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방식
부동산 내로남불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의아한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 비서관 5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7일 13시반 즈음에 속보로 타전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춘추관 마이크를 잡고 발표한 것인데 아직 문재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도 고심 중인 것으로 보여진다.

구체적으로는 △노 실장 △김조원 민정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등 6명이다.

항상 문재인 대통령의 곁에 있었던 노영민 비서실장의 모습.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은 웃고 있는데 노 실장은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비서라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이 한꺼번에 공석이 될 수도 있는 문제를 언론이 취재해서 보도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청와대가 공식 발표로 알리게 됐을까.

직접 밝힌 명분은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책임”이다. 강 대변인은 “노 실장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 상황이란 것은 부동산 내로남불이다. 

문재인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펼치기 위해 노력했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필두로 23차례나 관련 대책을 내놨다. 문 대통령 본인부터 취임 초기부터 다주택 보유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매도를 단행할 정도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재임 중에 건물을 매입하는 등 정부 핵심 인사들의 이중성이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정부가 6월~7월 증세와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시장은 더욱 출렁이면서 여권 전체가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책적 실패와 함께 여권 인사들의 다주택 보유 현황은 민심의 악화를 부추겼다.

노 실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청와대 고위 인사들에게 실거주 1채만 두고 전부 매도하라고 권고해왔다. 하지만 본인부터가 다주택 보유자다. 근래 들어 노 실장도 매도 절차에 들어갔는데 자기 지역구(3선)인 충북 청주에 있는 아파트를 팔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아파트를 그대로 두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거셌다. 청와대의 시그널이 ‘똘똘한 1채론’으로 집약돼 버렸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청와대 비서실장도 포기할 수 없는 달콤한 것으로 여겨졌다. 결국 노 실장이 여론에 밀려 둘 다 팔겠다고 선언했지만 너무 늦었다.

이밖에도 청와대 고위급 인사 8명이 여전히 다주택 보유자다. 김조원 민정수석의 경우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노 실장의 처분 방침을 대놓고 무시했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청와대부터 조성해주고 있었다.

미래통합당은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내고 “종합적 책임보다 하필이면 남자들은 부동산을 잘 모른다는 류의 공감 부족으로 도마 위에 오른 인사들이 주를 이뤘다. 강남 2채 김조원 민정수석은 결국 직이 아닌 집을 택했다”며 “내놓은 집이 안 팔려서 1주택자 못 한다던 김외숙 인사수석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주택자로 남게 됐다. 그래서 이번 발표를 보면 대충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보여주기식 꼬리자르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빠져 있다. 국민들에 덫을 놓은 부동산 실정의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김상조 정책실장”이라며 “몇 명 교체하는 것으로 불리한 국면을 넘어가려 하지 말라. 고통받는 국민 앞에 물타기 인사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문 대통령이 직접 경제 컨트롤타워의 핵심 인사들을 교체하라고 주문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크게 보아서는 핵심을 비껴간 모양새다. 핵심은 지금까지의 잘못된 정책 전반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책라인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것”이라며 “최근 재정 정책을 비롯해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 책임이 있는 정책 담당자들이 배제된 평가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의 경제 정책 오류에 대힌 책임을 물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상조 정책실장 등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핵심 정책 담당자들의 평가와 책임없는 인사는 국민들에게 큰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참모진들의 자발적 행동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본인의 과감한 정책 전환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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