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전당대회에 개입하나 안 하나
2022년 대선? 2027년 대선?
김부겸과 이재명의 크로스
이낙연과 연 없다는 이재명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당권과 대권에서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뒤를 쫓는 두 사람이 있다. 먼저 김부겸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일찌감치 2022년 대권을 포기하고 후보 단일화(우원식·홍영표 전 의원)를 이뤄낸 뒤 당권에 올인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코로나19 정국 이후 차기 대권 지지율 2위로 올라섰고 최근 친형 강제입원 관련 법적 문제가 클리어해짐에 따라 연일 중앙정치권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력한 당권 및 대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빌딩에서 열린 종로 지역위원회 상무위원회의에 참석해서 음료를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장 이 지사는 대권 도전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국민의 호출이 있어야 가능하다’거나 ‘도정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굵직한 이슈들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지사는 17일 출고된 연합뉴스 인터뷰 기사를 통해 “(대권을) 생각하면 더 멀어진다. 주인 입장에서 일 시켜놨더니 일꾼이 시킨 일은 안 하고 엉뚱한 생각하고 있으면 딱 보이지 않나”라며 “그런 사람에게 (국민이) 큰 일을 시키겠나. 관심이 없을 수는 없는데 그 관심을 최소한도로 줄이고 원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실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정에 집중하는 것이 요지로 보이지만 “관심이 없을 수는 없다”는 대목이 핵심이다. 단호히 관심이 없다고 표현하거나 노코멘트로 일관한 것이 아니라 관심이 있긴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지사는 굳이 이 의원에 대해 차별화를 부각하는 워딩을 구사했다.

이 지사는 “(이 의원과의 인연이) 거의 없다. (2017년 초 조기) 대선 경선 때 전남에 가서 지사실에 가서 만난 게 가장 가깝게 봤다. 살아온 과정이 너무 다르다. 삶의 과정이 너무 달라 실제 뵐 일이 없었다. 그분은 엘리트 대학 출신이고 기자 하다가 발탁돼서 정치권 입문해서 국회의원으로 도지사로 정말로 잘 한 분”이라며 “나는 변방에서 흙수저 출신에 인권운동, 시민운동 하다가 시장을 한 게 다지 않나. 살아온 과정이 너무 달라서 만나서 깊이 교류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없었다”고 밝혔다.

흔히 정치권 유력 인사에 대해 거론할 때는 없는 연도 있다고 말하는데 이 지사는 ‘연이 거의 없다’고 분명히 말했고 ‘엘리트와 흙수저’라는 대비 구도를 선명하게 부각했다.

(사진=연합뉴스)
친형 강제입원 논란과 관련 법적으로 자유로워진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연합뉴스)

나아가 이 지사는 “(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직후 이 의원에 대해 질문을 받고 발언했는데) 당의 소중한 자원이시고 문재인 정부 성공이나 민주당 정권 재창출이란 측면에서 중요한 분이시다. 경쟁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답변한 말을 두고 일부 언론이 이 의원 지지를 표명했다고 썼던데 당대표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썼더라”며 이 의원을 지지한다는 뜻이 아니었다는 점을 어필했다. 

또한 이 지사는 △국회의원 전원에 편지를 보내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입법 촉구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며 도심 재개발이나 용적률 상향 조정을 대안으로 제시 △기본소득에 대해 미래통합당과 논의+농민소득 도입+토지보유세 지방 단위로 시행+지방정부에 자율성 부여 등 주요 현안과 관련 목소리를 냈다.

김 전 의원은 약자들의 연대 차원에서 대권 레이스의 추격자인 이 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다. 물론 대놓고 그러지는 않고 있다. 

김 전 의원은 19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민주당 경북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2년 임기를 채우겠다고 했고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을 철저하게 잘 관리해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재 유력 (대권) 후보 2명(이낙연+이재명)과 여러 다른 후보 모두 내게 다 소중한 분들이고 (당의) 자산이다. 그분들 누구하고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선을 관리하면서 누구 편들고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지사의 지지 여부 등) 너무 정치 공학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민주당 경북도당을 찾은 김부겸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사실 김 전 의원은 5월말부터 이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당권 단일화를 이뤄낸 바 있는데 마찬가지로 이 지사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물밑에서 무던히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마침 김 전 의원은 이 지사의 시그니처처럼 되어 있는 기본소득 정책과 연관있는 청년 기본소득 법안을 발의(2017년 1월)한 바 있다. 

이 지사는 2017년 2월 조기 대선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서 안철수 후보(현 국민의당 대표)와 약자간의 연대감을 형성한 적이 있었다. 안 후보는 그 당시 jtbc <썰전>에 출연해 민주당 경선 후보들 중에 정치적 자수성가인 이 지사와 동질감을 느낀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이에 이 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안 후보에 화답했다.

김 전 의원은 연일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의 차원에서 이 의원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직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이 의원이 국무총리 시절 직제상 지휘를 받던 위치였다. 비문재인계이자 안정감있는 이미지도 이 의원과 겹친다. 그래서 앞으로 각종 현안들에 대해 이 의원과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이 의원이 당권에 안 나섰다면 언론들은 유력 대권 주자로서 이 의원이 어떤 당권 주자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당권 주자다. 그래서 이 지사가 김 전 의원과 이 의원 중 누구를 밀어줄지가 중요해졌다.

관련해서 17일 방송된 MBC <정치人싸>에서의 정치 평론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진행을 맡은 허일후 아나운서는 “사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지사가 이 의원 또는 김 전 의원 중에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도 관심이지만 사람들의 더 큰 관심은 이 지사 본인이 대선 후보로서 이 의원과 어떤 지지율 경합을 벌일 것이냐”라고 환기했다.

이 지사의 워딩을 보면 사실상 앞으로 이 의원과의 관계에서 텐션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이 지사는 6월24일 열린 지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이 아니라 (경기지사) 재선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이 지사가 2022년이 아닌 2027년 대선을 노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김태현 변호사의 모습. (캡처사진=MBC)

이 전 최고위원은 “많은 사람들이 지금 대선으로 직행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전격적으로 경기지사 재선 도전을 얘기할 수도 있다”며 “내년 한 7월쯤에 민주당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텐데 지금까지 지사직을 갖고 있으면서 대선 경선을 뛰는 사례는 내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게 거의 불가능하다. 대선 경선이라는 것은 일반 경선과 달리 진짜 전국을 돌아다녀야 한다. 그렇다면 도정과 병행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지사가 취임한지 2년 갓 됐는데 이제 3년 갓 된 다음에 한 텀을 마치지 않고 나간다는 것이 부담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내년에 스킵해서 재선을 하고 나면 그때는 바로 이제 임기를 줄이지 않고도 대선에 나갈 수 있다”며 “이 지사는 올해 57세인데 60세 이전 다음번에 도전해도 대선 도전이라는 의미에서 이번에 한 번 (경기지사 재선을) 결단할 수도 있는 지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현근택 변호사는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지난번(2017년 대선 경선)에도 그때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였는데 이분들이 다 현직 상태에서 휴가내고 이러면서 했다”며 “현직에 있기 때문에 경선 과정에 참여가 어렵다는 것은 내가 보기에 그런 얘기를 하지만 (이 지사가 경기지사) 재선을 노릴 것 같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지사가 지난번에 나갈 때는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진짜 이긴다는 생각으로 나간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약간 느낌이 달랐는데 이번에 나가면 무조건 필사적으로 이겨야 된다. 그런 차원에서 약간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본다”며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가려면) 내년에 사퇴해야 된다”고 재반박했다.

(캡처사진=MBC)
현근택 변호사와 신장식 변호사의 모습. (캡처사진=MBC)

김태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준경)는 이 지사가 당권 레이스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내년 대권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전당대회에서는 내가 이 지사라면 관여 안 할 것 같다. 왜냐면 지금 풀린지 얼마 안 됐다. 풀렸으니까 한 번 해볼까? 머리도 다시 염색하고 이 의원 만나자. 김 전 의원 만나자. 이렇게 영향을 끼치는 모습은 굉장히 보기 안 좋다”며 “이 지사라는 사람은 당내에서 호감과 비호감이 극도로 양쪽 다 큰 사람이다. 소위 말하면 문 대통령 팬클럽에서는 완전 비호감이다. 또 본인의 엄청난 팬클럽도 있다. 호감과 비호감이 공존하는 그런 정치인이기 때문에 올 여름 전당대회까지는 잠행을 하고 도정을 챙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다만 대선 경선에서는 지난번에 안희정 전 지사가 그랬기 때문에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선례를 남겼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지사직 유지한채로 경선 갈거야. 이렇게 얘기했기 때문에 그게 내년 대선판에서 이슈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마 경기지사를 유지한채로 갈 것이고. 해서 안 되면 그 다음에 경기지사 재선을 한다든지 아니면 여의도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있다. 중앙정치를 경험해보지 못 했다는 것은 대통령을 함에 있어서 큰 결격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의당 사무총장을 지낸 바 있는 신장식 변호사(법무법인 민본)는 도정에 전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관측했다.

신 변호사는 “도정에 전념하는 모습을 일단 보일 것이다. 도정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충분히 이 지사가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 사람들이 시원해 하는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엄근진(엄격+근엄+진지) 대 사이다다. 엄중하게 지켜보는 이낙연 대 사이다 같은 이재명의 명낙 대전으로 갈텐데. (이 지사가) 머리도 하얗게 그대로 뒀다. 신천지 갈 때만 해도 머리 까맸다. 그러니까 사이다 플러스 안정감을 어떻게 줄 것이냐라고 한다면 현직 도지사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갈 거고 당대표 경선에서는 가만히 있을 것이다. 왜 어느 쪽에 줄을 서겠는가”라고 전망했다. 

한편, 양자 구도로 펼쳐질 민주당 전당대회 레이스는 월요일(20일) 공식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개막한다. 이 의원은 국회 일정과 전국 순회 일정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동선을 짜기 위해 고심 중이고, 김 전 의원은 지난주부터 이어가고 있는 전국 투어 일정에 박차를 가하며 이낙연 대세론에 균열을 내보겠다는 노림수를 갖고 있다. 

지방 대의원대회는 제주(7월25일), 강원(7월26일), 부산·울산·경남(8월1일), 대구·경북(8월2일), 광주·전남(8월8일), 전북(8월9일), 대전·충남·세종(8월14일), 충북(8월16일), 경기(8월21일), 서울·인천(8월22일)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고 마지막 피날레인 전당대회 선출일은 8월29일이다. 무엇보다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될텐데 과거에 비해 현장 연설보다 방송 토론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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