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8월 18일에 열린 SK판 다보스포럼인 ‘이첨포럼’에서 “이천포럼이야말로 ‘우리의 미래’이고 ‘변화의 방향성을 가리키는 북극성’”이라며 “변화 자체가 일상인 시간에 우리는 이천포럼에서 우리의 미래를 맛보는 참고서로 삼아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8월 18일에 열린 SK판 다보스포럼인 ‘이첨포럼’에서 “이천포럼이야말로 ‘우리의 미래’이고 ‘변화의 방향성을 가리키는 북극성’”이라며 “변화 자체가 일상인 시간에 우리는 이천포럼에서 우리의 미래를 맛보는 참고서로 삼아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SK)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래를 디자인’한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18일에 열린 SK판 다보스포럼인 ‘이첨포럼’에서 “이천포럼이야말로 ‘우리의 미래’이고 ‘변화의 방향성을 가리키는 북극성’”이라며 “변화 자체가 일상인 시간에 우리는 이천포럼에서 우리의 미래를 맛보는 참고서로 삼아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그동안 이해관계인의 개념을 확대하고 구성원·주주·고객이 함께 도약하고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왔다”며 “남들보다 먼저 고민하고 변화를 모색해 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만큼 이천포럼을 우리가 함께 나아갈 먼 길의 소중한 이정표로 삼자”고 강조했다.

직접 홍보에 나설 정도로 이천포럼은 최태원 회장의, 아니 SK그룹의 ‘미래’를 내다보며 디자인할 수 있는 지표이자 나침반이다.

SK그룹의 토론과 자발적 참여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도 선대 회장인 故 최종현 회장이 기틀을 닦고 최태원 회장이 진화시켰다.

이와 관련 SK 관계자는 지난 24일 “고 최종현 회장이 평소 임원들 뿐 아니라 구성원들과도 몇 시간씩 격의 없이 미래에 관해 토론을 하던 문화를 최태원 회장이 이천포럼으로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8월 26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버지이자 선대회장인 故 최종현 회장의 22주기였다.  (사진=SK)
8월 26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버지이자 선대회장인 故 최종현 회장의 22주기였다.  (사진=SK)

@ 시총 재계 2위 SK그룹, 최종현 선대회장 22주기 ‘조용히’

지난 8월 26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버지이자 선대회장인 故 최종현 회장의 22주기였다. 

하지만, SK는 조용했다. 20주기였던 재작년에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대규모 행사를 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더욱 조용한 추도 분위기였다.

물론, 4월 SK 창립기념일에 창업자인 최종건 회장과 선대회장인 최종현 회장의 추모행사를 모아서 하는 것도 조용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최종현 회장은 1973년 창업주이자 형인 최종건 회장이 타계하자 뒤를 이어 회장으로 취임했다.

재임 중 1980년에 대한석유공사를, 1994년에는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SK그룹의 기틀을 세웠다.

최 회장이 1993년 SK 대덕연구소에 신약개발연구팀을 만들며 시작한 바이오 사업도 최근 SK바이오팜으로 결실을 맺었다.

무모한 도전이라고까지 했던 바이오 사업 진출은 2대에 걸친 뚝심에 힘입어 이제 SK그룹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지난해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올해 큰 화제를 모으며 증시에 상장했다.

SK바이오팜 상장으로 SK그룹 시가총액은 지난 21일 종가 기준 약 133조원으로 확실한 2위로 자리매김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지난 5월 발표에서는 자산총액이 약 225조원으로 재계 3위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지난 1973년 별세한 故 최종건 창업회장에 이어 수장이 됐을 당시만 해도 SK그룹(당시 선경그룹)은 재계 50위권이었다. 

그로부터 47년이 흐른 지난 26일 현재 SK그룹은 시총으로 재계 2위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ICT, 모빌리티, 바이오, 반도체, 에너지사업 등을 SK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ICT, 모빌리티, 바이오, 반도체, 에너지사업 등을 SK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사진=SK)

@ 최태원 회장, SK의 새로운 성장동력 ‘모빌리티 사업’에 주력

최태원 회장은 ICT, 모빌리티, 바이오, 반도체, 에너지사업 등을 SK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최 회장이 중점 육성 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모빌리티’ 분야에서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모빌리티’란 사람과 사물 및 정보의 이동과 이동에 내재하는 의미와 실천을 말한다. 사전적으로는 ‘(사회적) 유동성 또는 이동성·기동성’을 뜻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각종 서비스나 이동수단을 폭넓게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내년 이후 본격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는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이노베이션이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개하고 대규모 투자도 착실히 집행하고 있다.

관건은 각 계열사가 ‘각개전투’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모빌리티 사업 역량을 결집하는 일이다. 이는 플랫폼 중심의 서비스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SK텔레콤이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을 미래 성장 축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배터리사업 매출은 2018년 12월말 3482억원에서 2020년 6월말 627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배터리사업이 보유한 유무형자산은 1조512억원에서 3조230억원으로 3배가량 뛰었다.

이는 올해 초 중국과 유럽에 준공한 글로벌 배터리 생산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유럽·중국 추가 공장과 미국 신공장을 가동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SK그룹은 배터리 사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소재 사업도 집중 육성하고 있다.

SKC는 올 1월 전기차배터리 소재인 동박 제조사 SK넥실리스(옛 KCFT)를 약 1조190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SK넥실리스는 약 1200억원을 들여 전북 정읍에 연산 9000톤 규모의 6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2022년 1분기 완공이 목표다. 이에 따라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능력은 약 5만2000톤으로 증가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을 미래 성장 축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현대차)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을 미래 성장 축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현대차)

@ 최태원 회장, 미래 디자인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최 회장이 미래를 디자인하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특히, 지주사인 SK주식회사도 모빌리티 분야에서 투자를 꾸준히 타진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동박 제조사 왓슨에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SK는 왓슨에 약 27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이번에 약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을 지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투자에 이어 소재사업 육성을 통한 수직계열화는 최태원 회장의 핵심 성장전략이다.

정유부문에서는 석유개발 사업에 진출하고, 반도체에서 SK하이닉스 인수 후 최근까지 소재기업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기업이 미래사회에서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SK가 정부의 한국판 뉴딜인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에 발맞춰 모빌리티 신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혁신 모빌리티 트렌드는 단순히 공유·호출차량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이동수단과 관련 서비스를 한 곳에 묶는 플랫폼 구축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주 이천포럼에서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해야 내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며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구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SK가 다방면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빌리티 관련 미래사업을 결집하는 역할은 SK텔레콤이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K텔레콤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의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통신,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T맵’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플랫폼화 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전기차 배터리 관리·주유소), SK네트웍스(렌터카·차량정비) 등 각 계열사가 가진 사업 역량이 결합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와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SK는 종합 서비스 중심의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이 가능한 위치에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네 번째로 진행한 이천포럼에서 임직원과 함께 소통하며 미래를 디자인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네 번째로 진행한 이천포럼에서 임직원과 함께 소통하며 미래를 디자인했다. (사진=SK)

@ 최태원 회장, “이천포럼은 SK의 미래, 변화의 방향 가리키는 ‘북극성”

최태원 회장이 올해 네 번째로 진행한 이천포럼에서 임직원과 함께 소통하며 미래를 디자인했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SKMS 연구소에서 개최되는 SK그룹 최대 행사인 ‘이천포럼’에서 코로나19가 앞당긴 ‘미래 세상’과 ‘딥체인지’에 대해 임직원과 함께 디자인하는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천포럼’은 SK그룹 계열사 대표와 임직원이 세계적인 석학‧전문가들과 함께 경제, 사회, 지정학 이슈, 기술혁신 등에 대해 토론하고 이를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방안 등을 모색하는 연례 심포지엄이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차 올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됐다.

SK에 따르면 사흘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올해 ‘이천포럼’의 모토는 ‘딥 체인지(Deep Change)를 디자인하라’다.

SK 관계자는 “올해 이천포럼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과 동시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임직원과의 소통과 이천포럼 홍보를 위해 혼신을 다 했다는 것이 그룹안팎에서의 공감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이천포럼,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참여해달라”는 간곡한 요청과 함께 이천포럼 사내 홍보를 위해 ‘B급 웃음 코드’가 담긴 영상에 기꺼이 출연했다.

최 회장이 거기서 화상회의 시대 소통에 관한 고민과 속내도 털어놨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8월 11일 SK 사내방송에 공개된 ‘최태원 클라쓰 참견시점’ 영상에서 “모두 화상으로 회의하다 보면 몰입할 방법이 필요하다”면서 “계속 소통하게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이런 배경에서 이천포럼 홍보영상을 재밌게 만들라고 지시하고 직접 출연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천포럼 사내 홍보를 위해서 라면 끓여 먹기부터 숫자 게임까지 영상 4편을 찍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천포럼과 이천서브포럼에 관심도가 떨어질까 우려해 소통 방식에 혁신을 시도했다고 SK는 전했다.

최 회장은 관계사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젊은 담당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딥체인지를 위한 이천포럼의 중요성, 코로나 시대 일하는 방식의 혁신 등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최 회장은 근본적 혁신인 ‘딥체인지’가 구성원 스스로 꾸준히 생각하고 고민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천포럼과 같은 학습 기회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해야 내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며 “딥체인지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고 매년 꾸준히 계속해야 하며, 스스로 탐색하고 연구해야 그 만큼 앞서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 회장은 국내외 석학 등과 SK 구성원들이 토론하는 이천포럼을 “SK 미래 변화 방향을 가리키는 북극성”이라며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최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인 톡톡(toktok)에 올린 글에서 “제가 이천포럼 시작에 앞서 젊은 구성원들과 재미난 장면을 만들고 라면도 끓이고 했던 이유는 ‘이천포럼이야말로 우리의 미래이고 변화의 방향성을 가리키는 북극성’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변화 자체가 일상인 시간에 우리는 이천포럼을 우리의 미래를 맛보는 참고서로 삼아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우리는 그동안 이해관계인의 개념을 확대하고 구성원·주주·고객이 함께 도약하고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왔다”며 “남들보다 먼저 고민하고 변화를 모색해 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만큼 이천포럼을 우리가 함께 나아갈 먼 길의 소중한 이정표로 삼자”고 말했다.

최 회장이 직접 홍보에 나설 정도로 이천포럼은 ‘SK의 다보스포럼’이라고도 불린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선경그룹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동생인 최종현 회장의 아들이다. 1988년 시카고대학교 재학 중 노태우 대통령의 딸 노소영과 결혼하였고 지금은 이혼 소송 중이다. 

최태원 회장은 아버지 최종현 회장이 1998년 타계하면서 38세의 젊은 나이로 SK그룹 회장에 올랐고 지금은 시가총액으로 재계 서열 2위에 올려놨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