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다른 조금박해
박근혜 정부도 안 두려워 한 조응천 솔직히 눈치봤다
3무 전당대회
자기검열 고백
열린우리당의 악몽
위기 직시와 토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중 원내 인사는 2명 밖에 없다. 4인방은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친문재인계 당권파의 정서와는 다른 행보를 걸어왔지만 각자 스타일이 다르다. 금태섭 전 의원(초선)은 민주당의 주요 당론들과 불협화음을 냈고 독박으로 핍박을 받았다. 김해영 최고위원(초선)은 공식 회의에서 이해찬 대표 면전에 대고 쓴소리를 쏟아냈고, 박용진 의원(재선)은 자기 의제가 명확하면서도 당권의 흐름과 다른 목소리를 낼 때 주로 라디오를 활용한다. 

조응천 의원이 두 달 만인 17일 오전 페이스북에 자신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조응천 의원(재선)은 검사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박근혜 정부 때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부패방지위원회, 법무부, 국가정보원 등 매 정권마다 다양한 법조 업무를 맡아왔다. 20대 국회에서는 법사위원(법제사법위원회)까지 해봤다. 조 의원이 국민들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2014년 4월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하다가 해임됐을 때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힘으로 찍어내릴 정도로 시퍼런 권력을 과시했다. 그런 상황에서 조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정윤회)를 문제시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고 호기롭게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렇게 직을 잃더라도 비굴하지 않으려고 했던 조 의원이 “수시로 자기 검열했음을 고백한다. 지금 이 순간도 쓸까 말까 주저하고 있다”고 밝혔다. 

4.15 총선 이후 4개월이 지났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여론조사 추세가 연일 바닥을 치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6월28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다. 약 두 달이 흘렀고 임시 공휴일인 월요일(17일) 오전 “위기에 마주 설 용기가 필요하다”는 타이틀로 돌직구 2탄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조 의원은 “여론조사 숫자로도 나타나지만 우리는 지금 위기 상황에 처했다. 아니 지지율 숫자는 현실을 다 드러내지도 못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4가지의 메시지를 피력했다. 

①전당대회 3무(관심·논쟁·비전)의 악순환
②자기검열을 했다는 솔직한 고백
③열린우리당 악몽의 재현 가능성(과거사 및 검찰 때리기에 집중)
④위기 직시와 토론의 시급성

①은 코로나19 비대면 시국과 폭우가 겹쳐 어쩔 수 없다고 핑계대고 싶겠지만 왜 집권여당의 전당대회가 무관심 속에서 치러지고 있는지에 대한 조 의원의 해석이다.

조 의원은 “우리 당 전당대회를 돌아보자. 분명 비정상이다. 3무 전당대회다. 관심이 없고, 논쟁이 없고, 비전도 없다”며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니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고 그러니 논쟁이 없다. 논쟁이 없으니 차별성이 없고 비전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 비전 경쟁이 없으니 관심이 떨어진다. 악순환의 고리”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4가지 메시지를 피력했다. (사진=연합뉴스)

외부 요인들 때문이 아니다. 당권 주자들(김부겸·이낙연·박주민) 모두 친문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어서 그렇다. 강성 지지층이 많이 보는 유튜브에 출연해서 “초록이 동색”인 워딩만 쏟아내고 있으니 전당대회 자체가 노잼일 수밖에 없다.

조 의원은 “수해 상황과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전당대회 때문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다. 그러나 몇몇 주류 성향의 유투브나 팟캐스트에는 못 나가서 안달들이고 이름만 가려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 동색인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다”며 “이래도 되는 건가? 어떤 후보한테 물어보니 일단 당선되고 봐야하지 않겠나? 당선되고 나면 달라질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오고 다른 후보는 당이 혼란스러운데 내가 나서서 중심을 잡아야 할 것 아니냐고 강변한다”고 밝혔다.

중심을 잡지 않아서가 아니라 후보들이 당의 주류 표밭만 쫓는 포퓰리즘에 빠져있어서 문제다. 그럴수록 후보들의 소신과 비전이 희미해진다.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무공천해야 한다는 당헌당규를 무시하는 것이 대세가 되어 버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조 의원은 “후보가 표를 쫓아 우왕좌왕인데 당선되더라도 당의 진로를 더욱 혼미하게 하고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전대 때도 토론과 경쟁이 없는데 전대 끝나면 변할 거라는 후보의 말씀에 그리 큰 믿음이 가진 않는다”고 일축했다. 

②은 자기고백이다. 아마 의원실 보좌진도 조 의원이 이런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최대한 뜯어말렸을 것이다. 본인부터가 고심이 많았다.

조 의원은 “누구 탓 할 일 없다. 나부터가 문제다. 좋은 게 좋다고, 더 이상 미운털 박힐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나는 이미 이야기 많이 하지 않았냐고, 이른바 조금박해도 존재감이 없어지지 않았냐고. 수시로 자기 검열했음을 고백한다”며 “지금 이 순간도 쓸까 말까 주저하고 있다. 내부 총질해서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라고 표현했다.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의원과 함께 조 의원이 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③은 열린우리당이 4대 입법(국가보안법 폐지·과거사법·언론개혁법·사학법)에만 치중하다가 경제 문제에 무능해져 망한 사례를 경계하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나 이낙연 의원 모두 총선에서 압승한 뒤 열린우리당 케이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조 의원은 “열린우리당 시절의 악몽을 교훈삼아 이른바 내부총질 없이 단일대오로 국정 수행을 튼튼히 뒷받침하는 것이 집권여당의 덕목이라고 한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다만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서 나온 결론이 국민의 눈높이와 크게 괴리되지 않을 것을 전제로 동의한다”며 “언제부턴가 (민주당이) 우리 편과 저 편을 가르기 시작했고 이중잣대로 가늠했다. 언제부턴가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몸은 과거사와 검찰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이어 “국정 철학의 주요한 축인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의 가치는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거꾸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고 환기했다. 

그래서 조 의원은 민주당이 이제라도 “국민 눈높이, 국민 정서와 싱크로율을 높여야 한다. 총선에서 야당을 지지한 40% 넘는 국민들의 뜻도 헤아려야 한다. 절차적 민주주의도 지켜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무엇보다 국민과 괴리되지 않는 상황 인식이나 정책 방향이 절실하다”고 설파했다. 

조 의원은 토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연합뉴스)

④은 이 의원이 당권 도전을 선언한 명분이었던 현재가 엄중한 위기 상황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모두가 먼저 위기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 다음 지금까지 해온대로 돌파하자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일단 백가쟁명식 토론부터 해야 하고 말의 ‘장’이 열리도록 해야 한다. 

조 의원은 “위기를 모른채 하는 것도 어렵지만 위기라고 나서서 떠드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며 “지금의 전당대회는 위기를 논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위기를 외면하며 지금까지 해온대로 잘 하자라는 식의 정면돌파론은 위기를 더 가속화시킬 것이다. 전당대회가 열흘 남짓 남았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열흘이면 짧은 시간도 아니다. 제대로 토론 좀 하고 논쟁 좀 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어렵다면 당대표 후보자들, 최고위원 후보자들끼리라도 모여서 끝장토론이라도 열어달라”며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새로운 지도부의 인식과 해법을 보여달라. 전당대회가 분위기 전환과 변화의 모멘텀을 찾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치열한 논쟁을 통해 우리 당의 비전을 보여주고, 국민들의 관심을 가져오는 전당대회를 만들자. 3무 전당대회의 극복은 진정으로 국민을 두려워하고 위기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