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 다시 생각해 보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인수 원점 재점검 요청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일지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보도자료에 관한 채권단 입장

[중앙뉴스=윤장섭 기자]국적 대형항공사(FSC) 가운데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위기의 시작은 유동성 문제와 신용등급 하락 등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됐다. 현산은 지난해 12월 27일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SPA를 체결하는 안을 의결한 뒤 법무 대리인을 통한 서류 작업으로 본계약을 마무리 짓고 창립 31주년의 아시아나항공을 금호그룹에서 HDC그룹으로 이동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국적 대형항공사(FSC) 가운데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사진=아시아나항공)
국적 대형항공사(FSC) 가운데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사진=아시아나항공)

당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총 2조5천억원을 투자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 6천868만8천63주(지분율 30.77%)를 3천228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구주 인수 가격은 주당 4천700원을 적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에 "즉시 착수해 아시아나항공을 조속히 안정화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항공사로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또 "HDC그룹과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도 빨리 모색하겠다"고 밝혀 아시아나항공의 제2 도약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는 분위기 였다. 하지만 불과 2달여가 지난 올 2월에 중국 우환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4월까지 국내외의 기업결합 신고 등 모든 인수 절차를 차질없이 마무리한다는 계획에 차질을 빗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다시 생각해 보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유 있다(중앙뉴스 DB)
아시아나항공 인수 다시 생각해 보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유 있다(중앙뉴스 DB)

▲"아시아나항공 인수 다시 생각해 보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유 있다

바야흐로 휴가의 철이 다가왔다. 덩달아 휴가에서 이동수단으로 비행기 많큼 중요한 교통수단도 없을 듯 하다.

코로나19가 방역당국의 노력과 국민들의 생활거리두기 실천으로 차츰 확산 속도가 줄어드는 듯 하자 여행업계가 여름 성수기에 맞추어 항공예약을 서두르는 등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나라들이 외국인들에 대한 입국을 막고있는 상황이어서 국제선의 비행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항공업계는 국제선의 증편이 많아야 이익을 낼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비상 시국에는 대형 항공사들 조차 경영에 어려움을 격고 있어 자칫 항공사의 부도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국내 제2의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절차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항공업계에서는 현산의 인수 포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매각 작업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공급과잉과 과열 경쟁에 우려를 나타냈었다. 특히 코로나19 같은 복병을 만나 항공업계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에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도 엿보인다. 몆몆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을 원톱으로 2~3곳의 LCC만이 살아남을 수 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에 대해 산업은행과 채권단,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 등에 원점 재검토를 요청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한국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다만 계약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4조 5천억원 넘게 늘어난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실적 등"이 하락했다는 점을 들어 인수조건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한번 재 조정을 하자고 요구했다. 요구는 공문을 통해 전달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한국산업은행에 보낸 공문에서 "한국산업은행 및 계약 당사자들 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공적으로 종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현산은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 등을 살펴 보자"는 것,

앞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현산에 아시아항공의 인수 의사를 재 확인하기 위해 공문을 발송했다. 채권단이 현산에 공문을 발송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일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일지.(사진=연합)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일지.(사진=연합)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전이 본격화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경이다. 지난해 7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매각 공고를 내기로 하면서 국내 사상 첫 대형 항공사 인수전이 본격화됐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업계에 쉽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7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는 위험조건이 붙어있어 웬만한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도 나왔다. 그러니까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하려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기업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당시 인수 주체로 거론된 기업은 SK‧한화‧GS‧CJ 등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과 실적, 외부 위험 요소 등을 고려할 때 대략 매각 가격이 1조5000억원에서 2조원까지로 예상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은 "아시아나항공 같은 매물은 두 번 다시 없다"며 매각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항공업계는 아시아나항공이 국제선 노선 70여개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항공사일 뿐 아니라 취득이 어려운 항공운송사업면허를 보유하고 있어 많은 대기업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내다봤고 결국 現代 家에서 인수의사를 보였다. 당시 현산이 인수할 대상에는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금호리조트 등도 포함됐다.

사실 당시 재계에서는 인수전이 과열돼 아시아나항공 몸값이 당시 추정치보다 더 오를 것을 우려해 인수 의사가 있는 기업이 인수전 참여를 숨기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또 국내에서 항공사 인수합병(M&A)이 처음 이뤄지는 만큼 기준이 될 만한 사례가 없어 적정 인수가격이 불확실 했다. 

현대가는 지금까지 선박과 자동차 등 육상과 해상 등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지만 하늘을 지배하는 항공에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다가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2월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섰다.

당시 현산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久株(구주)를 3228억원에 사들이고 유상증자를 통해 新株(신주) 2조 1772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방식의 계약이었다. 당시 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리고 6개월 뒤인 이번달(6월)27일까지 거래를 마치기로 했다.

하지만 상황은 순리되로 진행되지 않았다. 실제로 1차 유상증자 납입일이었던 지난 지난 4월 7일에는 납입일이 연기됐고, 4월 30일로 예정된 구주(久株) 인수일도 미뤄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냐 포기냐 고민하는 현산

아시아나항공 인수냐 포기냐 고민하는 현산.(사진=연합)
아시아나항공 인수냐 포기냐 고민하는 현산.(사진=연합)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두고 HDC현대산업개발의 고민이 깊다. 인수냐 포기냐 둘 중에 하나다. 포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은 항공 업계에서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를 고려해서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영업손실은 3700억원, 당기순손실은 6700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2018년 649.3%에서 작년 1386.7%로 2배 넘게 급증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HDC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300%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코로사 사태로 상황이 악화하면서 이 또한 미지수가 됐다"며 "흑자 전환은 2021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2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HDC는 정상화를 위한 자금 투입 등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나항공의 운항률은 현재 7.6%까지 떨어졌다. 매출은 급감했으나 인건비와 리스비 등은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부터 무급 휴직 비중을 늘려 직원 절반만 가용하고, 대표와 임원은 월급을 60~100%까지 반납하는 등의 자구책을 내놨지만, 리스비 지출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리스비용으로 약 5100억원을 지출했다. 매달 리스비로만 400억원 가량이 나가는 셈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난 HDC는 주식가치 대비 3배 이상의 값을 치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제시한 금액은 2조5000억원이지만, 5월 30일 기준 시가총액은 7400억원에 불과하다.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인수에 종지부를 찎어야 하는 현산의 입장에서는 채권단에 인수와 관련된 모든 조건을 원점에서 다시 주판을 놔보자는 입장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9일 공식 입장을 통해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인수가치를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재점검 및 재협의를 위해 계약 상 최종기한일(Long Stop Date) 연장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채권단 측에 회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수 계약 체결일 이후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이 명백히 발생되고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2019년말 기준 2조 8천억원의 부채가 추가로 인식되고 1조 7천억원 추가 차입으로 부채가 4조 5천억원 증가됐다.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말 현재 계약 기준인 전년 반기말 대비 1만 6126% 급증했다. 자본총계는 올해 1분기말 기준 전년 반기말 대비 1조 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 경고등이 켜졌고, 순손실도 8천억원 이상 확대됐다.

만일 인수가 무산되면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2500억원을 손해 보게 된다. 일각에서는 위약금을 내더라도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인수를 포기하는 게 낫다는 평이 나오지만, HDC 경영진은 인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도 권순호 HDC 대표는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보도자료에 관한 채권단 입장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인 산업은행(중앙뉴스 DB)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인 산업은행(중앙뉴스 DB)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지난 10일 오후 채권단 공동 보도자료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보도자료에 관한 채권단(산은, 수은) 입장'을 발표했다.

채권단은 현산의 인수의지 표명에 환영하나, 인수확정 조건에 관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산이 "서면으로만 논의 진행하자는 것은 진정성에 의문 제기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다음은 산업은행의 HDC현산 입장문에 대한 보도자료 형식의 답변 전문이다.

▶채권단 “HDC, 인수조건 먼저 제시하고 협상장 나오라"[답변 전문]

’20.6.9(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측’)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관련 보도와 관련하여, 산업은행은 현산측이 그동안 인수여부에 관한 시장의 다양한 억측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 피력이 늦었지만 인수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산측이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인수를 확정하기 위한 제시조건은 이해관계자간 많은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서 서면으로만 논의를 진행하는 것의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산측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우려도 표명하였다.

한편, 산업은행은 현산측이 요청한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 내용 관련해서는 효율성 제고 등의 차원에서 이해관계자간 논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현산측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향후 공문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줄 것도 당부했다.

이와 별개로 산업은행은 현산측이 제시한 조건에 대하여는 이해관계자간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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