돌봄교실의 운영 주체는 지자체로 하고, 학교는 장소 제공 등의 지원을 하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나 시, 도 교육청의 교육정책들이 학교 현장의 의견과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65.8%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는 응답은 7.5%에 불과했다.

교사들의 교직생활을 묻는 문항에서는 교권 추락과 사기 저하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교사들의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화됐나'를 묻는 문항에서 교사의 77.7%가 사기가 '떨어졌다'(대체로 떨어졌다 39.3%, 매우 떨어졌다 38.4%)고 응답했다.

교총은 지난 2009년에도 같은 문항으로 교사들에게 질문을 하기도 햇다. 당시에는 사기가 '떨어졌다'고 답한 교사들의 비율이 55.3%였다. 10년 새 22%p 이상 증가한 수치다 따라서 교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권 보호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높았다.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의 교권은 잘 보호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61.0%(별로 그렇지 않다 38.0%, 전혀 그렇지 않다 23.0%)에 달했다. 교권 보호가 잘 되고 있다는 대답은 11.1%(대체로 그렇다 10.2%, 매우 그렇다 0.9%)에 그쳤다.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복수응답)에 대해서는 ①'문제행동, ②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를 1순위로 들었다. 이어 ③'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 ④'교육계를 매도불신하는 여론→시선', ⑤'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잡무', ⑥'교원, 행정직, ⑦교육공무직 등 학교 구성원 간 갈등', ⑧'톱다운 방식의 잦은 정책 변경' 순으로 조사됐다.

교원 사기 저하와 교권 홀대는 학교교육과 학생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보여줬다. 교원들은 교권 하락과 사기 저하로 인한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①'학생 생활지도 기피, ②관심 저하'(39.5%)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어 ③'학교 발전 저해, ④교육 불신 심화'(21.1%), ⑤'헌신, 협력하는 교직문화 약화'(15.8%), ⑥'수업에 대한 열정 감소로 교육력 저하'(15.4%), ⑦'명예퇴직 등 교직 이탈 가속화'(6.6%) 순으로 응답했다.

교직에 대한 만족도도 낮았다. '현재 교직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한지'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은 32.1%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52.4%(대체로 그렇다 41.9%, 매우 그렇다 10.5%)에 비해 20%p나 급락한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응답이 30.1%에 그쳐 전년(39.2%) 대비 10%p 가까이 떨어졌다. 교총은 "교권 확립과 처우 개선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최근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 교원에게 온라인 수업, 돌봄, 방역 등 무한책임을 독려함에 따라 부정적 교직관을 더 많이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주간을 맞아 스승의 길을 다시 생각할 때, 가장 되고 싶은 교사상(복수응답)은 지난해와 같이 △'학생을 믿어주고 잘 소통하는 선생님'이 1순위로 꼽혔다. 이어 △'학생을 진정 사랑하는 선생님', △'학생의 강점을 찾아내 진로지도 하는 선생님', △'전문성 향상에 부단히 노력하는 선생님' 등의 순이었다.

교총은 "이번 설문 결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유‧초‧중등 교육 시도 이양에 대한 반대의견이 높고 교원 지방직화에 대한 현장의 우려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현 정부가 내건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 및 현장 중심 정책 실현을 위해 교육 좌표를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덧붙여서 "정부는 돌봄교실 운영을 지자체가 맡도록 조속히 정책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는 학교의 책임 방기가 아니라 교원이 교육 본연의 역할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호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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