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도입 국가 없어
지금은 할 상황 아니다
홍남기의 권한 밖 이야기
선별론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다시 한 번 기본소득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선별적 복지론을 설파했다.

홍 부총리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래경제문화포럼 조찬모임>에 참석해서 “지구상에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가 없다. 복지는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국민들에게 20만~30만원씩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지금은 기본소득을 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 현재 복지 예산이 180조 가량인데 전국민에 30만원씩만 줘도 예산 200조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산 200조원을 우리 아이들이 나눠 부담하도록 하는 게 맞는가. 소득이 가장 높은 사람에게 빵값 10만원을 주는 것보다는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밀려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지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며 “스위스는 기본소득을 국민 투표에 부쳤지만 국민들이 기존 복지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형평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의 말처럼 현재 복지 선진국인 유럽 국가들도 전면적인 기본소득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다만 범주형 기본소득의 취지를 실현하는 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은 꽤 있고 유럽에서 기본소득 담론이 강력하게 형성된 이유가 있다. 현대사회 자체가 경제 시스템에서 인간 소외를 가속화시키고 고용없는 성장으로 집약되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대표적인 기본소득 반대론자이자 선별 복지론자다. (사진=연합뉴스)

김찬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4월8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김찬휘TV를 통해 “빈곤층에 집중하는 복지 정책은 제대로 된 복지정책으로 착각될 수 있는데 사실 복지국가의 미래와 현재를 망치는 것”이라며 “세금을 두둑하게 함께 내면서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인드가 쌓여야 그게 복지국가로 가는 것이다. 복지국가가 세금 부담이 많다는 것은 개나소나 다 아는 일이다. 세금을 함께 내면서 연대와 사회공동체가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경험을 모두가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선별하면) 각자도생할거야. 혼자 살 거야. 이렇게 된다. 이 수혜에서 제외된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는 복지국가 전반에 대해서 매우 싫어하게 된다”며 “이거는 유럽에서 발생했던 일이다. 북유럽의 국가들은 보편 복지로 해서 함께 증세해서 복지국가를 이뤘다. 반면 남유럽의 나라는 이번에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많이 죽었는데 왜 그렇게 된 것인가”라고 환기했다.

즉 “이탈리아는 가면 갈수록 빈곤층에 집중한 복지를 했다. 빈곤층이 아닌 사람들은 세금을 가면 갈수록 안 내려고 한다. 이렇게 빼돌리고 저렇게 빼돌린다. 복지국가라는 공동체가 붕괴된다. 그래서 정부의 70% 선별은 이런 신호를 주는 것이라 정말 안 좋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여권에서는 광역단체장과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심지어 미래통합당에서도 도입 검토 수준으로 여러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재원 추계의 권한을 넘어 기본소득에 대한 가부 입장을 밝히는 등 복지정책의 방향에 대해서까지 왈가왈부하고 있다.

홍 부총리가 연일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 복지 예산이 얼마가 됐든 그걸 보편적 복지에 사용하든 기본소득으로 사용하든 그 부분에 대한 결정은 홍 부총리의 관할 영역이 아니다. 근데 우리가 자꾸 헷갈려 한다”며 “(기재부 수장으로서)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하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의 관점에서만 이야기를 하면 될 문제지 지출을 어떻게 할 것이냐 즉 기본소득으로 갈 것이냐, 보편적 복지로 갈 것이냐, 선별적 복지로 갈 것이냐는 경제부총리의 영역이 아니다. 절대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홍 부총리의 태도만 봐도) 한국이 관료 국가라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건데. 국민과 언론이 좀 문제가 있다. 당신이 뭔데? 이런 반응이 있어야 한다. 당신(홍 부총리)은 이런 복지 정책을 펼치면 곳간이 몇 년안에 몇 퍼센트 소요된다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 그런 관점에서의 대책은 있어야 한다”면서도 “복지 정책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홍 부총리가 뭐라고 언급할 게 아니라 선출직 책임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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