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

 

윤장섭 기자
윤장섭 기자

21대 국회를 바라보고 있자니 도저히 화가 치밀어 참을 수 가 없어 이렇게 몆자 적어본다. 소위 국민을 대표하고 나랏일을 보겠다고 해서 뽑힌 이들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민의의 전당이라 불리는 국회다.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 였다고 의원들 스스로가 인정했고 또 반성을 한 지도 불과 몆달 되지도 않았건만 이번 21대 국회는 시작부터가 20대 국회 저리가라 할 정도로 싹이 노랗다.

국회의원은 잘못된 법을 고치고 새로운 법을 만들며 국민들이 편안한 삶을 살수 있도록 하며 또 행정부가 나라 살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정감사는 물론 국정조사, 더 나아가 특검까지도 불사해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재하는 것이 국회의 역활일 진데 최근 이상할 정도로 감시와 감독, 기능이 사라졌다.

제1야당인 통합당의 견제 기능이 사라지면서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는 정부의 꼭두각시가 되어가고 있다. 적수가 없는 국회는 민주당의 놀이터다. 그래서 정부가 주문만 하면 앞뒤 안가리고 방망이를 두둘길 태세다. 이게 민주주의 국가인지 사회주의 국가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동량지재(棟梁之材)라는 말이있다. 마룻대와 들보로 쓸 만한 재목(材木)이라는 뜻으로,나라의 중임을 맡을 만한 큰 인재(人材)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경제와 안보, 외교, 교육, 사법, 정치 등 어느것 하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역사서를 살펴보면 나랏님이 눈을 감고 귀를 닫을때 국가의 위기가 몰려온다는 사실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재밋는 것은 감언이설(甘言利說)하는 자와 충언(忠言)하는자, 간언(諫言)을 서슴치 않는 인물들이 꼭 동시에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작금의 대한민국이다. 아주 멀리 시계바늘을 돌리지 않더라도 구한말(舊韓末)이자 대한제국에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한 인물에 대해 몆가지 짚고 넘어가자.

구한말은 일반민중에게 권력이 나오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지배층과 민중이 명확하게 분리된 전형적인 중세사회였다. 이때 주목을 받은 인물이 있다. 바로 나라를 망친 5적중 대표적인 이완용이다.

이완용은 양반 출신으로 당시 구한말 정치의 중심에 있던 노론(老論)의 수장었다. 실제 을사조약을 맺을 당시 찬성자의 대부분이 노론인들이었다. 다시말해서 대한제국을 무너뜨린 일등 공신들은 국가에 녹을 먹으며 자신들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했던 양반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입법과 행정의 주역들이다.

미 유학파 출신인 이완용도 처음엔 나라를 위해 잘해보려고 했다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힘의 논리에 굴복한 기회주의자 였다.

을사조약이 일본과의 전쟁을 피하고 백성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고 괴변을 늘어놓은 이완용에게 역사는 그를 매국노라 칭한다.

이완용 처럼 평화주의자 가면을 쓰고 반만년 역사를 이어온 삼천리 금수강산을 통째로 내어준 역적과 같은 정치인이 12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주변에도 분명 존재한다.

솔직히 기자의 눈에는 작금의 정치가 구한말의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완용과 같은 부류의 정치인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자신보다 힘이 쎈 사람이나 단체에 아주 말을 잘 듣는다는 것, 그렇다면 눈을 크게뜨고 여의도로 신(新) 정치 1번지로 들어가 보자.

 21대 국회가 원구성을 제대로하지 못한 채 반쪽 국회로 문을 열었다. 민주당이 슈퍼 여당이라는 힘의 논리를 앞세워 국회 운영에 독단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야당과의 협치는 실종됐고, 의정 전망은 돌격 앞으로다. 18개 상임위 전체를 여당이 가져가고,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는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방망이를 두둘겼다.

4.15 총선에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176석 이라는 어마무시한 힘으로 어깨와 목에 힘을주고 ‘일하는 국회’를 하겠다며 야심차게 문을 열었지만, 여야 합의에 기반을 둔 '일하는 국회' 의 멋진 모습은 민주당의 독선의 정치로 물건너 갔다.

상임위를 싺쓸이 한 민주당은 마치 전쟁에 나서는 전사들과 같은 모습이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용기와 결단을 주문한 원내대표의 비장한 모습에서 구한말의 노론파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국회가 개원한지 1달여 지난 지금, 박병석 국회의장을 뺀 176석의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선거 직후 겸손한 태도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했지만 최근의 모습을 볼때 겸손함이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가 없다. 특히 이해찬 대표의 권위적인 태도는 선거 전의 모습과 너무나도 달라 비난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다. 민주당의 오만, 독선과 아집은 그저 한겨울에 비치는 잠깐의 햇볕에 불과하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듯 하다.

4.15총선에서 국민들은 여당인 민주당에게 177석이라는 엄청난 힘을 실어 줬다.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야당의 무능에 국정을 맡길 수 없다는 우려 때문 이었다.

솔직히 민주당이 집권 여당으로 지난 3년간 잘했다고 한 것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못 찾겠다. 바닥으로 추락한 경제, 위태로운 안보, 끝이 보이지 않는 실업률 등 어느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한 것이 없다. 오히려 갈등만 더 부추겼다.

입법부의 모든 힘은 이제 민주당으로 넘어갔고 22대 국회까지 4년간 민주당은 칼자루와 함께 양날의 검을 다 쥐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야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얼마든지 이룰 수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이완용의 자손들이 영원히 국민들에게 죄인이듯이 작금의 정치사에서 의원들은 행여 국가와 국민들에게 죄를짖지 말라. 후대 역사에서 당신들의 잘못 때문에 후손들이 역적이나 매국노로 손가락질 받을까 걱정 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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