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7대 5
숱한 위기들 다 이겨내
화끈한 정치와 성과
아직 대권 주자로는 난국 많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333만 경기도민의 살림살이를 계속 책임질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이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이전부터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공표 △배우 김부선씨 스캔들 △혜경궁김씨 트위터 계정 △조폭연루설 △형수 욕설 등 굵직한 위기를 겪어왔고 항상 위태로웠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허들을 뛰어넘었다.

작년 9월 2심에서 당선 무효형 판결(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벌금 300만원)을 받고 직을 잃을 뻔했던 이 지사가 16일 오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에 대해 모두 무죄 취지로 판결했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아직 수원고법에서의 파기환송심이 남았지만 통상 대법원의 판결 취지대로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 지사는 정치적으로 비상할 수 있게 됐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굵직한 위기 요인들을 다 벗어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이 지사의 혐의 내용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2012년 6월 보건소장 및 정신과 전문의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것과 △지방선거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 입원 시킨 적이 없다는 발언을 한 것 등 크게 2가지다.

1심과 2심은 실제 이 지사가 권한을 이용해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지 않았다(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무죄)고 판단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심은 TV 토론회에서의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공표 행위로 보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직을 상실한다. 

그러나 생중계 된 대법정 판결문 낭독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없이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 행위”라면 유죄가 될 수 있지만 이 지사의 답변은 그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 지사가 형의 강제 입원 절차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지사의 발언을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전국에 생중계된 대법정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날 판결문 낭독에는 김 대법원장 포함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는데 김선수 대법관은 과거 이 지사의 변호인을 맡은 바 있어서 기피했다. 대법관 정수는 14명이다. 결과적으로 7대 5로 아슬아슬했는데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은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된 부분이 있었다며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사실 대법원 판결 전까지 이 지사는 시쳇말로 똥줄이 탔다. 직을 잃는 것도 상심이 크지만 선거 비용 보전액을 다 토해내야 했던 만큼 이 지사는 스스로 “단두대 인생”이란 말을 사용했다. 이제는 단두대 시기를 벗어나 대권 주자로서의 행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정치인의 유형을 ‘안정감’과 ‘화끈함’으로 나눈다면 이 지사는 전형적인 후자 타입이다. 

특히 경기지사로 취임한 뒤 △청년 기본소득 도입 및 담론 형성 △국토보유세 도입 주장 △도립 공공병원 수술실에 CCTV 설치 △계곡 주변 불법 영업시설 철거 등 추진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정국에서 △신천지 시설에 진입해서 강제로 명단 압수수색 △광역단체 최초로 보편적 재난 기본소득 지급 등으로 국민적 평가를 받았고 10%대로 대권 주자 지지율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물론 당장 이낙연 대세론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권 최대 주주인 친문재인계 세력과의 정치적 갈등관계도 풀어야 한다.

이 지사는 이런 점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6월24일 열린 지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이 아니라 (경기지사) 재선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역에서 대법원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화끈한 성격상 또 다시 지지율이 급반등하면 2017년 조기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었을 때처럼 어떤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이 지사는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내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주권자가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인데 결국 모든 것은 국민 여론의 흐름이 이 지사를 어디까지 지지해줄지에 달려 있다.

이날 선고 직후 이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돌아보면 감사한 일 뿐이었다”며 “지금 여기서 숨쉬는 것조차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 대법원에 감사한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 정의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셨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지자, 가족, 경기도 공무원 등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며 “더 이상 나의 가족사가 공적인 의제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피력했다.

이어 “오늘의 결과는 내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라는 여러분의 명령임을 잊지 않겠다. 내게 주어진 책임의 시간을 한 순간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며 “공정한 세상 함께 사는 대동 세상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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