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론 문제인가
정치적 의도를 따져야 하나?
그 자체로 반대파
논의를 해볼 수 있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슈 선점이 주특기지만 남이 하면 불편하다. 기본소득제와 전일보육제 등 보수 정당의 수장이 선뜻 던지기 어려운 아젠다를 공론화시킨 김 위원장이지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행정수도론에 대해서는 무척 냉소적이다.

김 위원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해서 “부동산 대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 하고 국민 원성이 높아지고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니 급기야 내놓은 제안이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얘기”라며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정부 정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이냐. 웃지 못 할 일이다. 세종시를 만들어서 운영한 지가 얼마냐. 인구 유입은 어떤가 생각해보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것도 수도권 인구 과밀을 해소하는 데 아무런 효력을 내지 못 한 게 오늘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행정수도론에 대해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이 아닌 세종시로 정치 수도를 옮겨놓자는 주장의 실효성과는 별개로 여권의 정치적 노림수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있긴 있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정의당이 대표적인데 △낮은 지지율 △부동산 정책의 실패 등을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가 월요일(20일)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공론화를 시킨 행정수도론에 대해 경실련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22번이나 땜질식 부동산 대책을 남발하고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무책임하게 행정수도 이전을 거론한다. 정부와 여당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 전에 지금의 부동산 실책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22일 비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부동산 불평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 한 채) 느닷없이 나온 행정수도 문제는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행정수도론이 불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갑자기 구체적인 플랜없이 던져놓는 행태를 지적하는 부분이 크다. 무엇보다 2003년 여야 합의로 행정수도론이 추진되려고 했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이 났던 것을 풀어야 한다. 그래서 어차피 화두가 던져진 만큼 정치적 의도를 따질 게 아니라 △국회 특별위원회 구성을 통한 특별법 우회 △개헌 △국민투표 등 방법론을 놓고 토론을 해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합당 내에서는 이참에 행정수도론을 진지하게 논의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장제원 의원(3선), 충남이 지역구인 정진석 의원(5선), 이종배 정책위의장 등이 그렇다. 

장 의원은 “민주당의 국면전환용이라는 이유로 일축하고 있다면 결국 손해보는 쪽은 우리”라며 “우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론은 당의 외연확장을 위한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정치권에서 내놓는 정책이라는 것이 나쁘게 보면 모두 정략이 담겨있는 것이고 좋게 보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경쟁”이라며 “반대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지금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이대로 방치하고 국가의 미래를 논할 수 있는가? 쇠락하고 있는 지방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도권 국회의원이 절반을 넘고 있고, 대한민국 인구의 과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제2의 도시 부산마저도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다. 곧 서울의 결정이 대한민국의 결정이 될 것이고 수도권 이외의 목소리는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며 “결국 지방은 공동화되고 황폐화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16년전 판결이 영원한 판결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행정수도로 지정된 세종시.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가 지난 2월5일 세종시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충청남도)

장 의원의 행정수도론 어필과는 달리 김 위원장은 위기감을 느꼈는지 “수도라는 건 우리 국제 사회에서의 상징성도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안보적 심리까지 정부가 과연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별법 우회 방법에 대해) 마치 헌법재판소가 우리 사람으로 다 채워져 있으니 당연히 우리가 법안을 내면 그건 합헌이 될 수 있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대통령께 요구한다. 좀 정책을 상식 수준에서 운영할 수 있게 정책팀을 정비하라”며 “故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그 사람 말마따나 재미 좀 봤다는 식으로 표 얻으려고 수도를 옮기자고 했던 거고 그래서 (세종시의) 이런 상태가 고착화한 것이다. 부동산 막자고 수도를 옮기자는데 지금 세종시도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 세종시로 가서도 부동산이 과열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방법론을 놓고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23일 아침 방송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청와대와 국회까지 가는 행정수도 이전은 서울에 있는 외국 공관까지 많이 이전해 가야 하는 큰 문제다. 헌법 해석에 관한 최고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것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개헌이나 국민투표 등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어 “현안이 대두되면서 당의 공식 입장이 정해진 바는 없다”며 “(국회 분원 설치에 대해) 지난 총선 통합당 충청권 공약에도 들어 있는 사안이다. 세종시에서 국회 상임위 회의를 하는 것은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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