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25일까지 6편 무관중 진행

여우락‘ 폐막작인 ’그레이트 크로스 (사진=국립극장)
여우락‘ 폐막작인 ’그레이트 크로스 (사진=국립극장)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코로나19로 대면공연이 어려워진 공연계가 안방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국립극장이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2020 여우락 페스티벌’ 폐막작 등 여섯 편의 공연을 국립극장 네이버TV·유튜브를 통해 무관중 온라인 중계로 선보일 예정이다.

먼저 16일 오후 8시 공개되는 ‘마스터&마스터-고수의 신기류’는 이 시대 명고수 박근영과 조용안이 펼치는 무대로, 판소리 고법의 정수가 귀한 시간을 마련한다. 쟁쟁한 명창들과 호흡을 맞추며 고법의 일가를 이루어온 명고의 북 가락이 다채롭고 화려하다.

특히 이번 무대는 두 명고의 여성 제자 장인선·권은경·강예진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판소리는 다른 장르의 전통음악보다 보수적인 법도를 유지하고 있어 그동안 여성 고수가 북채를 들기 어려웠다. 두 명고는 고법계에서는 드물게 여성 제자를 키워왔고 이들은 전국 고수대회의 상을 휩쓸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 공연은 스승과 제자가 함께 북채를 잡는 귀한 순간이자, 북 하나로 온 세상을 표현하는 명고수들의 내공을 오롯이 느낄 기회이다. 소리에는 명창 김경호와 남상일이 합류해 두 명고의 북 가락에 흥을 돋울 예정이다.

이어 17일 오후 8시에는 ‘나와 일로(一路)’를 선보인다. 정가의 명인 강권순, 대중음악계 거장 베이시스트 송홍섭, 전자음악과 재즈를 통해 전통음악을 새롭게 해석해온 신노이가 한자리에 모인 무대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음악에서 나아가 타 장르에 대한 적극적인 탐닉으로 한국 음악사에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마스터&마스터-고수의 신기류 (사진=국립극장)
마스터&마스터-고수의 신기류 (사진=국립극장)

정가는 호흡이 길고 박자가 까다로운 탓에 대중음악과 접목한 시도가 좀처럼 없었지만, 이들의 음반은 어려운 정가를 귀에 착 감기도록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강권순과 송홍섭앙상블의 조합에 신노이가 가세한다.

신노이는 경기민요와 정가를 섭렵한 김보라와 베이시스트 이원술, 일렉트로닉 사운드 음악가 하임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다. 신노이는 2019년 첫 앨범 ‘더 뉴 패스’를 발매하자마자 한국 컨템퍼러리 음악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으며 단숨에 주목을 받은 팀이다.

19일 오후 4시에 펼쳐질 ‘인생 꽃 같네’는 ‘뉴욕타임스’가 “케이팝과 전통음악을 결합한 아찔한 쇼 밴드”라며 극찬한 주인공, 악단광칠이 관객을 찾아간다. 악단광칠의 신보와 동일한 제목을 걸고 선보이는 공연 ‘인생 꽃 같네’는 전통음악과 황해도음악의 틀을 넘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췄다.

‘인생 꽃 같네’라는 공연명처럼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삶의 아이러니한 순간들을 노래하면서 ‘위로’와 ‘자유’, ‘일탈’의 메시지를 전한다. 2019년 8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공연에서 선보인 세 곡의 신곡 ‘히히’ ‘맞이를 가요’ ‘와대버’와 미발표 다섯 곡 등 2집 음반 수록곡을 중심으로 선곡해 파워풀한 무대를 보여준다.

21일오후 8시 공개되는 ‘포박사실'에서는 지금 우리 음악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네 명의 솔리스트, 박우재·박지하·박순아·박경소 4인의 첫 협업 무대를 만날 수 있다. 포박사실’은 네 개의 사적인 방을 콘셉트로 개인적인 공간에서 각자의 음악을 선보인다.

인생 꽃 같네 (사진=국립극장)
인생 꽃 같네 (사진=국립극장)

동시에 협업을 통해 개성 있는 서로의 음악을 연결하고 쌓아 조화롭게 엮어 보여줄 예정이다. 독주와 합주를 비롯해 서로의 곡을 바꾸어 편곡하고 연주하는 등 ‘여우락’을 위한 새로운 작업을 통해 공간의 확장, 음악적 확장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포박사실’이라는 익살스럽고도 심오한 공연제목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포박’은 ‘네 명의 박씨(Four Park)’, ‘포박(捕縛)하다’라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23일 오후 8시에 펼쳐질 ‘대화’는 싱어송라이터 이랑과 정가(正歌)앙상블 소울지기의 협업무대이다. 조선시대의 어법으로 가사 전달이 어려운 정가에 이랑이 쓴 동시대 언어를 얹어, 이 시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가곡을 선보인다. 정가앙상블 소울지기는 조선시대 시조를 노래하는 국악 장르인 ‘정가’를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로 만드는 팀이다.

고어가 많고 함축적인 정가의 가사를 편안한 현대어로 풀어내기도 하고 절제된 애틋함을 풍기는 서정적인 선율에 전통적인 음색과 시김새를 입혀 소울지기만의 독특한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무대는 서로 전혀 다른 음악세계를 가진 두 예술가의 만남으로 서로의 강점을 증폭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는 시간이 될 예정이다.

24일 오후 8시와 25일 오후 7시에는’여우락‘ 폐막작인 ’그레이트 크로스’가 중계된다. 2020 ‘여우락’ 예술감독 유경화와 조풍연 한국예술종합학교 멀티미디어영상과 교수의 감각적인 영상이 더해져 무대를 완성한다.

특히 여우락의 대미를 장식할 이번 공연에서는 ‘수궁가’를 주제로 한 랩, 도살풀이 장단과 랩 비트의 만남 등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한 시도부터 ‘몬스터’, ‘엄지손가락’ 등 타이거JK의 곡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여기에 광고·뮤직비디오의 거장 조풍연의 감각적인 영상으로 하늘극장의 원형 벽을 매핑해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2020 ‘여우락’ 예술감독 유경화는 "‘여우락’ 공연을 열심히 준비한 많은 예술가들이 관객과 직접 만나지 못하게 되어 안타깝다”라며 “무관중 온라인 중계로 진행하는 만큼 더 많은 관객이 우리 음악을 접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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