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 막는다
경영공시 강화
투자 조건 강화
회계 감사 전수조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 입장에서 팝펀딩 업체를 혁신 금융이라며 칭찬(작년 11월26일 경기도 파주)까지 했으니 더욱 뻘쭘하고 송구스러웠을 것이다. P2P 금융의 대표격인 팝펀딩이 연일 수척억원의 투자금 회수 불능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급하게 대책을 내놨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20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돌려막기를 금지하기 위해 “투자 상품과 해당 투자 상품을 통해 모집한 투자금으로 실행하는 대출의 만기, 금리, 금액을 일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개정한다.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P2P 금융 제정법 취지에 맞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방향성 정책토론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축사하고 있다. 2019.9.23
은성수 금융위원장 작년 9월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P2P 금융 제정법 취지에 맞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방향성 정책토론회'에 참석해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P2P는 과거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사이트처럼 업로더와 다운로더를 연결해주는 플랫폼과 같은 것으로 P2P 금융이라고 하면 온라인에서 투자자와 대출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것이다. 핵심은 금융사를 거치지 않고 피어와 피어가 직접 연결된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금융권을 끼지 않고 P2P 업체를 통해서 기업에 투자를 할 수 있다. 정식 용어로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다. 

다시 말해 금융관계를 연결시켜주는 업을 영위할 때 A에서 끌어온 돈을 B에게 대출해준다고 하면 여러 조건들을 일치시켜야 돌려막기를 할 수 없게 된다. 만기나 금리나 금액이 서로 다르면 그 차이를 이용해 부실을 숨기고 돌려막기를 자행할 수 있다.

사실 그래서 위험하다. 

기존의 금융사는 각종 규제와 감시에 통제를 받지만 P2P업체는 그렇지가 않다. 8월27일 시행 예정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명 P2P법이 있긴 있지만 1년간 법률 효력의 유예기간을 갖도록 돼 있다. 그래서 유예기간 동안 강화된 가이드라인에 통제를 받도록 한 것이다.

사실 이미 팝펀딩 등 대표적인 P2P업체들은 고객들을 상대로 사기를 많이 쳤다. 담보물도 없고 대출을 해줄 수도 없는 상황이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있는 것처럼 속여 돈을 가로챈 것이다. 

그래서 금융위는 우선 △일반 개인 투자자가 P2P업체 1곳당 최대 1000만원까지만 투자+총 투자 한도는 3000만원까지 가능 △부동산 투자상품은 500만원까지만 투자 △업체가 보유한 채권 잔액의 7%만 대출 가능 △핀테크 플랫폼(토스나 뱅크샐러드)을 활용한 투자자 유인 규제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핀테크 플랫폼이 갖고 있는 고객 정보를 P2P업체에 넘길 수 없고, 고객 신뢰를 확보한 플랫폼의 광고를 보고 P2P에 투자를 할 때는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서 상품 정보를 꼼꼼히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금융위는 P2P업체 전수조사에 나선다. 현재 붐을 타고 영업 중인 P2P업체는 약 250여개다. 이미 주요 업체들의 핵심 인물들이 금융 사기범으로 구속기소까지 된 마당이라 회계 법인의 감사를 받게 되면 부실한 곳들이 한 두군데가 아닐 걸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회계 감사를 통과한 적격 업체에만 P2P 등록을 심사해주기로 했고 부적격 업체에 대해서는 현장 실사를 나가본 뒤 대부업으로 전환을 유도하거나 폐업을 권고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매우 위험하게 설계된 상품은 취급하지 못 하도록 했고 대부업자나 특수목적법인에 대해서는 대출을 못 해주도록 하되 예외(어음·매출채권 담보대출·대부채권매입추심업자 등)를 뒀다. 나아가 금융위는 P2P업체가 △부실채권 매각 △연체율 15% 초과 등이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경영 공시를 하도록 했고 △투자자를 차별할 수 없고 △과도한 리워드(보상)를 지급하지 못 하게 했다. 특히 투자금 관리 기관을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자산 규모 1조원 이상) 등으로 제한해서 책임성을 높이기로 했다. 

금융위는 “P2P법 시행령 등 하위 규정은 법제처 협의와 같은 절차가 진행 중이고 법 시행일인 8월27일에 맞춰 공포 시행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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