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수필가/시인
박종민 수필가/시인

[중앙뉴스=박종민] 코로나괴질사태 속에서도 7월이 됐다. 줄기차게 크는 나무줄기마다 잎이 무성의 극치를 이뤘다. 멋지다. 성장절정기다. 젊고 푸른 그대들, 젊음과 희망 넘쳐난다. 산과 들이 온통 짙푸르다.

1년 중 날씨가 가장 무더운 달이기도 하지만 열정적인 달이다. 푸른 산하 골골을 따라 밤꽃향기가 진동하는가 싶더니 밤꽃 진자리엔 자그마한 밤송이 작은 알이 별처럼 돋아났다.

굵어가는 층층나무열매 송근 사이에 숨어 산비둘기가 구구대고 우거진 숲속을 헤치며 뻐꾸기 꾀꼬리 노래 구성지다. 밤 되면 산뜻하게 돋아난 은하별무리를 이고 두견새 울음 애절하다.

가히 자연풍광이 시가 되고 글이 되고 노래가 되는 아름다운 시절이다. 아름답기 그지없다.하지가 지나니 세월의 흐름이 더욱 빠르단 걸 절감하게 된다. 서울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 울려 퍼진 2020년 벽두의 시각과 느낌이 아직도 채 가시질 않았는데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갔다. 그렇게 빠르게도 한 해의 반도막이 사라져 가며 새달을 맞이했다.

이를 어쩌랴! 그 누구도 막질 못하는 대자연의 흐름이며 질서가 아닌가. 탓 할 수도 없다. 자연의 흐름 따라 연녹색 진녹색 감청색으로 바뀌어가는 질서는 바르고 정연하다. 무성한 풀 나무들의 강인한생명력과 생동하는 파워에서 배울 바가 많다.

이처럼 7월은 열정의 달이며 진취의 달이기도하다. 열매도 진화하고 진취하는 역정에 크고 익어가며 숙성된다. 7월의 힘찬 역동성이다. 보배롭다.붉게 타던 장미꽃이 하염없이 진다. 속절없이 져가는 장미꽃잎을 보니 허무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다.

인간이 지닌 당연한 정감이며 정한이며 낭만이리다. 열흘 붉은 꽃이 없고, 만월은 그믐으로 기울어 간다했다. 역시 화무십일홍이요 달이 차면 기우러든다는 게 대자연의 섭리이며 계절의 윤회하는 관성이 아니던가. 가는 세월의 그 순리 따라 열매 맺어 탐스럽게 키워가는 대역사(大役事)를 수행하는 7월이다.

모든 생명체의 생력이 정점으로 발산되는 달이 되었기 기쁘고 감사하다. 한편 빠른 세월 앞에 한편으론 뭔지 모르게 어떤 절박함도 돋아난다. 그러나 초조하거나 조바심치진 말자. 가는 세월 가는대로 흘려보내고 오는 세월은 오는 그대로 맞이하여 대처하는 게 인간에게 주어진 본연의 삶이 아니던가.

연로한 어르신들의 말씀을 빌리면 7월을 두고 어정7월이라 했다. 삼복 다름에 지쳐 어찌어찌 하다 보면 금세 그만 훌쩍 가버리고 마는 달이라고 해서 그러리라. 그런 어정거리는 나태함 속에서도 열매가 싱싱하게 자라나고 탐스럽게 크며 맛 들여간다. 그처럼 7월은 푸른 열매가 실하게 익히는 달이다.

자기만의 고유의 향을 가득품고 채워가는 달이다. 내 고장7월은 청포도 익어가는 시절... 일제강점기치하의 독립 운동가이며 영남 파 시성 이육사가 보고 느낀 7월의 얼굴이며 모습을 읊은 시이다. 그의 시구처럼 주저리주저리 열린 포도송이에 달린 포도 알 들이 힘껏 땅 심을 끌어 올리며 고운빛깔과 진액을 진하게 더해가는 달인 것이다.

7월이 아름다운 게 또 있다. 다가올 겨울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다. 칩거에 대비한 과실과 과육을 생성해가는 슬기와 마력(魔力)이다. 불볕폭염 속에서도 전혀 위축되거나 중단함 없이 강건히 활동하는 원천의 힘을 가졌다.

가히 아름다운 시절이며 계절이 아닌가! 이 좋은 시절 복된 달을 맞아 행복해하자. 그리고 주변을 돌아다보자. 어느 힘겨워 주저앉아 있는 민생들의 고통과 신음이 있음도 살펴보자. 태양열기의 빛과 에너지에 쭉쭉 뻗어나가는 식물의 역동성을 보라! 창조적이며 힘차고 굳건하다. 강인한 기운에 밀려 코로나괴질도 물러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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