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식 편집장이 보는 금태섭 징계
당내 민주주의와 포용력
당론 분류?
당과 지지자
정치인 금태섭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금태섭 전 의원이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표결에서 기권표를 행사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당 윤리심판원을 통해 징계를 내렸다. 수위는 “경고”로 상대적으로 약한 편에 속하지만 이번 사례 자체가 177석 거대 여당의 당내 민주주의 및 포용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태섭 전 의원은 민주당의 건강성을 판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정주식 직썰 편집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금태섭과 배신의 정치’라는 글을 올리고 “금태섭이라는 상징은 이제 민주당의 포용력과 건강성을 보여주는 척도가 됐다”며 “그 정도의 삐딱선도 견디지 못 하는 옹졸함으로 과반의 민심을 포용할 수 있을까?”라고 밝혔다.

이 글은 7일 14시 기준 500명 넘는 ‘좋아요’와 58개의 ‘댓글’ 92회의 ‘공유’를 기록할 만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정 편집장과 4일 저녁 전화통화를 했고 추가로 그의 문제의식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 전에 정 편집장의 글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 편집장은 2015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유승민 전 의원을 내치던 상황과 현재의 민주당을 비교했다. 

정 편집장은 “당시 박근혜를 향했던 유승민의 비판들은 진영을 떠나 합리적인 것들이었지만 새누리당 강성 지지층의 눈에는 그저 배은망덕한 배반일 뿐이었다”며 “돌아보건대 새누리당 시절의 유승민은 서서히 질식해가던 그 당의 산소호흡기였다. 유승민 찍어내기를 목격했던 그 당 의원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유승민이 그렇게 쫒겨난 뒤 이 당에는 더 이상 대통령에게 맞설 사람은 없었다. 이 당의 몰락사에서 유승민이란 이름이 중요한 이유는, 그의 존재가 친박세력의 독주에 환멸을 느끼던 합리적보수층을 억지로 붙잡아 두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때 유승민이 원내대표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면, 새누리당이 그의 쇄신 드라이브를 수용했다면 박근혜는 몰라도 저 당의 운명은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친박(박 전 대통령)이 장악한 멸균실의 새누리당 루트를 따라가면 안 된다.

정 편집장은 “152석 새누리당은 유승민을 버리는 길을 택했다. 177석 민주당은 어떤 길을 갈 것인가? 180석 거대 정당은 당파적 지지층을 과잉 대표하는 방식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더불어 가지 않으면서 민주적이지도 않은 가짜 이름을 가진 정당이 될 것인가?”라며 민주당에 중대한 선택지를 던졌다.

정 편집장은 금 전 의원이 민주당에서 “징계를 받는 진짜 이유가 표결 때문이 아니라는 것과 이 징계의 본질이 배신자에 대한 응징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그의 옳고 그름에는 성역이 없었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의 감정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금태섭에게 박힌 미운털의 8할은 그때의 일로 만들어진 것이고 문제가 된 공수처 표결은 이를 응징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승민에게 문자 폭탄을 날렸던 새누리당 지지자들과 금태섭에게 문자 폭탄을 날렸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얼마나 다를까. 생각이 질식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는 정당은 건강할 수 없다”며 “민주당에서 금태섭의 자리는 주류에 편승하지 않는 소수자의 자리이고 당파성보다 원칙을 중시하는 욕받이의 자리이자 사적 친소관계보다 옳고 그름이 중요한 아웃사이더의 자리”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당의 생명력은 비판을 수용하고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에 있다.

정 편집장은 “민주당이 177석 정당이라면 적어도 51%의 국민을 대리하겠다는 정당이라면 이 자리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향후 민주당의 그릇 모양이 달라질 것”이라며 “금태섭을 성토하는 사람들은 금태섭이 뭐 그리 대단하냐 묻지만. 그의 상징성을 만든 것은 금태섭이 아니라 금태섭을 당파적으로 비난해온 사람들이다. 금태섭은 오늘 우리 정치는 정말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나는 저 당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묻고 싶다”고 결론을 맺었다. 

아래는 정 편집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나눈 일문일답이다.

Q: 금태섭 징계 사태의 본질을 간단하게 뭐라고 볼 수 있을까?
A: 당내 민주주의와 포용성의 측면에서 민주당이 보인 옹졸한 태도가 본질이다. 

Q: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6월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 전 의원 징계 건에 대해 해명을 했다. 당원 고발이 들어왔고, 강제적 당론이라서 어쩔 수 없었고, 징계 수위도 가장 낮은 것에 불과했다는 취지다. 중간 중간 이 대표가 당내 민주주의와 다양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식으로 어필하던데 진짜 그렇게 되길 원했다면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행동에 제동을 걸어야 했던 것 아닌가? 
A: 정치인이 지지자들을 소위 관리하고 컨트롤할 수 있느냐. 이런 문제는 사실 쉽지 않은 쟁점이다. 지지자들의 과격성에 대한 책임을 곧바로 정치인에게 묻는다면 너무 거친 비판이 될 것이다. 다만 이해찬 대표가 징계의 구실로 든 것이 지역구에서 당원들이 윤리심판원에 고발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비겁해 보인다. 징계의 주체는 고발인이 아니라 당의 의결기구이고 책임은 당이 지는 것이다. 당이 당원 뒤에 숨는 건 비겁하다. 

Q: 사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초기부터 달빛기사단, 대깨문 등 그런 강성 지지층이 존재해왔고 2019년 하반기 조국 사태(조국 전 법무부장관) 이후에는 더 심화된 것 같지 않은가?
A: 지지자들을 당에서 컨트롤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만 그걸 넘어서서 거기에 (그런 여론에) 편승해서 판돈을 따가는 정치인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진짜 문제라고 본다. 

Q: 그런 지점을 전제하고 보면 결국 금태섭 징계도 강성 지지자들의 행동에서 시작됐다. 
A: 당은 절차를 말하지만 나는 당이 열성 지지자들의 ‘기분권’을 수용한 결과라고 본다. 당원의 기분권은 중요하다. 내가 민주당의 오랜 지지자였다면 금태섭의 기권 행위에 대해 기분 나빴을 것이다. 금태섭이 경선(서울 강서갑)에서 정치 신인 강선우에게 패배한 이유는 그 기분권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적 절차 내에서 이루어진 일이니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당의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수용되어서는 곤란하다. 기분권을 근거로 당에서 징계를 내리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Q: 당론 세분화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당론의 종류를 쪼개는 것도 우습다. 징계를 줄 수 있는 강제적 당론이나, 권고적 당론 그리고 일반 당론을 구분한 것인데 이것이 낯선 이유는 여태까지 그런 구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걸 구분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어떤 당론은 무시해도 되고 어떤 당론은 (징계 받을 수도 있으니)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이 대표의 입에서 처음 나온 것이다. 금태섭 징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원포인트로 급조해 낸 논리다. 예를 들어 공수처는 우리가 10년 동안 주장했던 거니까 강제 당론이고, 선거법은 5년 주장했으니까 ‘안’ 강제 당론이고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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