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유력 대권 주자로 남아야
당권 나가면 리스크 크다
재보궐 부담
금태섭 추대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낙연 의원(5선)은 차기 대권 주자 1위로 30% 대 지지율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그런 이 의원이 5월말 고심 끝에 당권 도전을 시사한 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판세가 급변하고 있다. 김부겸 전 의원(4선)은 대권 포기를 선언하고 당권에 올인하겠다고 배수진을 쳤고 다른 군소 후보들(우원식·홍영표)과 단일화 행보에 나서고 있다.

민생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국진씨는 4일 오전 국회 소통관 식당에서 기자와 만나 “6~7개월짜리 당대표는 그 자체로 무리수이지 않을까?”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 사례를 들어 당권을 쥐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도 반년짜리 당권을 하려고 나선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정국진씨는 이낙연 의원의 당권 불출마가 훨씬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故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대게 당권을 거머쥔 경험자가 대권도 차지했다. 

정씨는 “7개월 당대표라고 하면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표를 줄까?”라며 “문재인 대표는 그래도 임기 2년을 다 채우진 못 했지만 임기를 반(2015년 2월~2016년 1월)이나 채웠다. 최소한 1년은 넘겨야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7개월 당대표에게 당원들이 표를 안 줄 것이다. 3김 시대(故 김대중·김영삼·김종필)라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마 당에서 가장 강력한 대권 주자를 죽이겠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전당대회의 어떤 흐름에 따라 엄청 스크래치가 많이 날 것이다. (인터뷰 시점상 그런 뉴스가 나오기 전이지만) 김부겸 전 의원이 대권 도전 안 하고 당권만 하겠다고 하면 정말 쉽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시까 보기에 김 전 의원은 “대권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좀 늦추는 것인데 김부겸 자체가 업그레이드가 안 되고 있는 이유가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이 의원이 그나마 호남이나 민주당 내에서 중도적 표심에 기대야 하는데 그 중도적 표심은 김 전 의원과 겹친다”고 주장했다.

즉 당내 비문계(문재인 대통령)와 호남 표심이 중요한데 김 전 의원이 당권에 올인했을 때 이 의원이 그걸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씨는 “호남 당원들은 김 전 의원이 대권 포기 선언을 하면 김부겸에게 표를 준다. 김 전 의원이 대권 도전을 하면 이 의원의 앞길에 방해되니까 표를 안 주지만 만약 대권 포기로 가면 일단 호남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은 적이 있다”며 “그래서 영남의 김 전 의원이 당대표를 해야 호남의 이 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데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낙연 대 김부겸 구도를 바라는 친문의 갈라치기 전략일 수도 있다.

정씨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김 전 의원과 만나서 출마를 권유했다는 말도 있는데 어쩌면 작전일 수도 있다”며 “갈라치기를 해서 홍영표 의원을 당선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우원식 의원은 당대표로는 어렵다. 당원들에게 인기가 그리 많지 않다. 우 의원 본인 체급 올리려고 그렇게 하는 것 같지만 내가 봤을 때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부산시장까지 걸려 있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의 판이 커지고 있는데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씨는 “설령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어도 문제다. 내년 4월 재보궐의 책임을 져야 하는데 8월 전당대회 끝나고 9월, 10월, 11월, 12월, 1월, 2월, 3월 7개월 반하고 마무리 한 뒤에 신임 대표를 다시 뽑아서 재보궐에 임한다?”라며 “그게 좀 많이 무리수다. 내년 재보궐은 올해 선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묻혔던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그렇고 아직 (재판) 결과가 안 나왔지만 여당 지도부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 한 불리한 선거”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면 그 전까지 당대표였던 이 의원이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가 분명 나오게 된다”며 “이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그 정도의 이미지로 가는 게 좋지 내년 재보궐까지의 불확실성을 키울 필요가 없다”고 당권 불출마가 낫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 의원도 주변 책사들이 있을테고 바보가 아닐텐데 왜 그런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당권 도전을 결심하게 됐을까.

정씨는 “송영길 의원(5선)이 안 나간다고 하니까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고 어쨌거나 당내 기반이 없다는 약점이 사실이니까 그걸 매꿔보려고 했을 것”이라며 “그런 플러스가 없는 것은 아닌데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마이너스가 훨씬 많다. 내년 재보궐 같은 경우도 이낙연 개인 브랜드로 돌파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좀 힘들다. 이낙연 대 김종인으로 당대표 맞대결이 되는데 어려워 보이고 김종인에게 이낙연이 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이행자 전 사무부총장이 국회 앞 민생당 당사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국진씨 제공)

현재 민생당은 원외정당이 된 마당이라 그 어떤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소위 당권파(이수봉 비상대책위원장)와 비당권파(이행자 전 바른미래당 사무부총장)로 나뉘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정씨는 비당권파에 힘을 보태고 있고 이수봉 비대위원장이 김정화 전 민생당 공동대표와 함께 당권을 나눠먹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비당권파는 김종배 전 민생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금태섭 추대론’을 띄우고 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최근 민주당에서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표결에서 기권표를 행사한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정씨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주장대로) 그 징계(구두 경고)가 가볍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 징계 기록이 두고 두고 당 기록에 남아서 향후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금 전 의원은 이미 민주당에서 추가적인 입지 확보를 하기가 어렵다. 이번 징계는 다음 공천이 없다는 선언과도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 전 의원 본인이 재선에 실패한 초선 의원인데 작은 당의 대표급인 비대위원장이 된다고 한다면 충분히 괜찮을 것”이라며 “본인이 4년간 민주당 내에서 아무 것도 못 할 바에야 민생당에 오는 게 낫다. 어쨌든 민생당에 전직 의원들이 20명 넘게 있다. 내년에 어찌됐건 재보궐의 판이 커질 것이고 혹시라도 민생당이 다시 원내 진입을 하게 된다면 예를 들어서 재보궐에서 웬만한 수도권 지역에 금 전 의원이 출마하면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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