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의 회고록 파동
트럼프 공격용
한국 정부 끼어들어가
정의용 발끈
프레임에 맞추려는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트럼프 정부의 비합리적인 외교술을 폭로하고 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THE ROOM WHERE IT HAPPENED) 파동이 거센 가운데 불똥이 청와대로 튀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018년 6월 성사된 1차 북미 정상회담(싱가폴 회담)을 추진한 당사자였다는 주장이 회고록을 통해 제기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정 실장이 평양과 워싱턴을 오가며 양국 정상에 다이렉트로 만날 것을 제안했고 이내 트럼프 대통령이 충북한 숙고없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모순적이게도 정 실장이 후에 애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건 자신이었다고 거의 인정했다”면서 “이 모든 외교적인 판당고(남녀가 서로 약을 올리며 구애하는 듯이 쫓아다니는 스페인의 전통 춤)는 한국의 창조물이었다. 김 위원장이나 우리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아젠다와 더 많은 관련이 있었다”고 피력했다.

볼턴 전 보좌과과 정의용 실장의 모습. (사진=청와대)

이에 대해 정 실장은 22일 오전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입을 빌려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며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자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기대한다”며 “이런 부적절한 행위는 앞으로 한미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와 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수석은 재차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 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윤 수석은 21일 저녁 급하게 이러한 정 실장의 항의를 미국 NSC(국가안보회의)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청와대가 사실관계 차원에서 일일이 반박했다기 보다는 이러한 행위 자체의 비난가능성에 주목해서 반응하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이 쓴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사진=연합뉴스)

사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최측근 참모로 있다가 내쳐지고 나서 저격수로 돌변한 사례는 일종의 패턴처럼 반복됐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존 켈리 전 대통령 비서실장,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에 볼턴 전 보좌관까지 급작스런 해고 통보에 화가 나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려는 과욕이 앞서기 마련이다. 

이번 회고록도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붙이려는 것이 최대 목적이었는데 이를 위한 수단으로 한국 정부가 동원됐다. 즉 북미 정상회담 자체가 한국 정부에만 이익이 되고 미국에는 도움될 게 없었다는 볼턴 전 보좌관의 주장은 본인의 의도에 끼워맞추기 위한 일종의 프레임에 불과하다. 이런 지점을 감안하고 볼턴 전 보좌관의 폭로를 걸러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윤 수석의 브리핑 직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질의응답에 나선 고위관계자 A씨는 “(볼턴 전 보좌관의 행위는) 정상 간 협의 과정을 밝히지 않는다는 외교관계의 기본을 망각한 것으로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조차 부적절하다”며 “한국이나 미국 뿐 아니라 (모든 국가) 대통령의 참모는 비밀준수의 의무가 있는 것으로 안다. 더욱이 볼턴 전 보좌관은 일종의 허위사실을 퍼트렸으니 미국 쪽이 판단해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A씨는 “(볼턴 전 보좌관이 문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대해 schizophrenic idea 조현병 같은 생각이라고 혹평한 것과 관련) 본인이 더 그런 것 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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