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유튜버 활용한 당 선거 전략
과대 대표된 극우 유튜버
한 줌도 안 되는 극우 세력
김종인 위원장의 메시지 전달 능력
창의적 관점과 소장파
탁현민 같은 ‘신 디자이너’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다들 미래통합당이 극우 유튜버에 끌려다녔다고 말한다. 사실 끌려다닌 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했고 그것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최원선 전 새로운보수당 부대변인은 “선대위(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유튜브를 활용하라고 했다”고 증언했고 우종혁 전 새보수당 대학생위원장도 “그런 방침이 돌았다. 우파 유튜브 채널을 적극 이용하라고 했다”고 거들었다. 

오신환 전 통합당 의원은 “극우 유튜버들과도 선을 긋고 싸울 것은 싸우고 아닌 것은 아닌 걸로 했어야 했다. 우린 공당이다. 우파 유튜버들이 좌지우지하는 그런 공당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순대타운 식당에서 오 전 의원과 청년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는 최 전 부대변인, 우 전 위원장, 크리에이터 이상민씨가 참석했다. 주로 오 전 의원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대화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신환 전 의원, 이상민씨, 우종혁 전 대학생위원장, 박효영 기자, 최원선 전 부대변인의 모습. (사진=식당 직원)

극우 유튜버는 곧 통합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의미하고 동시에 태극기 세력으로도 수렴된다.

오 전 의원은 “민주당은 그렇게 극렬한 친노 친문(故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세력이 있지만 어쨌든 이번 선거에서 정봉주를 중심으로 한 열린민주당과 갈라섰다. 그 정도의 자기 자신감을 갖고 통제 가능하게 당을 운영했다”며 “근데 우리는 태극기에 휘둘려가지고 황교안 대표가 양쪽에 그걸 다 잡으려고 하다 보니까 중간지대의 광활한 그 영역으로 뛰어들었어야 했는데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최 전 부대변인은 “맨날 느끼는 건데 야당인데 여당인 것처럼 하는 것이 아직도 너무 강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파 유튜버들과 일을 해본 적이 있는데 2개의 대형 극우 채널이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나와서 하는 얘기가 문재인 독재와 민주주의가 죽었다는 말만 한다. 그렇다고 그들을 설득할 수가 없다. 그분들은 신념을 넘어 신앙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보수 유튜버들은 극렬 지지층을 이용해서 돈을 번다. 그분들의 뇌구조 가운데에는 돈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시 어떤 우파 유튜버가 우리 한 달 동안 노란딱지 몇 개나 붙었는지 계산해서 한국당으로 보내라고 하더라. 그러면 원내에서 뭘 해결해주겠다고 하더라. 나는 그런 지시를 받아서 일들을 하고는 있으면서도 과연 이게 공당이 맞는 건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정말 유착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통합당) 당대표도 출연하고 원내대표도 (해당 유튜브에) 출연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선거도 망했다”고 풀어냈다. 

사실 그들의 화력은 과장됐다. 거친 행동과 메시지도 과대 대표되는 측면이 있다. 

오 전 의원은 “(통합당 지도부도) 언론 환경이 너무 기울어져 있다고 봤고 거기라도 붙잡아야 된다고 생각한 건데 기껏해봐야 신의한수(구독자 123만여명) 보는 사람이 가로세로연구소(구독자 60만8000여명) 보고 돌아가면서 할아버지들이 자기들끼리 보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는 그 사람들을 보고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전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관악을이다. 

이번 총선 관악을에서 우리공화당 박현성 후보가 출마했는데 오 전 의원은 “도대체 왜 출마했냐고 하니까. 오신환 떨어트리러 왔다고 했다. 근데 꼴찌(589표 0.43%)했다. 거의 못 받았다”며 “그게 현실이니까 우리가 자신감을 갖고 보수의 정통성을 갖고 중간지대로 확장해가려는 의지가 명확해서 여기와 선을 긋고 갔어야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황교안 대표도 여론조사 좀만 좋게 나오면 이렇게 갔다가 저렇게 갔다가 출렁출렁 춤을 췄다”고 묘사했다. 

(사진=식당 직원)
오 전 의원은 극우 유튜버와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우 전 위원장)

통합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씨는 “당내 방송이라고 하는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도 최대 적폐”라며 “바른정당 때는 반대파인 정봉주도 초대해서 팟캐스트를 했다.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 같은 정당이라서 그럴 수 있었겠지만 보수의 플랫폼 역할을 했다. 새로운 보수라는 담론을 놓고 어떤 사람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바른정당의 실험을 방송적으로도 높게 평가한다. 오른소리는 극우 유튜버와 그들에게 돈을 내는 사람들에게 의지를 하다 보니까 계속 자극적인 발언만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은 돈과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가 지향하는 보수를 이야기하는 바담바담(과거 바른정당 유튜브 프로그램) 같이 그런 수준으로 가야지 문재인 정부가 독재니 공산화된다느니 그렇게 떠들어대면 그것 자체가 낭비”라고 밝혔다.

최 전 부대변인은 “오른소리가 총선 때는 더더욱 똑같은 메시지만 나오도록 획일화됐다”며 “출연진도 특정 그룹으로만 제한시켰다. 위에서 뭔가 방침이 내려왔다”고 지적했다.

오 전 의원도 “그게 젊은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표를 확장해서 더 가져올 수 있는 영역이 명확한데 그래서 통합도 하고 한 것”이라며 “여전히 보수 극우 유튜버들과 놀고 있으니까. 그것은 우리끼리 자위하고 있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씨는 “(극우 유튜버들은) 그냥 친한 사람들의 술자리 같은 것”이라고 규정했다. 

현재 그나마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메시지 유통의 메커니즘을 변화시켰다.

오 전 의원은 “정당이 갖고 있는 것은 두 가지다. 메신저와 메시지다. 지금 김종인이란 사람은 일시적 메신저”라며 “본인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100배 활용해서 잘 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정책의 측면에서 국민들을 설레게 한다. 그것도 예를 들어 지금 종일보육제 같은 경우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예산도 들어가고 사교육 문제도 있고. 근데 김 위원장이 고도의 전략을 쓰고 있다고 나는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 전략은 2030세대와 민주화 운동권 세대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오 전 의원은 “과거 386 운동권 세대와 지금 20~30대 젊은 세대들을 분리시키려고 하는 그런 과정”이라며 “이미 386 운동권 세대는 기득권화 됐고 그걸 바라보는 지금 20대들의 감성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3가지가 있어야 한다. 재밌어야 하고, 쓸모가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감동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걸 가지고 우리가 접근해나가면 20대는 좀 (문재인 정부의 주류 운동권 세대와) 분리시킬 수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좀 투자를 해야 한다. 내가 볼 때는 내후년 대선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그 다음 긴호흡으로 7년을 바라보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식당 직원)
오 전 의원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우 전 위원장)

그런 의미에서 오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의 역할론을 지지하고 있다.

오 전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이 어쨌든 외부자적 시각에서 지금 우리가 손가락질 받고 있는 과거의 구태스러움, 친박스러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경험이 있다”며 “또 공천이 있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이 와서는 현역 의원들이 흔들어댈 것이기 때문에 그냥 아무 것도 못 하고 오합지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종인 위원장쯤 되니까 장제원 의원이 거칠게 비판을 해도 콧방귀도 안 뀌고 갈 수 있는 것 같다”며 “그동안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의 정책에 대응하고 공격하는 보수정당의 모습이 주로 나왔는데 지금은 모든 언론사에서 김종인이 말한 정책 아젠다에 대한 것들을 먼저 뽑고 그 다음에 민주당의 반응까지 나오니까 이게 프레임 자체가 뒤집어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 사람 스타일이 원래 던지고 그냥 냅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당도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 것인지가 중요하다.

오 전 의원은 “연극을 했기 때문(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20대까지 연극배우로 활동)에 기존에 보던 시각과 다른 시각으로 보려고 항상 고민한다. 연극인이나 문화예술인들이 원래 그렇다”며 “배우가 역할을 맡아 캐릭터라이제이션을 할 때 예를 들면 왕자를 표현한다고 하면 누가 봐도 저 사람은 왕자라고 하는 그런 왕자만 표현하면 그것은 50점이다. 왕자는 왕잔데 그 왕자만이 갖는 독특한 창의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늘 세상을 뒤집어보고 다른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니까 보수가 과거 16대에서 17대로 넘어올 때 늘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소장파들이 있었다. 미래연대(미래를위한청년연대)부터 수요모임(새정치수요모임)이나 이런 것들이 있었다. 19대~20대로 들어오면서 친이계(이명박 전 대통령)와 친박계(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개싸움이 있었고 보수가 완전히 토대를 잃어버리고 무너져내린 것”이라며 “우리가 여기서 다시 긴호흡으로 사람도 길러내고 투자도 하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단 통합당이 갖고 있는 꼰대스러움과 구태스러움, 기득권처럼 보이고 늘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그런 것들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창했다. 

특히 오 전 의원은 통합당에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같은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오 전 의원은 “이번에 비대위에 얘기한 것이 우리도 탁현민처럼 신 디자이너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광고 카피라이터가 아니라 신을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행사를 하더라도 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연극 연출가든, 뮤지컬 연출가든, 오페라 연출가든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신을 만들어야 된다”며 “정당은 미디어에 노출돼서 미디어라는 환경을 통해서 그 정당의 이미지나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전달된다”고 밝혔다. 

이어 “하다 못 해 탁현민은 밥상에 앉아가지고 독도에서 뭘 가져와서 의미 부여를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게 전혀 없고 언론 환경도 안 좋은데다가 맨날 이상한 것만 나간다”고 말했다.

(사진=식당 직원)
오 전 의원은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제대로 된 장면 연출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우 전 위원장)

예컨대 오 전 의원은 “(비대위 회의를 할 때 카메라가 찍고 있는데) 김 위원장과 30대 초반 거의 손자뻘 되는 (정원석 또는 김재섭) 비대위원이 만나서 인사를 할 때 두 손을 잡고 90도로 인사하는 것이 사진 찍혀서 나간다고 하면 저 당은 비대위 시작도 전에 끝났구나(라고 평가를 받게 된다)”며 “저런 꼰대스러움 이게 20~30대 코드에 안 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내가 집에 들어가도 아들들이 게임이나 하고 있지 인사도 안 한다. 물론 나는 옛날에 아버지가 오시면 문 앞으로 나가서 인사하고 그랬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며 “그런 보여지는 이미지 한 컷을 어떻게 우리가 고민해서 뭐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것까지 섬세하게 우리가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진보진영은 미디어 마케팅의 전통이 있는 편이다.

이씨는 “진보진영에서는 뉴미디어 활용 전략의 역사가 깊다. 나는꼼수다 때부터 김용민 PD 같은 전략가들이 기획을 한 것”이라며 “(진보진영은) 국민TV 같은 플랫폼을 만들어서 원외에서 유명한 분들을 출연시키고 방송인도 길러낸다. 정영진 시사평론가나 방송인 최욱씨의 케미도 그런 도전 속에서 발굴된 것 아닌가. 기획자인 탁현민 비서관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보수 쪽에는 그러한 인재들이 전혀 없다”고 밝혔고 최 전 부대변인도 “지금 그 사람들이 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호응했다.

오 전 의원은 2012년 당 청년위원장을 맡았을 때 박 전 대통령의 출정식 연출 경험을 들려주며 좋은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오 전 의원은 “대선 출정식 할 때 뻔하지 않은가. 피켓들고 소리지르고 연설하고”라며 “(다르게 해보려고) 워킹맘의 시각에서 영상을 찍어서 연출했다”고 밝혔다. 

워킹맘의 삶에 치여 힘든 30대 여성이 박 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직접 만나는 설정을 공들여서 연출했는데 옥에 티가 있었다. 그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실수로 폰을 거꾸로 든 것이다. 

오 전 의원은 “그때 폰을 거꾸로 들었다. 사진을 클로즈업으로 찍었는데 언론에서는 여전히 소통 안 되는 박근혜. 내가 그걸 대응하느라고 혼났다”고 회고했다.

궁극적으로 오 전 의원은 “연극적 코드를 녹여서 연출을 해본 것이고 그게 전부 다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감성 코드를 잡아내야 한다”며 “요즘 청년들이 정치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겠는가. 20대들의 감성 코드는 굉장히 개인화 돼 있는데 정치인들이 그냥 청년 정책을 만들어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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