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과 안철수
폭추 추경에만 한정
오히려 민주당은 신중
수해 현장 방문 이해찬 “긴급 당정 열어 재난구역 선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코로나로 8개월간 전국민이 고생 중인데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 폭우로 산이 무너져내리고, 빗물이 넘쳐 하천의 흐름이 빨라진다. 6일 새벽에는 서울 곳곳에서 태풍과 천둥번개가 내리쳤다. 그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 6일 오전 10시반 기준 피해 현황은 △사망 16명 △실종 11명 △부상 7명 △이재민 1680명 이상 △시설 피해 접수 5637건 △여의도 면적 28배(81.2㎢)에 달하는 농경지 침수·유실·매몰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당에서 먼저 폭우 피해에 대응하는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연초부터 불거진 코로나19 위기로 방역과 경제 문제로 3차 추경까지 국회 문턱을 넘었다. 어쩔 수 없다지만 여권에 분노심이 가득한 미래통합당 입장에서 아니꼽게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기존 예산이 부족하다면 폭우 추경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해가 너무 극심해서 재난 지역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예산이 책정된 게 없다면 추경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을 보좌하는 송언석 비서실장(재선)은 “추경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예산이 없다면 그렇다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현재 예산 활용이 먼저고, 예비비도 쓰고, 안 될 경우에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바로 폭우 추경을 주장했다는 것으로 보도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모양새지만 거대 양당의 한 축으로 여권에 대한 맹공부터 쏟아내는 관성에 비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폭우 피해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대표는 폭우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재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아침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전국이 물 폭탄을 맞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다. 코로나19로 엎친데 부동산이 덮친 상황에서 물난리까지 가세했다”며 “여야는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재난 방지와 복구에는 한마음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중, 삼중의 국가적 재난이 덮친 지금 정부여당이 집중해야 할 일은 야당에 대한 정치공세나 감사원장, 검찰총장 등 올곧은 공직자들에 대한 비난과 보복이 아니라 유가족과 이재민에 대한 지원과 피해 복구”라며 “재해복구 예산과 예비비를 활용하고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본예산 세출 항목 변경을 포함한 재해 추경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신속한 응급 복구와 지원 그리고 항구적인 시설 보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대표도 이번에 추경을 또 하게 되면 한 해 4차례 추경이라는 역사상 거의 처음 겪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안 대표는 “이미 한 해 3번이라는 이례적인 추경을 했지만 재해 추경은 성격이 다르다. 태풍 루사, 태풍 매미 때도 편성된 사례가 있다”면서도 “단 재난 추경이 편성된다면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불 끄러 다니는 일자리나, 장마철에 산불 감시하는 황당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이재민 지원과 피해시설 복구에 한정해야 함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목적이 분명한 추경 때마다 정권이 경제 통계를 부풀리기 위한 정치적 예산을 쓰는 것에 대해 주의를 주는 것이다.

안 대표는 “더 이상 추경을 이용해서 정권의 선심쓰기용 예산이나 일자리 통계 조작을 위한 예산을 끼워 넣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이 정권이 아무리 몰염치하더라도 재해 추경 편성 때 이재민의 눈물까지 팔아먹는 짓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보라 안성시장으로부터 피해 현황을 브리핑 받고 있는 이해찬 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날 보도된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추경 여부는 피해 규모를 보고 생각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당이 야당의 추경 제안을 환영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먼저 피해 규모부터 파악하고 논의해보자는 그런 입장이다. 이미 재난 때 쓰라고 마련된 돈부터 써보고 부족하면 4차 추경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현재 피해 규모를 모르기 때문에 추경이 필요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비가 그치고 규모가 확인되면 판단할 문제다. 예비비를 비롯해 관련 예산이 편성돼 있기 때문에 편성된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난 관계된 예비비는 바로 투입하라고 했다. 재난지역 선포 문제는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라서 봐가면서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코멘트했다.

이와 관련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폭우 피해가 심각한 경기도 안성을 방문해서 “현황이 파악되는 대로 바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겠다”며 “지난 일요일(2일)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관련해 당정간 협의를 마쳤다. 신속한 복구 작업이 이뤄지도록 오늘 다시 한 번 당정간 협의를 긴급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안성시 죽산면사무소 2층 상황실에서 김보라 안성시장으로부터 피해 상황 브리핑을 받았다. 

비공개 회의가 진행된 뒤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재선)은 “현재 보병 부대가 복구 작업을 돕고 있는데 의원들이 국방부장관에게 요청해서 공병부대를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며 “올초에 큰 재해재난은 없어서 재원에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외에 폭설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송 대변인은 “추경까지는 굳이 갈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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