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위 일사천리
사전이 철저히 준비
80년대생 3명과 여성 2명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막판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중앙일보 인터뷰가 공개됐지만 김종인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로 흘러가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오 전 시장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자강의 길을 가야한다고 주장했고 몇몇 중진들의 반감에 더해 뭔가 반전이 있을 것 같았지만 1년 임기(2021년 4월7일 재보궐 선거까지)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정식으로 취임했다.

미래통합당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동시에 열고 김 위원장 체제를 의결했고 미래한국당과의 합당을 마무리지었다. 앞서 열린 상임 전국위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임기 1년 조건을 맞춰주지 못 했던 만큼 이번에도 수싸움이 전개될 것 같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작 1시간만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15시30분부터 두 전국위가 연달아 개최됐고 △임기 보장을 위한 당헌 부칙 개정안 △비대위원 구성안 △한국당과의 합당안 등 3가지 안건은 만장일치 박수로 그 어떤 이견없이 통과됐다. 반대 토론도 없었고 격한 반응을 보인 구성원도 없었다.

재적위원 과반이 모여야 했는데 상임전국위는 정족수 41명 중 23명, 전국위는 637명 중 375명이 자리를 채웠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실 김종인 비대위를 강력하게 밀었던 주호영 원내대표가 선출됐을 때부터 내부 이견이 평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주 원내대표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총선에서 폭망한 뒤 한달 반 동안 당권 지도부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옥신각신하던 공백 상태가 매워졌다.

비대위는 김 위원장을 포함 △주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 △성일종 의원 △김미애 당선인 △김현아 의원(낙선)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낙선) △김재섭 전 같이오름 창준위원장(낙선) △정원석 청사진 공동대표(전 선대위 대변인) 등 9명으로 구성됐다.

여성 2명(김미애·김현아)과 80년대생 3명(김병민·김재섭·정원석)이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상임전국위 직전 열린 전국조직위원장회의 비공개 특강에서 “진보 보수라는 말 쓰지 말라. 중도라고도 하지 말라. 정당은 국민이 가장 민감해하는 불평등과 비민주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 어느 쪽이 (코로나19로) 변화한 세상에 더 잘 적응하느냐의 문제가 남았고 그것이 핵심”이라며 “내가 이번 일 해놓고 고맙다는 소리는 못 들을 게 뻔하다”고 밝혔다. 

일찌감치 김 위원장은 공천권없는 비대위원장직의 취약함을 잘 알고 있었고 그만큼 당의 체질 개선과 함께 대권 주자를 옹립할 수 있도록 △전권 △무기한 임기를 보장해주지 않으면 맡지 않겠다고 했었다. 주 원내대표가 그 2가지 조건을 보장하고 데려온 만큼 향후 김 위원장이 △무조건 반대만 하는 강경 야당의 태도 △반공보수에 매몰된 낡은 이념 등을 어떻게 바꿔내고 강력한 대권 주자를 발굴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26일 출고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추진력이 떨어지면 내가 (통합당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비대위원장 역할은) 하는 데까지 하는 것”이라며 “(당명 변경은) 혼자서 결정할 수 없다. 결국 모든 것을 쇄신하려면 브랜드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대교체 이야기는) 이미 2년 전부터 했던 것이다. 후보를 새로 발굴한다기 보다는 그런 후보가 스스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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