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공정경제 기반 대폭 확충
경제 단체·재계 “코로나 위기 속 기업 투자 의욕 ‘위축’ 우려”

정부는 ‘상법’ 일부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정부는 ‘상법’ 일부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산업계의 우려 속에 ‘공정경제 3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로써 앞으로는 불공정거래행위(부당지원행위 제외)의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해당 행위의 금지·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가 도입된다.

또한 불공정거래의 과징금 상한이 2배로 상향된다.     

정부는 이와 같은 내용의 ‘상법’ 일부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26일 경제단체와 재계에 따르면, ‘공정경제 3법’ 국무회의 통과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 기업의 투자 의욕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이번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이들 3법 제·개정안은 상법의 경우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 및 선임·해임 규정 개선의 내용을 담았다.

공정거래법의 경우 ▲전속고발제 폐지·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등 법집행 체계 개편 ▲사익편취 규제 강화·지주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 등 기업집단 규율법제 개선의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그룹감독법의 경우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비(非)지주 금융그룹을 감독대상으로 지정 ▲위험관리 체계 구축, 자본적정성 점검 등 금융그룹 감독방안 마련을 주요내용으로 담고 있다.

향후 이들 3법 제·개정안이 국회를 통과·시행되면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이 근절되며 금융그룹의 재무건전성이 확보되는 등 공정경제의 제도적 기반이 대폭 확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국회 제출 이후에도 국회와 재계 등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법률의 제·개정 취지와 내용 등을 설명하는 등 이들 3법 제·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시행되도록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그간 정부는 이러한 입법과제를 추진하면서 입법예고·관계부처 협의(6~7월), 규제심사(7월), 법제처심사(8월) 및 지난 20일 차관회의를 거쳐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하기에 이르렀다.


@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자회사 통한 일감 몰아주기 방지

상법 일부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먼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했다.

현행 상법에는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해태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모회사 및 모회사의 주주에게 피해가 있음에도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없었다. 즉 자회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등 대주주의 사익추구 행위를 방지할 수 없었다.

이에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해태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비상장회사 주주의 경우 총발행 주식의 1%, 상장회사 주주의 경우 0.01% 등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모회사 주주도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현행 상법상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또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포함했다. 현행 상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한 후 이 중 감사위원을 선임하도록 함으로써 대주주의 의사에 부합하는 이사만 감사위원으로 선임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1인 이상)를 이사 선출 단계에서부터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임하도록 함으로써 대주주로부터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한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 또는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 상장회사 중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회사’가 적용대상이다.

또한 상장회사의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 시 적용되던 3%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정비,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 합산 3%, 일반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되도록 한다.

불합리·불명확한 법령이 정비됐다. 전자투표를 실시해 주주의 주총 참여를 제고한 회사에 한해 감사 등 선임 시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만으로 의결할 수 있도록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완화한다. 현행 규정은 감사위원회 위원 및 감사 선임 시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이상의 수’로 의결(상법 제368조 제1항)하도록 돼 있다.

또한 사실상 직전영업연도 말일을 배당기준일로 전제한 규정(상법 제350조 제3항)을 삭제함으로써 동등배당이 가능하도록 해 실무 편의를 도모하고 주주총회의 분산 개최를 가능하도록 한다.

그간 해석상 논란이 있었던 상장회사의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에 관해 일반규정에 의해 부여된 권리와 상장회사 특례규정에 의한 권리를 선택할 수 있음을 명확히 규정한다.


@ 공정거래법 집행체계 개편…다양한 집행수단 제도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공정거래법 집행체계를 개편한다.

현재의 과징금 등 행정제재 위주의 공적 집행 체계로는 불공정 행위 근절과 국민의 신속한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 형사·민사·행정 등 다양한 집행 수단을 제도화하고 경쟁법 집행에 경쟁 원리를 도입한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엽합회(전경련)는 “경쟁 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 공정위·검찰의 중복조사 등으로 적지 않은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법적 대응 능력이 미흡한 중소기업에 이번 개정은 상당한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상 가격담합, 입찰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등 사회적 비난이 큰 경성담합에 대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한다.

또한 그간 형벌부과 사례도 없고 법체계상 맞지 않는 기업결합 및 일부 불공정거래행위 등에서 형벌을 폐지한다.

대신 불공정거래행위(부당지원행위 제외)의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해당 행위의 금지·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한다.

또한 담합·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시 손해액 입증을 지원하기 위한 법원의 자료제출 명령제를 도입한다.

아울러 법위반 억지력 확보를 위해 과징금 상한을 2배로 상향해 담합 10%→20%, 시장지배력남용 3%→6%, 불공정거래행위 2%→4%로 늘린다.

기업집단 규율법제를 개선,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억제하는 등 부당한 경제력 남용을 근절한다.

이를 위해 규제대상 총수일가 지분 기준(상장 30%, 비상장 20%)을 20%로 일원화하고 이들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한다.

그간 지분율 조정, 비상장회사 또는 자회사의 설립 등으로 규제를 우회하면서 규제대상에서 벗어난 회사를 통해 더 높은 비중으로 내부거래가 이루어져왔다. 실제로 2018년 내부거래 비중을 보면 규제대상회사가 11.2%였던데 비해 비규제대상회사는 12.4%를 차지했다.

신규 지주회사(기존 지주회사의 신규편입 자·손자회사 포함)를 대상으로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강화한다.(상장 20%→30%, 비상장 40%→50%)

2018년 공정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환집단 지주회사는 자·손자회사 등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거래금액 대비 평균 55%에 이르고, 배당외 수익(브랜드수수료, 용역수수료, 임대료 등)도 과도하게 수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익법인이 기업집단에 대한 지배력과 관련된 회사 주식을 집중 보유하는 등 악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 금지하되 상장 계열사에 한해 특수관계인 합산 15% 한도 내에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한다.

혁신경쟁을 촉진,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당국의 역할을 강화하고 혁신경쟁을 저해하는 법위반행위에 대한 규율 공백을 실효적으로 해소한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M&A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자회사 지분보유 요건 완화, 비계열사 주식취득 제한(5%한도 내 허용) 폐지 등 벤처지주회사 설립요건 및 행위제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또한 피취득회사 매출액(또는 자산총액)이 현행 신고기준(300억원)에 미달하더라도 거래금액(인수가액)이 큰 경우 신고의무를 부과한다.

아울러 정보교환행위를 담합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법률상 추정조항과 금지되는 행위유형을 보완한다.

이외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 사업자단체 등에 대한 변호인 조력권을 명문화하는 등 법집행 절차의 투명성도 강화한다.


@ 감독대상 금융그룹 지정…대표금융회사 선정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의 경우 금융지주 형태의 금융그룹에 대해서는 ‘금융지주회사법’을 통해 그룹차원의 감독을 시행하고 있으나, ‘비(非)지주 금융그룹’의 경우 규제 사각지대로 남아 있음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도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FSAP)을 통해 금융지주와의 규제 비대칭성 해소를 위해 비지주 금융그룹 감독의 법적 근거 마련 및 감독 강화를 권고한 바 있다.

주요내용을 보면 감독대상 금융그룹을 지정한다. 소속금융회사가 둘 이상의 금융업을 영위하고, 소속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금융그룹 중 감독실익이 있는 그룹을 감독대상으로 지정한다. 현재 모범규준에 따라 삼성, 한화, 미래에셋, 교보, 현대차, DB 등 6개 그룹이 해당되며 이들 6개 금융그룹 금융자산은 총 약 900조원, 전체금융회사의 18% 수준(2018년말 기준)이다.

금융그룹 지정 시 해당 금융그룹을 대표하는 금융회사를 대표금융회사로 선정한다.

대표금융회사는 자산·지배구조 등을 고려해 해당 금융그룹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금융회사로 선정하되, 소속금융회사들과의 협의를 거쳐 변경이 가능하다.

금융그룹 내부통제·위험관리체계를 구축한다. 금융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수준 향상과 위험관리를 위해 소속금융회사 공동으로 내부통제정책 및 위험관리정책을 수립한다.

건전성을 관리한다. 소속금융회사 간 자본의 중복이용, 내부거래·위험집중에 따른 손실가능성 등을 고려해 자본적정성을 점검하고 금융그룹의 실제 손실흡수능력(적격자본)이 최소 자본기준(필요자본) 이상 유지되도록 그룹 자본비율을 관리(구체적인 기준은 시행령에 위임)한다.

아울러 금융그룹 내부거래·위험집중이 금융그룹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적절히 측정·감시·관리한다.

보고·공시를 한다. 금융그룹은 금융소비자의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대표금융회사를 통해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시장에 공시한다.

건전경영을 지도한다.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비율, 위험관리실태평가 결과, 재무상태 등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금융위는 금융그룹에 그룹 차원의 경영개선계획 제출 명령을 부과한다.

정부는 이같은 3법 제·개정안이 향후 국회를 통과·시행되면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이 근절되며, 금융그룹의 재무건전성이 확보되는 등 공정경제의 제도적 기반이 대폭 확충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국무위원 부서(副署),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8월말 이들 3법 제·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 경제단체·재계 “코로나 위기 속 기업 투자의욕 위축 우려”

하지만, 경제단체와 재계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의 ‘공정경제 3법’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영자단체(경총)는 지난 25일 국무회의 통과 즉시 입장자료를 내고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과도한 규제, 담합 관련 고발 남발, 기업 간 거래 위축 등 기업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며 “경제계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경총, 전경련, 중견련 등 대표 경제단체들은 이번 정부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 공동 의견서를 제출하며 꾸준히 반대 의사를 피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총은 “이번 개정안에는 상법의 감사위원 분리 선임, 공정거래법의 사익편취 규제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과중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며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도 “경제가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부담이 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법안부터 우선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상법과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기본 룰을 훼손하고 기업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이 우려돼 경제계 우려를 전달했지만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는 점에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공정경제 질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며 재계도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합리적 대안을 함께 논의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수정·보완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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