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의 상징 동물을 거대한 화면으로 표현한 신작 공개
희망하고 욕망하며 찬란하게 빛나는 모든 순간의 가치

김지희의 작품에는 욕망과 존재를 표현하는 힘이 느껴진다.(사진=김지희 작가)
김지희의 작품에는 욕망과 존재를 표현하는 힘이 느껴진다.(사진=김지희 작가)

[중앙뉴스=윤장섭 기자]김지희의 작품에는 욕망과 존재를 표현하는 힘이 느껴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예쁜' 모습만 보이지만 김지희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작품속 안경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김지희 작가가 캔버스 (canvas)에서 그려내는 안경은 외부와 그녀사이의 소통을 하나에 단절시키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그녀가 보여주고싶어하는 것만 보여준다고나 할 정도로 교정기를 낀 모습도 있고 선글라스를 낀 모습도 있다. 그녀의 작품속 안경들은 하나하나가 그런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일상에서 언제나 영감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 김지희는 우아하면서도 기품있다. 더욱이 좋은 성격은 작가들 사이에서 평이 자자하다. 반전매력을 무한토록 갖고 있는 김지희 작가를 만나러 표 갤러리로 가보자.

▲ 새로운 기법적 변주가 시도된 김지희의 신작...무엇을 담았나

김지희 작가가 "오는 2020. 5. 22일부터 2020. 6. 20일까지 표 갤러리(대표 표미선)에서 안경과 교정기를 착용한 인물 작품 Sealed smile 시리즈"로 개인전을 갖는다.(사진=김지희 작가)
김지희 작가가 "오는 2020. 5. 22일부터 2020. 6. 20일까지 표 갤러리(대표 표미선)에서 안경과 교정기를 착용한 인물 작품 Sealed smile 시리즈"로 개인전을 갖는다.(사진=김지희 작가)

김지희 작가가 "오는 2020. 5. 22일부터 2020. 6. 20일까지 표 갤러리(대표 표미선)에서 안경과 교정기를 착용한 인물 작품 Sealed smile 시리즈"로 개인전을 갖는다.

"2019년에 선보인 'Sealed smile' 대작은 코끼리, 용, 기린 등 기복적인 도상들이 화면 주변부"에 등장했다. 늘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 하는 김지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복적인 동물들을 화면 전면으로 등장시키는 Sealed smile 시리즈390cm 대작이자 신작이 공개된다".

늘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 하는 김지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복적인 동물들을 화면 전면으로 등장시키는 Sealed smile 시리즈390cm 대작이자 신작이 공개된다".(사진=김지희 작가)
늘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 하는 김지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복적인 동물들을 화면 전면으로 등장시키는 Sealed smile 시리즈390cm 대작이자 신작이 공개된다".(사진=김지희 작가)

동양화 채색 기법으로 "5개월의 제작 기간이 소요된 이번 신작은 개별적이면서 삼면화로 연결되는 작품으로 우리가 희망을 의탁하는 기복의 소품들을 거대한 화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통해 우리 안의 욕망과 희망"을 반추하게 한다.

또한 전통 재료인 장지의 물성을 활용하여 번지고 튀긴 물 자욱이 선명한 배경에 해골 일루전이 그려진 120호 작품 또한 작가의 새로운 기법적 변주가 시도된 신작이다.

지난 12년간 ‘욕망’과 ‘존재’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파고든 작가는 소멸을 전제로 살아가는 존재의 의미를 허무로 규정짓는 것이 아닌, 희망하고 욕망하며 찬란하게 빛나는 모든 순간을 한 편의 랩소디 처럼 표현했다.

결국 김지희 작가의 'Sealed smile'의 미소는 "생과 소멸의 허무한 필연 속에 의미를 찾아가는 삶에 대한 희망이다".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 욕망과 희망 사이에 쌓인 시간들

이번 김지희 작가의 전시를 위해 서문을 쓴 국립현대미술관 김유진 학예사는 김지희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상서로운 동물과 기도하는 손 등의 이미지는 욕망과 희망 사이에서 인간의 존재와 삶을 추동하는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하게 한다.

김지희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상서로운 동물(사진=김지희 작가)
김지희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상서로운 동물(사진=김지희 작가)

김지희 작가가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 안료처럼 욕망과 희망 사이에 켜켜이 쌓인 시간들은 작가 자신의 희망과 가능성을 증명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 했다.

이번 "찬란한 소멸의 랩소디" 전시는 표갤러리 1, 2, 3층 전관에서 열린다. 화사한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평면 작업과 화려한 보석 오브제가 부착된 디아섹 작업이 전시된 1전시장은 <생>을, 동물과 해골의 이미지가 전시된 2전시장은 <소멸>를, 주제로 갤러리들의 발길을 멈춰 세운다.

동물과 해골의 이미지가 전시된 2전시장(사진=김지희 작가)
동물과 해골의 이미지가 전시된 2전시장(사진=김지희 작가)

제3 전시관은 입체 신작 및 지난해 부산 뮤지엄 다 개관기념전에서 공개되었던 콜라보 영상작업, 다채로운 소품들이 전시된다. 

3전시장은 욕망과 희망의 의미를 묻는 <경계>를 주제로 전시의 전체를 아우르며 압축된 김지희의 작품세계를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김지희 작가는 2008년 전통 재료를 사용한 파격적인 인물 작품 Sealed smile 시리즈를 처음 발표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서울, 뉴욕, LA, 홍콩, 워싱턴, 쾰른, 마이애미, 런던, 도쿄, 오사카, 베이징, 싱가폴, 타이페이, 상하이, 두바이 등 국제적으로 200여 회의 전시를 가졌으며 홍콩 수퍼리치 컬렉터 사브리나호를 포함해 국내외 많은 컬렉터에게 작품이 소장되었다.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홍콩 뉴월드그룹 대형 쇼핑몰 D Park와 콜라보레이션을 하였고, 중국 화장품 리미, 스톤헨지, 앙드레김, 이랜드, 크록스, LG생활건강, 미샤, 소녀시대 의상 콜라보레이션 등 갤러리를 넘어 다양한 문화 전반에서 관객들과 조우(遭遇)했다.

▲ 욕망과 희망 사이의 변주...김지희의 작품세계는

화려하다, 밝다, 예쁘다, 눈이 부시다, 반짝거린다. 김지희 작가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첫 번째 인상이다. 하지만 화려하게 치장된 배경과는 다소 상반된, 작품 속 인물이 착용한 커다란 선글라스 앞에서 시선이 차단된다.

가려진 눈을 볼 수 없는 탓일까. 첫 번째 인상과 달리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밀려온다. 계속해서 작품을 들여다보면 화려함의 상징인 각종 보석들과 장신구 사이에서 그와 상반되는 도상들이 발견된다. 이를테면 전쟁의 이미지 같은 인간의 또 다른 욕망을 상징하는 각종 이미지들이 한 작품에 등장하며 표면적인 작품의 인상과는 다른 이야기를 전달한다.

화려함 뒤에 숨겨진 불안함이라는 이중적 태도는 김지희 작가의 작품 속에서 늘 한 쌍으로 나타난다.

2008년부터 지속해온 김지희 작가의 〈Sealed Smile〉 시리즈는 자신의 속내를 쉽게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커다란 선글라스 뒤에 숨은 인물들의 초상이라 할 수 있다.

욕망을 상징하는 각종 화려한 도상들 속에서 자신을 감추고 있는 작품 속 인물은 늘 미소를 띠고 있다. 그러나 마냥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때때로 미소와 동시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등 왠지 모를 불편함을 야기하는 대상의 모습은 슬픈 화려함이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자크 라캉(Jacques Lacan, 1901-1981)의 욕망이론처럼 김지희 작가의 작품 속 인물은 자신의 본질, 즉 눈을 가린 채 타인과 동일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같은 것을 욕망한다.

화려하게 치장된 커다란 선글라스는 가려진 눈 너머 나를 보는 타인의 욕망과 동일시된다. 따라서 관객은 그 반대 지점에서 대상의 진실된 욕망의 근본에 도달하기 쉽지 않다.

김지희 작가의 〈Sealed Smile〉은 이처럼 타인과 나 사이의 욕망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갖고 있지만 몇 차례 표현 방식에 있어 변화를 보여준다. 초기 작품 속 인물의 소박하고 단순한 형태는 더욱 화려하게 변모되었고, 작품 속 대상들이 착용한 선글라스 또한 인물의 본질을 감추는 것에서 확장되어 그 자체로 눈이 되었다.

세상을 보는 창이 되는 눈으로서 선글라스는 외적으로 더욱 세밀하고 화려해졌지만 그와 동시에 어두운 뒤편 너머의 진실 또한 철저히 가려진 채 이중적 경계의 틀을 더욱 견고히 한다.

김지희 작가는 도상의 상징성을 적극적으로 화면에 활용하는 작가이다. 아주 사소한 소비에의 욕망을 비롯해 역사적 측면에서 인류 전체를 향한 욕망이라 할 수 있는 전쟁이미지까지 다양한 상징들을 활용하며 작품 속에 펼쳐낸다.

상징적인 각각의 이미지를 찾아내고 해석하는 것은 작품에 내재된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도상의 활용은 미술사를 부전공한 작가의 이력을 새삼 주목하게 한다.

미술사에서 도상해석학은 도상의 상징적 내용과 표현 형식의 관계 해석을 통해 작품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방법론이다. 작품에 나타난 도상들을 바탕으로 해당 시대의 보편적 특성들을 찾아내는데, 김지희 작가의 작품은 현대 사회의 보편적 욕망을 도상을 통해 드러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작가는 작품 주변부에서부터 조금씩 표현해왔던 동물 도상을 2020년 신작에서는 아예 작품의 전면에 등장시켰다.

호랑이와 부엉이가 바로 그것인데, 이 동물들의 상징은 길함이다. 특히 캔버스 120호 크기의 대형 작품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 백호는 지금까지 눈을 가리고 있었던 인물들과 달리 형형한 눈빛으로 마주한 사람을 응시하며 희망을 부추긴다.

도시 사회의 욕망 혹은 소유의 욕망을 담고 있는 화려한 이미지에 등장한 소원성취용 부적 같은 동물 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희망 혹은 운을 상징하는 도상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바람, 즉 욕망을 의미한다.

욕망은 일종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으로 채워지지 않은 그 무엇에 대한 갈망이다. 또한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반면 희망은 누구나 가져야 할 목표 같은 긍정적 대상이며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희망과 욕망이 절대적 차이를 가진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욕망과 희망 사이에는 과연 무엇이 존재하며, 그 경계는 무엇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욕망과 희망은 무엇인가를 바란다는 점에서 동일한 선상에 놓여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욕망이 있고 희망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때로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간절한 기도와 희망을 담은 종교화(畵)처럼 욕망을 상징하는 각종 도상들을 품은 작품은 그 자체로 희망을 기원하는 현대식 ‘이콘(icon)’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백호와 흰 부엉이 도상 사이에 기존의 표현 방식에 따른 인물 도상까지, 개별적이면서도 동시에 삼면화로 연결되어 활용되는 캔버스의 형식적 특징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상서로운 동물과 기도하는 손 등의 이미지는 욕망과 희망 사이에서 인간의 존재와 삶을 추동하는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하게 한다. 김지희 작가가 한 겹 한 겹 쌓아올린 안료처럼 욕망과 희망 사이에 켜켜이 쌓인 시간들은 작가 자신의 희망과 가능성을 증명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지희의 작품을 바라보며...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유진>

▶전시 제목  :  김지희 개인전..."찬란한 소멸의 랩소디"
▶전시 장소  :  PYO GALLERY SEOUL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길 18-4)
▶전시 기간  :  2020. 05. 22 (Fri) ~ 2016. 06. 20 (Tue)
▶OPENING  :  2020. 05. 22 (Fri) PM 5: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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