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 당대표 출마선언 예정
홍영표, 우원식, 김부겸
이낙연의 강점
친문 메시지 중심에 답답했나
당내 세력 구축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대권 때문에 당권에 나설지 말지 고심 중이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8월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아직 본인의 직접 워딩이 없어서 정확하지는 않으나 이 전 총리의 측근발로 다음주에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이라는 사실이 공식화됐다.

첫 보도는 27일 14시10분 연합뉴스의 속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더케이 호텔에서 21대 국회 당선인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측근발에 따르면 현재 이 전 총리는 △출마 결심을 굳혔고 △다음주가 유력하지만 발표 시점을 조율 중이고 △정식 기자회견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전 총리가 당권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사진=연합뉴스)

5선 국회의원이 된 이 전 총리는 워크숍에서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받고 “며칠 안에 말씀드리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이미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우원식·홍영표·송영길 세 의원을 각각 만나 의견을 구했고 그밖에도 다양한 채널로 여론을 수렴했다. 다만 송 의원(5선)은 애초부터 이 전 총리의 출마 여부를 조건부로 판단하겠다고 했으므로 불출마로 가닥이 잡혔다. 반면 20대 국회에서 나란히 원내대표를 역임한 우 의원과 홍 의원은 자체 비전을 갖고 오랫동안 당대표의 꿈을 키워왔기 때문에 이 전 총리와 붙어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워크숍에서 홍 의원은 기자들에게 “다른 사람의 결정에 좌우되지 않는다. 당대표를 계속 준비해왔다”고 발언했다. 물론 홍 의원은 21일 이 전 총리와 만나 차기 당대표는 2022년 대선을 위한 경선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불출마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홍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포용력을 바탕으로 대야 협상 부분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홍영표 의원은 오래 전부터 당대표로 나서겠다고 공언해왔다. (사진=연합뉴스)

우 의원은 “그동안 전대를 준비해왔고 어떻게 하면 당을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당으로 만들지에 대한 비전도 있다”며 “(이 전 총리가) 나를 찾아오신 걸 보니 (당권 도전 의사가) 있으신 것 같다. 나도 그동안 준비하고 있었으니 출마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고 홍 의원 등은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고 각자의 비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주도했고 경제민주화 철학이 확고한 편이다. 그동안 소상공인의 어려움과 산업재해 문제 등 박홍근 의원과 함께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지역주의를 뛰어넘어 대구에 기반을 둔 김부겸 의원도 당권 도전의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공직 선거에서 9전 4승5패를 기록한 김 의원은 이미 민주당의 주요 대권 주자들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석패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도 이 전 총리와 관계없이 당대표 선거에 나간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어느 곳에 있건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이제 5월 말이 되면 국회의원 임기가 마무리된다. 비록 이번 총선에서 실패하고 물러서게 되지만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 통합의 정치를 향한 나의 발걸음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를 시작할 때 나의 초심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마음은 변치 않겠다. 정치를 바꿔 대한민국의 근본 틀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는 우리의 꿈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3명 모두 이 전 총리의 벽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다. 

사실상 김 의원을 제외하고 현재까지는 3파전이 유력한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이 전 총리의 기세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전 총리가 대권으로 직행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전당대회 자체는 이 전 총리의 당대표 추대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우 의원과 홍 의원이 중도 포기하는 시나리오가 점쳐지는 것이다.

이 전 총리는 공직 선거에서 6전 6승을 거둘 만큼 능력있는 정치인이다. 이미 전남지사와 총리라는 굵직한 행정가로서의 경험도 쌓았다. 총선 때는 당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압승을 이끌었고 현재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을 맡고 있다. 

무엇보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31일 임명되어 2020년 1월13일에 물러난 역대 최장수 총리였다. 무려 2년7개월 958일이나 재임했을 만큼 무난한 국정 총괄 능력을 보여줬다. 이 전 총리는 △국회에 출석해서 대정부 질문을 받을 때 야당 의원들의 매서운 질의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했고 △온갖 분야의 다양한 현안에 막힘없이 답변을 할 정도로 빈틈없는 말솜씨와 지적 능력을 보여줬고 △18개 부처 장관들을 긴장시킬 정도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특히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남북 단일팀과 관련 “어차피 메달을 못 따기 때문에 단일팀을 해도 상관이 없다”는 실언 외에는 말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재명 경기지사처럼 화끈하고 시원한 추진력을 갖춘 행정가 타입은 아니지만 이 전 총리의 안정감과 정무적 능력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18년 초부터 대권 주자로 분류됐고 2019년 중순에 이르러 지지율 1위에 올랐다. 이후 가장 선두에서 30% 중후반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강력한 라이벌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치고 올라왔지만 지난 총선에서 가볍게 제압했다. 황 전 대표는 종로에 올인했지만 이 전 총리는 전국 유세를 돌며 선거 전체를 진두지휘했음에도 낙승했다. 

사실 이 전 총리 입장에서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으로 인한 부담감이 크긴 크다. 이 전 총리가 당대표로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2022년 대선에 출마하려면 고작 7개월만 수행하고 2021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경쟁자들의 네거티브 공세로 인한 내상도 고민거리다. 

그럼에도 이 전 총리가 결단을 내린 것은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나 정의연 사태(정의기억연대) 등 여권의 리스크가 부각될 때 친문(문재인 대통령) 당권파 위주로 디펜스적 메시지가 나가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 전 총리는 작년 9월9일 조 전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문 대통령에게 임명 반대 의사를 직언했다. 

정의연 사태가 뜨거워지던 지난 18일 이 전 총리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했고 그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당과 깊이 있게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등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입장을 내겠다고 밝힌 당의 공식 방침과는 결이 달랐다. 

비문이지만 여권의 유력 정치인인 이 전 총리 입장에서 불리한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당의 주요 메시지가 친문 중심으로 지나치게 엄호하는 쪽으로만 흘러가면 결국 차기 대선에서 좋을 게 없다. 민주당이 4연승(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을 했다고는 하지만 다음 대선에서 또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향후 여권 인사의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보수세력의 공격에 방어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앞서서 감싸기만 하다가는 여권 전체의 국정 동력이 약화되고 민심은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총리가 출마하면 무난하게 당권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여권 내 여러 스피커들이 있겠지만 언론은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당대표의 입에 주목한다. 

실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워크숍 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의) 30여년 활동이 정쟁의 구실이 되거나 악의적 폄훼와 극우파들의 악용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며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발언했고 대대적으로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이런 보도를 접하는 일반 국민들은 민주당이 권력에 취해 오만해졌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고 이 전 총리는 추후에도 이런 사이클이 빈번할텐데 그냥 두고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 나아가 당내 세력을 구축해야 할 동기가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박준규 내일신문 기자는 27일 방송된 국민TV <김준일의 핫6>에 출연해 “지금 현재 이 전 총리는 당내 조직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지금까지 걸어왔던 5선의 과정을 보게 되면 전남 함평 고향에서 4선을 하고 사실상 21대 총선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은 선거였다. 전남지사와 총리도 어렵지 않았고 경선 과정이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다면 본인이 책임있는 그런 전국 선거를 하지 않았다. 그 얘기는 전국 선거를 준비할만한 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당대표 선거를 하게 되면 전국 조직을 만들게 된다. 당대표로 어떤 역할을 하면서 그 조직을 단단하게 묶을 수 있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망했다.

사실 이런 측면도 있다. 177석의 거대 여당을 2년간 이끌어야 하는데 우 의원과 홍 의원은 너무 대중적 인지도의 측면에서 중량감이 떨어진다. 이 대표도 그렇지만 그 전에 추미애 전 대표(현 법무부장관) 역시 누가 봐도 한국 정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박 기자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게 이 전 총리가 안 나오면 너무 마이너들의 경쟁이 아닌가. 177석의 여당 당대표인데 이렇게 무게가 약한 사람들이 해도 되는가”라며 “그런 얘기들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 전 총리가 나온다면 거의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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