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양당 합의없이 시작
21대 국회 첫 본회의
원구성협상 타결 아직
상임위 강제 배분권 행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식 입법부 수장에 오른 박병석 국회의장(6선)이 양당 원내대표와 만났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미래통합당이 원구성협상 타결없는 의장단 선임에 반대했기 때문에 애초에 만나더라도 큰 소득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웠다. 5월 초순에 나란히 당선된 양당 원내대표는 한 달간 원구성협상을 위해 기싸움을 벌였지만 21대 국회 개원일까지 합의를 보지 못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77석을 확보한 만큼 최대 18개 상임위를 싹쓸이하는 것을 포함 압도적으로 유리한 원구성협상이 아니면 법대로 표결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은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와 예결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웬만하면 야당이 차지해야 하고 7대 11의 배분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정식으로 선출되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오전 10시에 열린 21대 국회 첫 본회의는 이런 양당의 입장차로 인해 반쪽짜리가 됐다. 통합당 의원 103명과 보수 무소속 의원 4명(홍준표·윤상현·김태호·권성동)이 의장단 표결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일단 본회의장에 입장했다가 표결에 들어가자 집단 퇴장했다. 항의의 표시였다. 민주당은 법을 어기는 구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장과 함께 김상희 국회부의장(4선)이 선출됐지만 통합당 몫으로 배정됐던 부의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게 됐다. 내정된 정진석 통합당 의원(5선)도 당 방침에 따라 표결을 보이콧했다.

박 의장은 마음이 찝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로 양당 중재에 나섰다. 의장의 핵심 역할이 거대 양당을 중재하고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전반기 의장을 맡은 정세균 국무총리는 교섭단체 원내대표들끼리 만나는 ‘주례 회동’을 주재했었고, 후반기 수장을 맡은 문희상 전 의장은 월례 당대표 모임인 ‘초월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미 양당 원내대표는 낮이고 밤이고 수시로 만나왔고 끝끝내 입장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박 의장의 주선을 계기로 원구성협상이 타결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허나 양당의 다이렉트 소통에 제3의 중재자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절충안 제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접견실에서 김태년·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 “여야가 빠른 시일 내 원구성 합의를 못 하면 의장이 결단하겠다”며 “두 원내대표가 무엇을 양보할 수 있는지 검토해서 조속한 시일 내 결론을 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반적으로 민주화 이후 13대 국회부터 지금까지는 원구성협상 관행에 따라 상임위원장 배분 합의를 마쳐놓고 정식 표결에 들어갔다. 즉 여야가 먼저 원구성협상을 타결하면 각각 상임위에 소속 의원들을 배치하고 그 명단을 의장에게 제출함으로써 상임위가 구성된다. 그 이후 원구성협상 내용대로 상임위원장 선임을 위한 표결을 진행한다. 

박 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상임위원 강제 배분권을 갖고 있다. 박 의장이 우선 그 카드를 수면 위로 꺼낸 것이다. 통합당이 제일 우려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원구성협상 타결 전 의장단을 선출하는 것인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5월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구성은 국회의장단을 뽑고 상임위를 배정하고 표결하는 그런 과정인데. 국회의장을 뽑으면 그 다음 단계가 상임위 배정이 안 되면 국회의장이 강제 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야당으로서는 협상력이 떨어져서 국회의장을 못 뽑는 사정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다만 물밑으로는 여러 절충안을 제시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이 밀고 있는 ‘일하는 국회(입법 절차 효율화)’와 연계해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한채로 통합당에 양보하는 안도 있고, 법사위를 민주당이 갖고 예결위를 통합당에 줄 수도 있고, 아니면 둘 다 민주당이 갖고 다른 핵심 상임위를 적절히 배분해서 통합당에 내줄 수도 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집단 퇴장 직후 논평을 내고 “국민이 민주당을 1당으로 만들어 준 의미는 야당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 의회 권한을 독차지하라는 뜻은 더더욱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준법 개원 후 준법 상임위 구성에도 곧바로 나서겠다”며 “통합당의 본회의 퇴장은 유감이다. 개원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법에 정해진 국회의 당연한 의무다. 합의되지 않은 본회의는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은 불법적 관행을 계속하겠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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