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 때리지 말고
코로나 정국을 정쟁화?
극우 유튜버의 정당 망치기
탄핵 아직도 인정 못 해
탄핵 총리 황교안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실 돌이켜보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구 자유한국당부터 미래통합당까지 단 한 번도 강성 야당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저주를 퍼붓고 상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언어는 상습적으로 구사됐다. 아니 항상 그런 언어로만 가득했다. “좌파 독재”라는 말이 옵션이었고 경제는 무조건 “폭망”이었다. 

아무리 야당의 역할이 그런 것이라지만 국민적 지지를 뒷받침으로 두지 않고 무조건 공격부터 하고 보는 태도는 통합당의 폭망을 부추겼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서 그런 통합당이 왜 문제인지 신랄하게 논증했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이 비판을 하지 않고 비난만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가장 뜨겁게 불붙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논란만 봐도 통합당의 대응은 문제가 있다. 

진 전 교수는 “저쪽(여권) 공격하려고 하지 말라. 이용수 할머니가 얘기하는 것을 잘 들어보라. 3가지 얘기하고 있다. 내가 볼 땐 그거 옳다. 옛날 운동 방식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이런 옳은 것들을 제대로 해야지 회계가 어쩌고 저쩌고 이런 것은 언론에서 하게 내버려두면 된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혼탁해지고 있는데 진 전 교수는 “할머니께서 지적하고 있는 핵심은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장부를 공개하라만 남았다. 이런 것은 굉장히 식상하다. 할머니는 내가 볼 땐 이런 운동권 방식에 굉장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계신다”며 “이런 운동권 방식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고 이것이 더 이상 유효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통합당이) 이걸 치고 들어가지 못 하고 욕만 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통합당은 대안 제시는 커녕 비판도 못 했다. 총선 이전처럼 더불어시민당을 몰아붙이고 정의연의 회계 문제를 부각하는 등 비난만 했다.

진 전 교수는 “비판을 하는 게 아니라 비난을 했다. 비판만 가지고도 안 된다. 요즘은 비판보다 더 강한 게 저들보다 나은 대안을 내놔야 한다. 쉽게 말해 더 생산적이어야 한다”면서 “정의연은 아주 구태의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시각과 시점이 사라졌다. 이쪽도 낡은 방식으로 하고 있고 저쪽도 낡은 방식으로 변론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용수 할머니는 돈 때문에 저러는 거다. 그 다음에 박근혜의 부활이다. 저걸 밀어준 사람들은 토착왜구다. 그 프레임을 깔고 있다. 실제로 저들을 물리쳐야 한다는 식이다. 그 수준으로 가는 것”이라며 “그러면 (통합당이) 저들을 나쁜 놈을 만들 게 아니라 후진놈으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진 전 교수는 “이용수 할머니가 말씀하는 것처럼 운동권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위안부 문제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정의연이 노력한 것 인정한다. 다만 너희들의 여태까지의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라고 하면 사람들이 생산적인 얘기를 한다고 바라봐준다”며 “비판 자체가 욕하는 게 아니라 그들보다 앞서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렇게 그 할머니의 입장에 섰으면 됐다. 그런데 실제로 공격까지 하더라. 그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단순히 정치 혐오적 정서에 기반해서 “싸우지 말라”고 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집권 세력에 대한 다수 국민의 피로감이 쌓이면 야당보고 잘 싸우라고 격려를 해주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때가 아니다. 

진 전 교수는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게 되게 힘들다. 쉽게 말해서 (통합당은) 혐오 기피의 정당 비슷하게 돼 있다. 그걸 깨는 게 중요하다. 왜 싸우지 말라고 얘기하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정의연 사례의 프로세스를 재차 환기했다. 

이어 “이런 방식이 쌓이고 쌓여서 신뢰 감정이 형성되고 그때 사람들의 (통합당에 대한) 혐오 정서가 사라진다. 근데 계속 욕하는 게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건 오히려 자기들만 깎아먹는다. 한 마디로 나쁜 놈이 아니라 후진 놈을 만들어야 한다. 솔직히 여러분들이 (과거에 권력을 잡고 오만해져서 망했던) 걷던 길을 저들(현재 여권)이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 라임, 신라젠 등 문재인 정부의 여러 권력형 게이트와 진영논리가 부각됐었는데 진 전 교수는 “특히 조국 사태 이후에 (통합당이) 그걸 놓쳐버렸다는 것이다. (그 이후 통합당이 여권을) 딱 비판하게 되면 (대중이) 저쪽을 욕하게 되는 게 아니라 쟤들은 더 안 되겠다. 이렇게 된다. 비판은 비난이 아니”라며 “(통합당 내에서) 누군가는 이렇게 (합리적이고 온건하게) 비판했더라면 굉장히 어필할 수 있고 이른바 중도층에 소구력을 가질 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수 정치인들 면전에서 강력한 독설을 날린 진 전 교수. (사진=박효영 기자)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의 총선 실패 요인을 직접적인 키워드로 짚어냈고 그것은 △코로나19 △극우 유튜버 △탄핵 △황교안 등이다. 

먼저 진 전 교수는 “코로나는 국가적 재난상태다. 이것을 정쟁화하면 안 된다. 나도 대통령 맘에 안 든다. 내가 그동안 (조국 사태 이후 여권 친조국 세력들과) 계속 싸웠지만 페이스북에 한국 방역 문제없다고 계속 올렸지 않은가”라며 “외국에서 칭찬받는다고 아마 제일 먼저 올렸을 것이다. 독일어를 번역해서까지 올렸다. 그건 뭐냐면 국가적 재난상태에서는 당리당략을 넘어서야 한다. 국가적 재난상태에서는 대통령 중심으로 우리도 같이 단결해서 (코로나와) 맞서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통합당은 중국발 입국 금지를 무기로 그렇게 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방역에 실패했다고 몰아붙였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이 중국 봉쇄론을 주창한) 의협(대한의사협회) 말을 믿었던 거다. 정말로 과학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다 검증해봤는가. 내가 볼 땐 그거 아니었다. 왜냐면 WHO(세계보건기구)도 원래부터 어떤 인구 집단을 차단하는 것 자체가 원칙이 아니라고 정리해놨다. 근데 잘못된 방향으로 막 주장을 하고 있다”며 “잘못된 비판을 했던 거다. 비판을 하면 사실과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원칙도 틀렸고 확신도 틀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같은 경우 지자체장이 누군가? 통합당 소속 아닌가. 거기서 모든 일을 다 했는데 황당하다. 내가 통합당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거기에 가서 권영진 대구시장을 지원하는 일을 했을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뭘 도와줄 일이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가서 도와줬을 것 같다. 그랬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통합당은 서울에서 정부를 맹공했고 오히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사전 예고없이 대구 현지 의료봉사를 갔다가 국민적 응원을 받았다.

진 전 교수는 “신문에 나오는 것은 누군가. 박원순과 이재명이다. 이재명 지사는 신천지에 쳐들어가서 활극을 보여준다”며 “(통합당의 대응이) 뭐가 잘못됐냐면 꼼수를 부리면 안 된다. 원칙적이어야 한다. 원칙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 거고 비판은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 2월달에 (제대로 된) 야당의 역할은 나 혼자 했다. 저쪽 정보를 많이 아는가? 하나도 모른다. 내가 아는 전부는 신문에 난 걸 보고 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렇게 진 전 교수는 “여당이 잘못한 게 있다. 대통령의 조기 코로나 종식 발언도 잘못됐다. 느슨한 발언을 하니까 바로 대구 사태가 터지고 이후에 이태원 터지고 그 다음에 마스크 문제라든지. (전반적으로 밀어주더라도) 그런 걸 지적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총선 이후 다들 통합당이 극우 유튜버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구독자수 50만명~150만명 사이에 있는 극우 유튜버만 신의한수, 진성호 방송, 신인균의 국방TV, 펜앤드마이크TV, 김태우TV, 가로세로연구소, 고성국TV, 황장수의 뉴스브리핑, 이봉규TV 등 무지 많다.

진 전 교수는 “지금 몇몇 의원들이 극우 유튜버와 싸우고 있다. 똑같은 문제를 저쪽도 겪고 있다. 극단적인 유튜버들 선동 세력들 그들은 자기 동력을 갖고 있어서 당의 통제가 잘 안 된다”며 “그러다보니 당의 공천 과정에도 개입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나마 더불어민주당은 이들을 갖다가 적절하게 잘라냈고 주변화시키는 데 성공시켰다. 그게 열린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합당은 그러지 못 했다.

진 전 교수는 “아직 여기는 성공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들이 자율주의의 물결을 타고 와서 정당정치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다. 그걸 막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극우 유튜버는 탄핵을 인정하고 넘어서지 못 하는 보수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이) 탄핵의 강을 못 건너갔다. 전통적인 지지층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며 “그분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투항을 해버리는 거다. 밖에 나가서 안 됐다. 그러니까 하태경 의원도 밖(새누리당 탈당)에 나갔지만 안 되는 것(통합당을 통한 합당 방식으로 돌아옴)이다. 안 되니까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탄핵은 보수층의 대다수가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보수층이 참여하지 않으면 탄핵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랬는데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 하고 다시 돌아감으로써 보수를 지지하는 이분들이 궤멸되어 버린 것”이라며 “결국 여러분들이 이들을 붙여야 하는데 이들을 붙이지 못 했던 것이다. 통합당에는 태극기와 보수 유튜버들만 달랑 남아버렸다. 이들 가지고 선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민경욱 의원 등 일부는 투표 조작설에 기대고 있다.

진 전 교수는 “(극우 유튜버와 함께) 우리가 선거에서 이길 것이다. 하도 선동을 해서 이게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근데 패배로 나타나니까 인정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음모론을 말하는 것”이라며 “이게 굉장히 보수주의의 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왜곡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게 왜 그러냐. 보수가 혁신하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의존하고 전체 보수의 여론을 주도하도록 헤게모니를 넘겨주고 발언권을 줬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그 다음에 저쪽(전통적인 영남과 60대 이상 지지층)은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니까 안주해버리는 것이다. 그들과 적절하게 싸우면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설득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진 전 교수는 황교안 전 대표가 당권을 잡은 것 자체가 패착이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체 국민의 90%가 관철시켜낸 탄핵에 대해 아직도 보수 정당이 인정하지 못 하고 있는데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는 탄핵 불복의 상징 그 자체다.

진 전 교수는 “당대표가 누군가 황교안씨다. 이것도 보게 되면 탄핵의 강을 못 넘었구나. 상징 자본이 뭐냐면 탄핵 총리다. 패전 투수를 데려다가 당대표를 시킨다는 것은 탄핵을 인정하지 못 하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 한 것”이라며 “아무리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잘못한다고 하더라도 이걸 보는 순간 나부터가 한 숨이 푹 나와버린다”고 묘사했다. 

이어 “코어(중도와 무당층 등)에 붙어야 되는데 도저히 붙을 수가 없다. 나도 이번에 처음으로 통합당을 한 번 찍어볼까 생각까지 했다. 정의당 후보가 있어서 못 찍었지만. 만약 이준석이나 하태경 후보가 있었다면 그쪽으로 흔쾌히 표를 던져줬을 것”이라며 “인물만 괜찮다면 웬만하면 이런 건 있는데 웬만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민주당이 맘에 안 들어서 웬만하면 견제 심리로 통합당을 찍어주고 싶지만 도저히 못 찍어줄 정도다. 황 전 대표는 계속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서 열심히 정권심판론만 외쳤다.

진 전 교수는 “내가 1월에 썼다. (황 전 대표가) 종로 나가려면 확실하게 나가고 치열하게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어떤 메시지를 던졌어야 하나면. 내가 마지막 탄핵 세력이다. 내가 죽음으로써 이 모든 걸 안고 가겠다. 보수 재건과 부활의 씨앗이 돼야 겠다고 해야 하는데 등 떠밀려서 나가게 됐다”면서 “그때 내가 뭐라고 썼냐면 정권 심판한다고 하지 말아라. 왜냐. 국민들이 볼 때 정권심판의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제가 못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범여권 180석 발언이 나온 뒤 총선 일주일 전부터 통합당의 톤이 좀 바뀌었다.

진 전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정권심판론이 아닌) 견제론으로 가고 앞으로 잘 하겠다고 가라. 이기겠다는 생각하지 말아라. 화끈하게 지겠다. 원칙적으로 지겠다(라고 해야 했다)”며 “결국 선거 막판에 일주일 전쯤에 그렇게 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

진 전 교수는 “김종인씨 불렀지만 너무 늦었다. 김종인씨 불러왔으면 뭔가 권한을 줘야 하는데 마지막에 선거운동 밖에 못 한 것이다. 공천에 전혀 관여하지 못 했고 그나마 있었던 공천도 뒤엎고 뒤엎고 문제가 된 의원들 있지 않은가”라며 “민경욱 의원 이런 분들 자르라고 그랬다. 안 자르면 계속 사고친다. 그것도 하지 않으니 저 당은 정말 답이 없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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