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당권파의 거센 반대
3당이 합의한 인물이 ‘나’
연내 전당대회 연다
당내 기구 발족
기득권 카르텔 타겟팅
다 바꾸겠다
10월 말에 혁신 성과 공개될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4.15 총선에서 0석이 된 민생당은 사실 원외정당이라고 보기 어렵다. 35만여명의 당원, 기초단체장 3석, 광역의원 6석, 기초의원 29석에 최소 30억원이 넘는 자산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념과 가치를 표방하는 일반적인 원외정당들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러나 당의 기반은 무척 취약하다. 

민생당은 지난 5월29일 비상대책위원회(이수봉·김정기·오창훈·이연기·민인선)를 출범시켰지만 내홍은 여전하다. 

이수봉 민생당 비대위원장은 3일 오후 국회 주변에 위치한 중앙당사에서 기자와 만나 “나는 사실 (비대위원장직으로 나 말고) 더 좋은 사람이 당을 살려주길 실제로 바랐다. 뭔가 좋은 인물을 더 찾아보라는 말씀도 드렸다”며 “근데 잘 안 찾아지는 것이고 3당이 합당했으니 3당 세력이 합의가 돼야 하는데 내가 합의가 되는 인물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생당 재건을 위한 전국당원협의회’ 등 비당권파 인사들(조배숙 전 의원/이행자 전 바른미래당 사무부총장/김종배 전 민생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비대위 초기 이 위원장의 사퇴 및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며 강력하게 항의해왔다.

이수봉 비대위원장은 비당권파의 요구사항에 대해 명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 위원장은 “이번 비대위는 혁신 비대위가 돼야 하고 3당이 합당했으니 합의를 해서 추대를 해달라. 그러면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3대 세력이 합의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합의를 통해 추대했기 때문에 내가 그걸 거부할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실 총선 끝나고 김정화 전 민생당 공동대표만 남고 나머지 박주현(평화당계)·유성엽(대안신당계) 전 공동대표는 바로 사퇴했다. 김 전 대표는 곧바로 전당대회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가 사퇴 압박에 못 이겨 비대위를 출범시켰고 최측근인 이 위원장을 비대위 수장으로 앉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어쨌든 이 위원장은 “처음 좀 그러다가 지금은 여러 논의를 거치면서 다 정리가 됐다. 주요 시도당도 정비하고 중앙당 기구도 정비했기 때문에 비대위 체제는 안정화됐다”며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분들은 계속 하고 있는데 그분들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일단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정화 전 대표가 선거에 무슨 책임이 있는가? 손학규 대표(전 바른미래당 대표이자 민생당 상임선대위원장)의 책임이 크다”며 “막판에 김 전 대표에 책임을 묻는 것 같은데 김 전 대표도 마지막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젊은 인재를 영입하겠다고 해서 손 대표가 비례대표 2번 신청했던 것을 끌어내리고 14번으로 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위원장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김 전 대표 본인이 선대위원장 중 1인이었지 그것도 손 대표로 인해 가능했다. 그래서 김 전 대표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고 그야말로 당권 투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며 “명분이 없다. 그 다음에 비리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은 말이 안 된다. 무고나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결과를 놓고 보면 된다. 나는 단돈 1원 하나 받거나 당헌당규를 위반한 적이 없으니까 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할 게 없다”고 비당권파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협의회는 6월12일 당의 국고보조금을 유용했다(측근에게 급여 및 자문료 지급/업무추진비로 교통비 인상해서 부정 사용/선거 기탁금 500만원 셀프 지원)면서 이 위원장과 김 전 대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이 위원장은 결국 전당대회를 언제 개최할 것이냐와 관련 당권 투쟁이 갈등의 핵심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조배숙 전 의원(오른쪽) 등 비당권파가 주축이 되어 구성된 전국당원협의회. (사진=전국당원협의회)

이 위원장은 “지금 상식적으로 다 망한 당에서 이런 당권 투쟁을 하는가. 누구라도 힘을 합쳐서 하면 되는데. 처음에는 조기 전당대회가 중요한 이야기였다. 물러나라가 아니라 조기 전당대회를 하자는 것이었다”며 “(총선 직후의) 최고위에서 결정한 것은 (비당권파가) 인정할 수 없으니 조기 전당대회 밖에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기 전당대회론에 대해) 비대위에서는 반대가 더 많고 지금 당이 완전 사망 상태에 있는데 기반과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전당대회를 바로 하자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고 그래서 다수가 내년까지 버텨야 한다고 하는 것을 내가 연내에 하겠다고 절충안을 냈다”며 “내 임기를 반으로 단축해서 연내에 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 조기 전당대회론자도 명분이 없고 원천 무효론자들만 남았는데 그들도 거의 명분이 없다”고 설파했다. 

김종배 전 선대위원장은 6월초 ‘금태섭 추대론’을 띄웠고 이는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이수봉 비대위 체제의 대안으로 힘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제3지대 운동을 8년 동안 쭉 하다가 이렇게 된 것이 사람이 한 두명 들어온다고 해결될 그런 문제는 본질적으로 아니”라며 “지금까지 제3지대 운동에 헌신해온 사람들을 우습게 아는 것이다. 외부 영입을 해서 당이 근본적으로 갖고 있는 암에 걸려서 사망 선고를 받은 상황을 바꾸기는 어렵다. 진단도 잘못했고 처방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셀럽에 기대하는 건데 우리의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놓고 그런 사람들을 세워서 무슨 반짝 하는 것으로 해서 제3당의 깃발이 다시 세워지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전국당원협의회)
비당권파 인사들은 이수봉 비대위 체제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사진=전국당원협의회)

비당권파 일각에서는 친안철수계인 김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이 민생당을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 갖다 바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안 대표와 중학교 동창인데다 △2013년 안 대표가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됐을 때 보좌관을 지냈고 △새정치추진위원회의 조직을 정비한 인연 등이 있어서 2018년 초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통합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어서 그렇지 바른미래당 창당 때부터 정치적 인연이 끊어졌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구 국민의당) 안에서 나는 통합 반대파였다. 안 대표와의 개인적 관계 때문에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못 했다”며 “(2017년 대선 끝나고)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점점 떨어지고 5%까지 떨어졌다. 그때 통합파는 바른정당과 통합하면 지지율이 10%까지 올라간다고 봤다. 근데 나의 진단은 국민의당이 자꾸 중도주의로 포장하고 우경화로 갔다고 봤고 그래서 통합을 비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나는 이런 식으로는 못 하겠다고 하고 인천시당위원장만 하겠다고 했다. 이때부터 (안 대표와) 정치적으로 다른 길을 갔다”며 “결국 통합파와 같이 가긴 갔지만 정치적으로는 (안 대표와) 노선이 갈라졌다. 개인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어쨌든 난 바른미래당 안에서 중도개혁 제3지대를 관철하겠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항변했다. 

이 위원장은 거듭해서 “나는 민주당을 했던 사람이 아니고 30년간 노동운동을 하다가 안 대표가 도와달라고 해서 5000여명의 노동조합 간부를 이끌고 노동 섹터로 결합을 했다”며 “그렇게 8년 동안 (안 대표와) 쭉 하다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갈라섰다. 결과적으로 제3당의 깃발을 안 대표가 던지고 보수 쪽으로 가려고 하고 있고 물론 아직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나는 어쨌든 지금 이렇게 만신창이가 됐지만 이 깃발을 갖고 비대위원장이란 직이 내게 떨어졌는데 나로서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제3지대의 실패가 1990년대 소련의 붕괴 때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1980년대 운동권이 90년대 소련이 망함으로써 이념의 붕괴를 겪으면서 다 갈라졌던 그때와 같다”며 “마찬가지로 지금 제3지대 운동을 했던 사람들도 그렇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때는 이념이 붕괴했기 때문에 그래도 뭔가 모색하는 활로가 있었는데 지금의 붕괴는 제3지대의 주체들이 사람에 대한 실망으로 인한 붕괴가 크다. 손학규, 안철수 등등 리더십의 붕괴로 나타난 결과의 측면이 있어서 그게 더 심각하다”고 환기했다.

이어 “사실 이념보다 사람에 대한 실망의 부분이 더 막막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걸 새롭게 고쳐내는 것이 더 힘들더라”며 “제3정치의 깃발을 지탱하는 중요한 지주들이 빠져나감으로 인해서 깃발만 남고 동지는 없는 이런 상태가 된 것이 더 큰 위기”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 위원장은 혁신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여러 기구를 발족시키는 등 중대한 조치를 단행했다. 이를테면 △전국 7개 시도당 정상화 △미래혁신특별위원회 출범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 △당기윤리심판원 구성 △정책정당추진위원회 구성 △혁신과미래연구원 출범 △젊은정당추진위원회 구성 △스마트정당추진위원회 구성 등이다. 이 위원장은 각 기구 책임자를 선임했고 이들에게 6일부터 별도의 사무실을 배정해서 업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 위원장은 6월17일 비대위회의를 주재했을 때 “3대 혁신 과제를 제시했다. 젊은 정당, 정책 정당, 스마트 정당을 만들겠다. 이것을 하기 위해 그 방향을 제시했고 각 시도당을 정상화시키고 조강특위, 당기윤리심판원을 구성했다”며 “6월24일 비대위회의에서는 미래혁신특위를 출범시켰다. 그 안에 세 가지 분과를 구성했다. 미래혁신특위는 비대위원장인 내가 직접 책임을 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20~30대가 우리 사회 구조의 피해자란 점이다. 이들은 전통 산업사회에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들의 정체성은 사회 계급적이라기 보다는 디지털 4차 산업혁명 사회 속에 존재돼 있는데 이 속에서 자신들이 어떤 위치를 잡아갈지 고민하고 있다”며 “당도 이런 흐름에 맞는 정당이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화 된 정당이 돼야 한다. 그에 맞게 당헌당규와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위원장은 6월10일 광주에서 현장 비대위회의를 주재하면서 △총선 참패에 대한 사죄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중대한 실수 △중도라는 표현 폐기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개혁적으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100석 이상 당선자 배출 △연내 전당대회(11월~12월) 개최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 위원장은 “3인 선거구 이상에서는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다음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가 목표인데 그걸 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밝혔다. 

총선 끝나고 웃는 정당은 민주당 뿐이다. 민주당 외에 모든 정당들은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자고 했는데 저희는 시대정신만 남기고 모든 걸 다 바꾸겠다고 했다”며 “시대정신이라는 것은 지금 구적폐와 신적폐로 표상되는 양당 체제에 대해 우리가 절대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그 기득권 체제를 부수는 그런 어떤 대안의 정당으로서 시대적 소명을 다하겠다는 의지”라고 규정했다.

이어 “원외 정당이지만 우리는 35만 당원이 있고 일정한 자산이 있기 때문에 그걸 갖고 원외정당들 전체적으로 가치를 중심으로 규합해서 양당 기득권 체제를 부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런 일에 미래당도 시대전환도 좋고 뜻을 함께 하는 정당들과 같이 해볼 것이고 통합 전당대회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전국당원협의회)
이 위원장은 기득권 카르텔을 깨는 민생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취임 이후 이 위원장은 연일 기득권 카르텔을 염두에 둔 거대 담론 차원의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국민 대다수가 못 살고 있는 원인은 기득권층의 담합 구조가 국민들이 만들어낸 피를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구체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설명된다”며 “한국 사회에서 핵심적인 카르텔이 금융 카르텔, 관료 카르텔, 사법 카르텔 등이 있다. 이들은 시장에서도 심판받지 않고 있고 국민들도 심판하지 못 하고 있다. 그걸 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라임이나 신라젠 사태 등이야말로 전형적인 신적폐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개혁을 하고 싶어도 신적폐와 한 몸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못 한다”며 “구적폐도 마찬가지다. 결국 대안의 정치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고 가정했다. 

나아가 “중도라는 말을 폐기하겠다는 게 뭐냐면 그나마 국민들이 진보나 개혁이라 믿었던 민주당에 싫증을 느끼면서 오른쪽을 보는 게 아니라 더 개혁적으로 가자고 한다”며 “그게 박근혜를 무너뜨렸던 촛불 정신이고 그걸 민생당이 하겠다는 것이다. 그걸 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혁신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바꾸긴 바꿔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 위원장은 “당명과 정책을 다 바꿀 것이다. 속 깊은 젊은 친구의 이미지로 당을 바꾸고 거기에 걸맞는 요구와 정책들을 예컨대 이탈리아 오성운동을 롤모델로 해서 그걸 가지고 정당 연합의 플랫폼을 만드는 이런 식으로 해보겠다”며 “당명 공모를 포함해서 우리 당이 보수와 진보 너머에 있는 현재 한국 사회의 기득권 카르텔에 균열을 내겠다는 포부를 집약적으로 담아내야 한다”고 공언했다. 

아무리 당내 혁신 작업에 몰두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원내 정당이었는데 언론의 무관심이 힘겹지는 않을까. 

이 위원장은 “우리 당은 신장개업을 준비하고 있는 식당이다. 한 2개월 후에 개업하는데 우리가 내놓을 음식은 정말 줄서서 먹을만한 것을 만들어야 된다”며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내부적 노력이 필요하다. 청소도 잘 하고, 맛있는 메뉴를 장만하고, 노하우를 개발하고, 숙성을 시키고 이런 단계로 가고 있기 때문에 조용하게 보일 수 있다.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준비하는 단계라고 이해해주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위가 성안하는 혁신안 발표 시점상의) 목표는 3개월 안에 성과를 내겠다. 10월 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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