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상임위원장 다 포기
민주당 압박
당명 바꾸자
주호영의 홀로 장외투쟁
민주당은 통합당 복귀 촉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원구성협상이 15일 이후 미래통합당 패싱으로 파행에 이르렀고 주말까지(20일~21일) 진척되지 않는 가운데 조금씩 출구전략의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냥 18개 상임위원장 다 내주고 사회적 약자에 집중하는 당 이미지를 구축하자는 발언을 했고,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사찰 칩거 중에 더불어민주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통합당 투톱이 결이 다른 워딩을 내놓은 것 같지만 강온 전략 역할극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김 위원장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근처 여의도 식당에서 비공개 오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저쪽에서 밀어붙이면 방법이 없다. 상임위원장 18개 다 포기하고 가자”며 “18개 상임위원장을 가져가려고 밀어붙이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그쪽에서 밀어붙이면 우리가 지금 당장에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그냥 18개 상임위원장 전부 다 넘기고 정책과 서민을 챙기는 이미지를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핵심은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인데 과거 민주당이 야당일 때 법사위를 갖고 가는 등 통합당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통합당의 총체적 난국이 총선에서 엄중한 심판을 받기도 했고 더 이상 원구성협상 정국을 가져가면서 국회 공식 일정을 보이콧하게 되면 대국민 이미지상 좋을 게 없다. 

그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원구성협상 약자임을 인정하고 원내 보이콧 철회 △정책 전문성 어필 △사회적 약자를 챙기는 이미지 구축 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비례 의원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 앞으로 초선 의원들이 외교안보 관련 부분에서도 여당보다 전문성있게 하고 있으니 역할을 좀 해달라. 국회 입법 활동과 약자를 위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앞으로 보수니 진보니 따질 필요가 없다. 국민하고 약자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챙기느냐가 중요하다. 과거 대선 예를 봐도 약자 챙긴 사람들이 대선에서 더 지지율이 높지 않았느냐”고 밝혔다.

이어 “(초선 의원들의 배정) 상임위는 전문성에 맞게 가야 한다. 전문성을 살려서 배치를 해야 할 것 아닌가. 되도록 그렇게 될 것 같다”며 “비례대표로서 의원활동, 입법활동 열심히 하고 국민의 삶을 체감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내라. 소통관(국회 기자회견장)에 일주일에 한번씩 가서 의제를 열심히 내라”고 주문했다.

15일 박병석 국회의장에 의해 강제로 상임위가 배정된 통합당 의원들은 16일 전원 사임계를 제출했다. 현재 북한 이슈가 갈수록 급박해지고 있는데 만약 통합당이 김 위원장의 뜻대로 원내 보이콧을 철회하고 외교안보 상임위 위주로 부분 등원을 하게 되면 상임위 재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그렇게 될 경우 비례대표 의원들이 자기 전문성에 맞게 상임위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다.

대외적인 이미지 메이킹이 무척 중요한데 관련해서 김 위원장은 당명 개정과 청년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19일 보도된 TV조선 <뉴스9>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요즘 의원들에게 새 당명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며 미래, 통합, 자유 등의 단어를 다 뺄 것이라고 공언했다. 포용적 가치를 담은 세련된 당명을 정할 것이라는 설명인데 김 위원장은 지난 4월22일 “상품이 나쁘면 상표도 바꿀 수밖에 없다. 물건이 안 팔리면 그거야 뭐 당연한 얘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22일 당 청년 조직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청년 당원들이 별도의 지도부를 선출해서 건강한 내부 견제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주호영 원내대표는 15일 이후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김 위원장이 통합당의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에 주 원내대표는 사의 표명 이후 칩거 정치를 지속하고 있다. 통합당은 구 자유한국당 시절 20대 국회에서 의사일정 거부, 삭발, 단식, 장외투쟁 등 지독한 보이콧 정치를 구사한 바 있고 이게 대국민 공감을 사지 못 해서 총선에서 폭망한 만큼 장외투쟁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현재 통합당은 보이콧으로 인한 국민적 비판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대위 상시 가동 △자체 기구(외교안보특위+경제혁신특위)로 현안 대응 △논평 정치 등을 통해 당의 기능을 살려놓으면서도 공식 상임위에 한해서만 전면 거부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즉 주 원내대표는 원내 보이콧 범위 안에서 민주당을 최대치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 

주 원내대표는 20일 경북 울진 불영사를 찾았다. 연합뉴스 김현태·조민정 기자가 현장에 갔는데 언론을 부른 것 자체가 주 원내대표의 칩거 정치가 민주당 압박용인 것을 의미한다.

주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 이게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금 완전히 파괴되고 있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어 “상대당 의원의 상임위를 일방적으로 배정하는 건 있을 수 없는 폭거”라며 “저쪽에서 늘 하는 얘기가 우리 당 혼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당신들 그래 봐야 소용없다. 그리고 우리가 무슨 얘기만 하면 발목 잡는다고 말한다. 무력감과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가 파괴되는데 비통함을 느낀다. 마음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성일종 비대위원(재선)을 통해 주 원내대표와 소통하고 있는데 하루 빨리 국회로 돌아와달라는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이날 성 비대위원이 주 원내대표와 독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상황 바뀐 것이 전혀 없지 않나”라며 민주당이 법사위 포함 6개 상임위원장(기획재정위원장·외교통일위원장·국방위원장·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보건복지위원장)을 단독 표결한 행위에 대해 뭔가 후속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 이상 뜻을 굽히지 않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성 비대위원도 주 원내대표의 의중에 대해 “빨리 국회로 와야 한다는 등 여러 말씀을 드렸는데 대답없이 한숨만 쉬더라. 금방 서울로 오지는 않을 것 같다. 많이 답답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주 원내대표는 독실한 불교 신자다.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역으로 주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아닌 통합당 내에 법사위를 고수하는 강경파 의원들에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평론가는 18일 기자와의 메시지 교환을 통해 “민주당 보다 당내를 향한 제스처가 더 큰 듯하다. 통합당 내 강경파 의원들에 대한 항의 성격이 큰 것 같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경제 위기, 3차 추경(추가경정예산), 대북 문제 등을 명분으로 통합당의 보이콧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내고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통일부장관은 공석으로 국가 안보가 위기다. 경제가 어려워 국민들의 한숨 소리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3차 추경안은 국회에 방치돼 먼지만 쌓이고 있다”며 “이 시국에 대한민국 국민 41%를 대표하는 제1야당이자 현 정부와 여당의 국정 파트너인 통합당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국민이 국가 안보와 경제 위기로 힘든 시기 온 나라가 위기에 처해 한 시간 한 시간이 아까운 지금 제1야당은 어디에 있는가”라며 “통합당이 서울 여의도 안에 있는 국회 안의 상임위원장 자리만 쳐다보고 있는 동안 국민의 고통은 커지고 국가 안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직무유기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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