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1000억원 3차 추경 의결
배진교 원내대표가 강력 유감을 표한 이유
통합당도 자격 없다
2중대 프레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총선 압승의 파워가 제대로 관철됐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3차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된 것이다. 103석의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원내 보이콧 중이었고, 진보 야당 정의당은 전원 기권표를 던졌다. 심지어 민주당보다 더 친문(문재인 대통령)으로 여겨지는 열린민주당 소속 강민정 의원은 교육 방역 예산이 줄었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3일 22시반 즈음 국회 본회의장에서 3차 추경이 통과됐다. 결과는 재석 187명 중 찬성 180명, 반대 1명, 기권 6명이었다. 동시에 기금운용계획변경안 등 예산 부수법안 37건도 의결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다음날(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3차 추경 배정계획안과 예산 공고안 등을 처리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문재인 정부는 매년 추경을 편성했다. 코로나발 경제위기가 닥친 올해에는 △1차(11조7000억원) △2차(12조2000억원) △3차(35조1000억원)까지 추경으로만 59조를 썼다. 3차 추경은 역대 최고 액수다.

여권은 스피드에 올인했다. 

본회의 개의 전에 열린 예결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정성호 위원장이 랩 하듯이 회의를 진행했다. 5월초 시작된 원구성협상이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문제로 두 달을 끌었고, 끝내 협상이 결렬됐고, 국민들의 불경기 고통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이라 그런지 민주당은 경주마처럼 질주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민주당에게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본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민주당의 모습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월요일(6월29일) 본회의가 끝난 직후 모든 상임위가 소집되어 정부 제출 추경안을 예비 심사했다. 말이 심사지 잠시 거쳐 가는 수준이었다. 4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상임위도 있었다. 예결위 예산소위에서는 민주당 의원 5명(정성호·김원이·박홍근·위성곤·최인호)이 단 이틀 만에 사상 최대라는 35조 추경예산의 증액과 감액 심사를 모두 마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추경은 타이밍이라는 말 지금과 같은 재난 상황에 속도가 중요하다는 말에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심사를 촉박하게 만든 책임은 정부여당에도 있다”며 “그럼에도 청와대가 정한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제대로 심의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행위다. 3차 추경은 더 많은 공을 들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민주당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싹슬이한 상임위 지위를 맘껏 이용해서 독주 심사를 이어왔다.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본회의 발언을 통해 “야당의 견제없이 심사된 3차 추경이 얼마나 졸속으로 처리되는가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배 원내대표는 통합당에 대해 “(민주당에 의한) 졸속 추경이라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며 “3차 추경이 시간에 쫓기게 한 근본 원인은 통합당에게 있다. 오히려 민주당에게 졸속으로 처리하게 할 명분을 제공한 것이 통합당이다. 선수가 스스로 경기에 불참해놓고 경기가 끝날 때쯤 와서 경기가 무효라고 외치는 격”이라고 저격했다.

3차 추경의 골자는 △고용안정 특별대책 이행 지원(9조1000억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 등(3조2000억원) △K-방역 산업 육성 등(2조4000억원) △디지털 일자리 전환을 위한 한국판 뉴딜 예산(7조4300억원) △지속가능한 에너지 구축의 그린뉴딜(1조2200만원)로 집약된다.

배 원내대표는 “추경에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사회간접자본 사업이나 과도한 기업 지원 예산 등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지도 않고 코로나 위기와 관련없는 예산들도 있다”며 “반면 코로나 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대학생 등록금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정부 추경안을 민주당 5명의 예산소위 위원들이 단독으로 심의한데다가 그 내용을 확인할 방법조차 없었다. 내용을 모르는데 어떻게 찬성할 수 있고 또 시급한 민생을 위한 추경인데 어떻게 반대할 수 있겠는가”라며 “결국 민주당은 민주당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는 추경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무조건 반대하는 통합당은 어쩔 수 없더라도 그밖에 작은 정당들(정의당·국민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과는 협의를 했어야 했다.

배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코로나 위기와 관련하여 한결 같이 과감한 재정 투자를 주장해왔다. 반대편에서 마구 던지는 재정건정성의 파편을 맨 앞에서 막아온 정의당”이라며 “관성에 빠진 정부 제출 예산안의 부실함을 국회가 극복해야 한다. 스스로 경기장을 뛰쳐나간 통합당이 아니더라도 정의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들과 심도있는 추경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른 정당이 참여할 기회조차 막아버린 민주당은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헌법적 권한을 내팽개치고 예산 심의를 민주당의 당정 회의로 전락시킨 것이다. 정의당은 민주당에 크나큰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는 3차 추경의 속도전을 주도한 사령탑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그동안 팩트체크없는 민주당 2중대론 또는 범여권 프레임이 정의당을 괴롭혀왔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런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 자체가 정의당으로선 풀어야 할 숙제였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3일 저녁 출입기자 단톡방에 이런 고민의 글을 하나 올렸다.

김 대변인은 “정의당 관련 보도에서 범여권 정의당 표현은 가급적 피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정의당은 지난 총선에서도 여당의 비례 위성정당 참여를 거부했고 총선 이후에도 민주당과 통합당 등 정당을 불문하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정책 경쟁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 보면 알겠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행보, 졸속 추경 심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부와 여당의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당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범여권 정의당이 아니라 진보 야당 정의당, 진보정당 정의당이라는 더 정확한 범주로 정의당을 지칭하고 보도해주면 고맙겠다”며 “정의당은 오로지 정의당의 원칙에 입각해 국민을 위한 정책 경쟁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통합당의 수위로 여권을 저주하고 때리지 않으면 다 2중대라는 프레임이 있는데 그걸 거둬내고 보면 정의당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배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첫 임시국회가 열린 후 정의당 만큼은 항상 국회를 떠나지 않았다”며 “상임위 배분 문제로 국회가 멈춰있을 때도 심지어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지난 본회의장에도 정의당은 항상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코로나로 국민의 삶은 위태롭고 또 외교안보 정세가 급박한 상황이니 국회가 할 일은 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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