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총파업 이유...의료계와 어떠한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책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금요일(7일)인 내일 하루 집단 파업을 예고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 소식이 알려지자 정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정원 확충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기를 부탁드린다”며 의료계에 대화를 제안하고, 집단행동 자제를 요청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의료계 집단휴진 관련 국민 및 의료인께 드리는 말씀’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의료계 집단휴진 관련 국민 및 의료인께 드리는 말씀’의 담화문을 발표했다.(사진=복지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의료계 집단휴진 관련 국민 및 의료인께 드리는 말씀’의 담화문을 발표했다.(사진=복지부)

박 장관은 “의대정원 확충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의료서비스 질을 높여 어느 지역에 살든지 우수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덧붙여서 의대정원 확충은 특수분야 의사와 의과학자를 확충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지금도 포화상태인 서울과 수도권의 개원의를 늘리는 것이 결단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며 전공의들의 이해와 협력을 당부했다.

박 장관은 또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결코 위협받아서는 안 되며 아프고 병약한 환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집단 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10년간 4천 명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 의료계의 반발을 사게 된 것이다. 휴진이라는 집단행동에 가장먼저 나서는 곳은 젊은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전공의협의회다. 이어 개원의들이 주축인 대한의사협회가 다음 주에 집단 파업을 예고했다.

 ▲의료계 총파업 이유...의료계와 어떠한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책

의료계의 최대 불만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이 의료체계를 뒤흔드는 정책임에도 정부나 여당이 의료계와 어떠한 상의나 분석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것,

뒤 늦게 정부가 의료계의 총파업을 막기위해 대화를 시도했지만 의료계는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대전협과 5~6일 이틀간 2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미 예고한 대로 내일(7일) 오전 7시부터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진료 분야까지 업무를 전면 중단할 예정이어서 의료체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에 집단파업카드를 가장 먼저 꺼내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국 200여개 병원에서 수련 중인 인턴과 레지던트 1만5000여명이 소속된 단체로 이들 중 90% 이상이 이번 집단휴진에 참여한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수요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비상 상황 발생 시 현장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정부의 고민이 깊다.

복지부도 의료계의 총파업을 막기위해 이날 매우 긴박한 시간을 보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계 파업과 관련한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고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대전협 측과 최종 담판을 벌였으나 파업을 철회시키지는 못했다.

의료계의 집단파업을 촉발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가 도화선이 됐다.

복지부는 의료계의 총파업을 막기위해 지자체와 함께 ‘24시간 비상진료상황실’ 운영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비우면 의사들이 자리를 메워야 하기 때문에 의료수급에는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복지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의료기관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모든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24시간 비상진료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비상진료 대책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응급실·중환자실 등은 대체 순번을 지정하거나 대체인력을 확보해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할 것을 각 병원에 요청했다.

병원들은 외래진료와 응급실 진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당직 조정 등 여러 방안을 통해 최대한 의사를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14일에도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총파업이 예고돼 있다. 동네의원 등 개원의를 중심으로 13만여명의 회원을 가진 의료계 최대 단체다. 의협이 복지부와의 대화 중단을 선언한 상태라 파업을 앞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계 집단휴진에 따른 국민 및 의료인께 드리는 말씀’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의료인 여러분!

코로나19 대응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한 의료인 여러분의 노고와 위기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협조해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에 인류에게 낯선 신종감염병이라는 세계적인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저는 의료인과 국민 여러분께저의 진심이 꼭 전해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정부는 지난 7월 23일 의대정원 확대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의대정원을 3058명에서 3458명으로 400명을 늘리고 10년 간 한시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늘어난 의사는 ▲의사가 부족한 지방의 의료기관, ▲특수 전문분야, ▲의과학 분야에서 활동하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정책을 추진하게 된 가장 큰 목적은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의사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우선적으로는 지방의 의사를 확충하여시골에 사는 분들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에 비해 전체적인 의사 수가 적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지역 간 의료인력의 편차가 큽니다. 서울은 인구 천 명 당 의사가 3명 이상 있지만경북은 1.4명으로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국민들이 지방에서 큰 병에 걸리면 주변에 치료할 수 있는 병원과 의사가 없어 서울로 올라옵니다.

그 병이 촌각을 다투는 응급질환이라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응급질환이나 뇌졸중 같은 뇌질환으로 사망하게 되는 비율이 강원도 영월이 서울시 동남권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감염병을 치료하는의사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감염내과 의사는 전문의 10만 명 중 300명도 되지 않으며, 소아외과 전문의는 50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로 인한 진료의 공백은 국민들의 고통으로 나타나고 심한 경우에는 죽음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미래 의료발전을 견인할 의사과학자 양성도 시급합니다. 바이오-메디컬분야는 급속히 발전하는 반면, 여기에 종사하는 의사는 100명도 되지 않아, 현실의 높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하여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자생적으로 늘기 어려운 감염병 등 특수분야 의사와의과학자를 확충하는 것이 의대 정원 확충의 핵심입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지금도 포화상태인 서울·수도권의 개원의를 늘리는 것이 결단코 아닙니다.

존경하는 의료인 여러분!

의대정원 확충은 지역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여 어느 지역에 살든지 우수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입니다.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어느 지역에서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 동일하게 품고 있는목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정부와 의료인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부터 해야 하는 일을 함께 고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의료인 여러분!

의대정원 확충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정부는 앞으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의료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우리 보건의료 제도를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의대정원에 대해서도 중요한 세부적인 논의사항들이 많이 남겨져 있습니다. 확충된 의료인들을 어떻게 내실있게 교육·수련할 것인지, 어느 지역에 배치하고, 어떤 진료과목 의사를 양성할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지역의사가 보람있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역의료를 강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는 과제도 함께 논의하겠습니다.

또, 전공의 여러분들께도 이해와 협력을 당부드립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제기하는 수련 과정에 대한 개선과 지원 필요성 등에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양질의 교육이 가능한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지원방안을 함께 협의하겠습니다.

전공의협의회와 긴밀한 소통을 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전공의협의회 간 소통협의체 구성을 이미 합의하였고, 오늘 오후 전공의협의회와 차관이 간담회를 할 예정이며, 진정성 있는 논의를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또 이를 토대로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여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보건의료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일부 의료단체 등이집단휴진이나 집단행동을 논의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에 위해가 생길 수 있어, 정부는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집단행동은 자제해 주시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요청드립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실·중환자실 등의 필수의료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에는 많은 의료인들도 공감하고 계십니다.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프고 약한 환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부는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고 진료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경우에 대한 대비를 할 것입니다. 또한,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엄중히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의료인 분들도 적극 협조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시작하는 숭고한 직업입니다. 정부는 이런 의료인들이 더욱 자긍심을 갖고 일하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 의료인, 정부가 합심하여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처럼, 국민, 의료인, 그리고 정부가 합심하면 보건의료제도를 발전시키고 상생할 수 있는 더 좋은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을 생각하는 의료인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