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이 확장적 재정 제약하나
홍남기도 확장적 재정 기조
예산 왕창 풀었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안 그래도 보편적 복지국가로 이행하는 타이밍이라 재정의 역할이 커졌는데 코로나19까지 겹쳤다. 코로나는 8개월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수록 오프라인에서 장사하는 600만 자영업자들만 죽을 맛이다. 보수적 재정론자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확장 재정이 대세인 시대를 거스를 수 없지만 고민이 많다. 

홍 부총리는 20일 오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할 때 탄력성과 신축성을 갖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재정준칙 때문에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할 때 제 역할을 못 하지 않을까 싶어서 (건전성과 탄력성) 두 요인을 똑같이 놓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걱정하는 내용이 고려되도록 검토를 진행하겠다. 해외에서 그런 요인들을 다 감안해서 제시하는 룰이 많이 있어서 참조해서 검토하겠다. (재정준칙에 대해) 청와대와도 의견 교환을 하고 있고 당하고도 필요하면 협의할 기회를 갖겠다”고 알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평소 안경을 착용하지만 가끔 질문에 답변할 때는 벗고 생각에 잠겨있기도 한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평소 안경을 착용하지만 가끔 질문에 답변할 때는 벗고 생각에 잠겨있기도 한다. (사진=연합뉴스)

재정준칙(fiscal rules)은 세입세출이나 국가 채무 등 구체적으로 수치화한 목표를 설정함과 동시에 재정 운용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한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재정준칙의 3가지 요소로 △법적 토대 △재정 목표 △재정준칙을 못 지켰을 경우 입게 될 손해 등을 제시했다. 예컨대 정부가 재정준칙을 만들 때 재정건전성에 중점을 둘지, 국가 채무 최소화를 목표로 할지, 복지국가 구현에 방점을 찍을지 등에 따라 다르게 내용이 채워질 수 있다.

홍 부총리는 기재위원들로부터 2021년 예산안에 적용될 재정준칙을 어떻게 짤 것인지에 대해 질의를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본예산 규모는 512조3000억원이고 코로나로 인해 풀린 추경(추가경정예산)은 △1차(11조7000억원) △2차(12조2000억원) △3차(35조1000억원) 등 합계 59조원이다. 무려 571조원의 돈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재정준칙이 확장적 재정 기조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데 홍 부총리는 “내년까지는 재정이 역할을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올해 기조를 어느 정도 연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571조원을 풀었더라도 내년에 더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홍 부총리의 정세 판단이다. 나아가 전국민 고용보험제 단계적 도입이나 전국민 기본소득을 위한 담론이 형성된 마당이라 앞으로 상당 기간 확장적 재정 기조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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