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일방적 처리
통합당의 반발
양당 다 문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한 반대 토론이 찬사를 받고 있다. 여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해당 법안의 허점까지 합리적으로 지적했기 때문이다. 마침 더불어민주당에서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중 가장 쓴소리를 많이 하는 김해영 최고위원도 어김없이 불편한 이야기를 꺼냈다.

김 위원은 3일 아침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서 “모든 정책은 장점 뿐 아니라 단점도 있다. 다수결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며 “국회 운영에서 의회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여야 간 충분한 토론과 설득, 양보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해영 최고위원(오른쪽)의 발언에 김태년 원내대표(왼쪽)와 박광온 최고위원(가운데)이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국회에서의 입법 절차는 복잡하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 체제 이후에 다수결은 정말 합의가 불가능할 때만 드물게 등장했다. 이를테면 입법 절차는 ①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 ②상임위 전체회의 ③법제사법위원회 ④본회의 등이다. 

그동안 국회는 ① 회의를 개의하는 것 자체부터 거대 양당 교섭단체의 합의가 필요했고 ①에 법안을 상정하는 것도 합의가 필요했다. ① 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때는 과반 출석의 과반 동의라는 국회법상 의결정족수가 아닌 만장일치제가 통용됐다. 20대 국회만 복기해봐도 2017년부터 야당이 된 구 자유한국당의 발목잡기가 어마어마했는데 그게 가능했던 것은 위와 같은 관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관례가 먹히려면 의석수 비율이 비등비등해야 한다. 2016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123석을 얻었고 구 새누리당이 122석을 확보했다. 원내 1당이 과반 이상(150석)을 차지하지 못 했다. 

그러나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5분의 3(180석)을 확보했다.

그래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일하는 국회’를 표방할 수 있었다. 일하는 국회는 야당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한 마디로 입법 절차의 효율화를 꾀하는 것이다. 이양수 통합당 의원은 기자에게 “민주당만 일하는 국회 말고 모두가 일하는 국회”를 추구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어쨌든 김 원내대표는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5월초부터 6월말까지 전반기 원구성협상을 놓고 옥신각신했지만 가뿐히 제압할 수 있었다. 통상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나눠 갖는 관례를 깨고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했다. 의석수가 곧 깡패다.

그런 민주당의 일하는 국회 기조가 7월30일 부동산 3법(종합부동산세법·양도소득세법·법인세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속 3법의 통과로 처음 현실화됐다. 중대한 법안들이 통합당 패싱으로 통과됐다. 통합당은 상임위 회의장에서 격렬하게 반발했고 본회의 반대 토론으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의회 독재”라는 과잉 언어는 상수였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안건 서명 동의에 대한 기립표결을 하고 있다.
지난 7월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합당 의원들이 안건 서명 동의에 대한 기립 표결에서 전부 일어났다. (사진=연합뉴스)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에서 활동한 김형주 전 의원은 1일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에서 “지금처럼 쫓기듯이 날치기하듯이 상임위에서 후다닥 해치울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우리가 이걸 왜 하는지 또 그런 정당성을 가지고 야당도 설득하면서 충분히 이런 과정을 같이 이해하기 시작하면 대안을 만들어갈 수 있는 거고 또 야당 의원이 낸 동일한 법안들도 섞어서 정리할 수 있는데 처리까지 이렇게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독선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같이 출연한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실제로 세금 문제를 잘 감시하고 충분히 숙의를 하라고 국회가 있는 것이다. 근데 이번에 3법 통과시키면서 그 내용이 사실상 전부 세금 관련”이라며 “이것을 대체 토론도 없이 법안소위 심의도 없이 그냥 기립 투표로 (처리했는데) 깜짝 놀랐다. 이런 장면을 민주화 이후에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국민 세금과 관련된 문제를 토론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해서 과연 그 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고 거기에 대한 많은 이견과 반론들이 있다”며 “그런 국민들의 목소리는 하나도 걸러지지 않은 상태로 일방적으로 하는데 이것이 과연 우리나라가 의회 민주주의를 갖고 있는 것이 맞느냐”라고 성토했다. 

윤희숙 의원의 본회의 반대 토론은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통합당도 잘 한 것은 없다. 20대 국회에서의 대책없는 보이콧 정치가 총선에서 철퇴를 맞았음에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정책과 대안으로 승부를 보지 못 하고 맨날 여권을 저주 가득한 언어로 비난만 한다.

김 위원은 “통합당에서도 대안없는 반대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상임위 단계에서 충실하게 토론에 임해달라. 내 말만 우리 말만 맞다고 하는 태도를 경계하고 상대방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소속 신장식 변호사는 1일 방송된 MBC <정치人싸>에서 “지금 통합당은 실수 기다리지 말고 다른 방도가 없다. 장외투쟁도 본인들도 황교안 대표 시절에 해보니까 안 되는 일이구나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러면 국회 안에서 네거티브 한 것 말고 포지티브 한 것으로 이야기할거리를 만들어야 된다”며 “좋은 정책을 가지고 국회 안에서 정책 대 정책 논쟁이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된다. 여당 헛스윙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답이 안 나온다. 실수 기다리지 말고 지금은 착실하게 주자를 한 명씩 출루시킬 생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경제통인 윤희숙 의원이 7월31일 본회의장에서 보여준 반대 토론은 그 자체로 통합당이 가야할 변화의 방향성을 보여줬다. 윤 의원은 막말이나 험한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법안의 취약점과 심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초선 의원에 불과하고 여전히 통합당 내에는 여권에 대한 저주 분위기가 앞선다. 

앞으로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와 통합당의 강력 반발이 주기적으로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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