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당의 고민
운동의 방향성
대결 프레임 거부
소녀상은 적절할까
이용수 할머니 2차 가해로부터 보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정의기억연대 사태’에 대해 여성의당은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오성화 여성의당 사무총장은 지난 3일 14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일단 이것을 정쟁과 정치의 언어로, 진보와 보수로, 당과 당의 싸움으로 그렇게만 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당에서 상황을 좀 지켜봤다. 어제(2일) 밤에 우리가 당 정책위원회와 함께 (정의연 사태를 바라보는) 방향성에 대해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도 처음에 바로 얘기할 수 없었다. 이게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봐야 했고 우리에게 무엇을 성찰하라고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잘 들여다봐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성화 사무총장이 정의연 사태에 대해서 여성의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숙의 끝에 여성의당이 내놓은 메시지는 △운동의 방향성에 대한 깊은 성찰 △여성운동가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 차단 △정의연과 윤미향 의원을 공격하고 대결 프레임으로만 가져가려는 흐름 경계 등 3가지다.

여성의당은 6일 윤지선 정책위의장 명의로 논평을 내고 “언론·시민사회·정치권은 피해자를 위한 인권운동의 본질로 돌아가 일본군 성노예제의 진상을 규명하고 일본 정부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일을 지속해야 한다”며 “전쟁 성착취 문제에 대해 국내외 시민사회 간 다각적 협의체를 구성하여 성착취 범죄 피해자들의 인권 보장과 치유를 위해 지속가능한 정책적 연대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언론은 현 사태를 윤 의원으로 대표되는 정의연과 이용수 여성인권운동가의 대결로 몰아가기에 급급할 뿐이고 정치권은 이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추악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며 “기자회견 이후 한 달 남짓의 시간 동안 보수와 진보를 총망라하여 언론·시민사회·정치권이 보여준 것은 정의와 진실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여성혐오와 2차 가해일 뿐이자 여전히 누구 하나 건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총장도 “어떤 한 사람(윤 의원)에 대해서 넌 나빠. 넌 그만해야 해. 넌 거짓말쟁이야. 이렇게 한다는 것은 적어도 정대협, 정의연, 전시 성폭력 문제에 계속 주목해왔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바로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발언했다.

현재 일부 더불어민주당 친문(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가 난무하고 있다. 윤 의원을 민주당의 진영논리에 따른 보호의 대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 총장은 “이용수님은 정확하게 전시 성폭력 피해자로서 자기 위치가 있는 것”이라며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 국가기관과 관련 단체의 역할이다. 그런데 이용수님에 대한 지금 나와 있는 댓글들을 비롯 반응들은 2차 가해도 이런 2차 가해가 없을 만큼의 악플들이 엄청나다”고 환기했다.

이어 “개인적인 댓글 뿐만 아니라 방송에서도 배후 세력 이런 얘기를 했다. 정말 이것은 방송 진행자(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로서 최소한의 공익성도 담보하지 못 한 행태라고 본다”며 “이용수님의 2차 피해에 대한 방어와 조치를 해당 기관들에서 해야 한다. 그게 여가부면 여가부가 해야 한다. 사회적 반작용을 차단하지 않고 그걸 방치해버리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여가부는 사실상 손놓고 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18조 1항~3항에 따르면 ①국가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차 피해 방지 지침과 업무 관련자 교육 등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②수사기관의 장은 여성폭력 사건 담당자 등 업무 관련자를 대상으로 2차 피해 방지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③국가는 2차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1일 출고된 로톡뉴스의 보도(도넘은 이용수 할머니 2차 가해⋯국가의 ‘보호 의무’ 정해져 있지만, 담당자는 ‘갸웃’)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이 할머니의 경우 위안부피해자법이 우선 적용될 것이라면서도 그 법에서 2차 피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머뭇거리는 모양새다. 

이 할머니의 비판도 그렇고 이번 사태로 정의연의 활동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화됐다.

오 총장은 “정의연은 30년을 해왔다”며 “운동의 방향성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고 전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운동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토론과 공론을 통해 성찰의 재설정 같은 노력들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연의 활동이 한국의 군 위안부, 한국이라는 나라도 타국에서 전시 성폭력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도 있고 베트남 전쟁 때든 전시에 벌어진 폭력 피해에 대해 국가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과 다양한 방향성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논의들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들이 좀 더 활발하게 진행돼서 각 단체들의 활동 방향성이 조정됐더라면 지금처럼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각종 오프라인 토론회나 언론 지면 등을 통해 운동의 방향성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오 총장은 “정의연은 정의연 스스로 여러 성찰을 하고 내부 논의들을 통해서 변화의 흐름으로 당연히 갈 것”이라며 “운동은 당연히 고정될 수 없고 지금 시기에 우리가 어떤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담론이 열려지고 있는 시기다. 이 시기에 누구를 제거하고 누구를 죽이고 재네들 망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렇게 가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게 열려진 담론의 장에서 우리는 어떤 새로운 운동을 찾아갈 것인지 여성의당도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소녀상’ 자체에 대해서도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오 총장은 “소녀상이라고 상징되는 굉장히 강력한 상징물은 국민들에게 전시 성폭력 피해의 문제를 잘 전달하는 데에 올바른 상징물이었는가. 여러 가지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게 단순히 옳다 그르다라고 할 게 아니라 여러 이야기를 해볼 수 있는 문제다. 소녀라는 단어에 동의 안 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예전에 서울 시내버스에 소녀상을 설치(2017년 8월14일 세계 위안부의 날을 맞아 동아운수가 151번 버스에 설치)해서 운행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는 그걸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런 결정을 했기 때문에 언론에 나왔는데. 과연 그 상징 밖에 없을까. 그 소녀상이 가진 힘이라는 게 있지만 피해자를 어떻게 바라보게 만드는지 여러 고민을 할 수 있다”고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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