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중앙뉴스=이인권] 유기체적인 인류문명이 진화해 가면서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해 나가는데 공정, 평등, 정의와 같은 사회 공동선을 위한 본질적 가치는 옛 습관에 젖은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년, 20년 전의 과학적·기술적 주제에 대한 내용은 현재 기준에서는 고릿적 얘기가 되어 있다. 기술의 진보가 초 첨단 수준에 다다른 현 시점과는 딴 판의 객담이 되어 있어서다.

그렇지만 ‘공정사회’라는 주제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바람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만큼 공정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념 구분 없이 어느 정권이나 공정사회를 외치지만 여전히 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1963년 스테이시 아담스가 ‘공정성 이론’을 발표했다. 이 이론은 한마디로 동등한 노력을 했는데 상대적인 기준에서 다른 사람과 차이가 있을 때 불공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곧 개인의 투입과 결과의 비율을 다른 사람의 것과 비교해서 불공평하다고 느끼게 되면 이는 긴장이나 불만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런 긴장은 사회적 갈등이나 반목으로 비화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요즘 한국사회를 혼란케 하고 있는 이른바 ‘부동산 블루’는 정상적인 사회행태가 아니다.

지금 코로나19로 경제가 극심하게 침체되어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민생이 피폐한 상황에 있다. 그런데도 수자놀음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것은 공정사회의 대척점에 있는 사회적 병폐다. 여기에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세도가들이 중심에 있다니 더더욱 그렇다.

한국어사전은 공정사회를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고, 개인의 자유와 개성, 근면과 창의를 장려하며, 패자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는 사회’라고 정의하고 있다. 10년 전, 연이어 2014년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가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됐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우리사회는 마찬가지로 불공평이 지배하고 있어 국민들 사이에서 공정과 공평에 대한 요구가 비등하고 있었던 때다. 승자독식이 만연한 풍토에서 한국사회 체계의 극심한 불균형에 대한 혁파를 국민들이 갈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의를 설파한 이 책은 모두의 공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말할 것도 없이 공정사회는 누구나 바라는 사회 공동체 가치다. 그렇지만 다양한 특권에 의해 공정성이 상실된 사회일수록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기 마련이다.

한국사회의 왜곡되고 굴곡된 세상(世相)을 바르게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여기에 있다. 곧 부와 권력에 의해 인간의 가치가 재단되는 물질만능의 현상을 척결할 때 참다운 공정사회가 될 수 있다.분명 선진화된 공정사회의 척도는 물량적인 수치보다 얼마만큼 공정성과 평등성이 담보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 구체적인 요소들은 기회 불이익의 철폐, 사회로 부터의 소외 해소, 사회경제적 격차의 해결, 합당한 삶의 가치 향유, 사회적 소통과 포용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로운 사회의 추구는 인류 역사와 함께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많은 철학자들도 공정사회의 정립에 대해 깊이 통찰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일찍이 플라톤은  가진 것이 가장 적은 사회가 이상적으로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설파했다. 그리고 사회가 물질적으로 부유해지고 정치세력이 부각되면서 불균형과 불평등에 의해 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시작되고 공정은 희박해진다고 했다. 플라톤의 논리에 견주어보면 한국사회가 단기간에 압축 성장을 이룩하면서 불공정사회가 배태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제야말로 모든 국민이 요구하는 공정한 사회의 가치가 단순한 수사(修辭)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말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선진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공정사회지수를 높여가야 된다. 지금처럼 특권의식, 패권주의, 승자독식이 팽배하는 불공정한 세태에서 공정사회는 우리가 이뤄내야 할 지상 과제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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