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띄우고 여당은 신중
조금씩 기류 변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올초에 닥친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추경(추가경정예산)을 3차례나 했다. 하지만 9일간의 폭우로 31명이 목숨을 잃었고, 11명이 실종됐고, 8명이 다쳤다. 6000여명은 집을 떠나 이재민 신세가 됐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앙심이 깊은 보수야당도 4차 추경론을 꺼내고 있는 배경이다.

기이한 풍경인데 추경은 곧 돈을 푸는 것이고 야당이 싫어하고 여당이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먼저 조건부 4차 추경론을 제시했다.
 
즉 △재해복구 예산 →예비비 →본예산 세출 항목 변경 등을 다 고려해보고 그래도 부족할 경우 △폭우 대응용 4차 추경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정권의 선심쓰기용 예산이나 일자리 통계 조작을 위한 예산에는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4차 추경의 키는 사실상 김태년 원내대표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이렇듯 야당 지도부에서 4차 추경론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지난주 주중까지는 오히려 민주당 지도부가 신중한 입장이다. 지금도 대외적으로는 논의된 바가 없다는 스탠스다. 무엇보다 있는 돈부터 다 써보고 부족하면 4차 추경을 논의해볼 수 있다는 쪽이다. 특히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단 폭우 피해 규모부터 정확히 집계해봐야 얼마가 복구 비용으로 필요할지 가늠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조금씩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로 나서고 있는 신동근 의원(재선)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가 큰 몇 곳을 특별재난지역 선포해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지금 쓸 수 있는 예비비 정도로는 대처하기가 어렵다. 불가피하게 4차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며 “야당 대표들이 이미 4차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한 상황이다.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나는 이번 비 피해가 아니더라도 약 35조원의 3차 추경으로는 부족하니 4차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었다”고 밝혔다.

민주당 입당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는 무소속 이용호 의원(재선) 역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수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경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지 않은 이 의원이지만 예결위 채널에서 여권을 상대로 4차 추경론을 어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이번 폭우로 피해가 막심한 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지역구다.

9일 보도된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4차 추경과 관련해 당내에서 논의된 바 없다. 일단은 예비비를 통해 긴급 지원을 하고 추후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여야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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