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메시지
언택트 따위 없다
백악관 시위대를 “폭력배”로 비난 
바이든의 메시지
17곳의 격전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11월3일 치러지는 59대 미국 대선이 두 달 남았다. 미국 대선은 간선제다. 유권자는 선거인단에 표를 준다. 대통령이 되려면 선거인단 538명 중 최소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양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락 연설에서 바이든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에 집중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시작된 공화당 전당대회는 우리 시간으로 25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됐고 그야말로 트럼프 원맨쇼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오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후보직 수락 연설을 했다. 70분간의 연설은 평소 그렇듯이 네거티브 잔치로 채워졌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조 바이든이 지난 47년간 가한 피해를 되돌리기 위해 지난 4년을 보냈다”고 표현했다. 바이든 후보가 정치권에 데뷔한 1972년부터 오바마 정권에서 부통령으로 재임했던 전체 활동 기간을 피해만 끼친 시기로 규정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4년을 “암흑의 시대”로 평가한 것에 맞대응하는 차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들을 띄웠다. 

①미국에 불리한 한미 FTA를 체결한 오바마 정권의 실책을 재협상으로 돌려놓음 
②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치적으로 홍보 
③코로나19 확산으로 609만여명의 확진자와 18만6000여명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총체적 부실 대응 논란이 있는 것에 대해 만약 바이든이 집권 중이었다면 수 십만명이 죽었을 것이고 연내에 백신이 풀려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점 어필
④민주당을 “사회주의 정당과 급진 좌파”로 규정
⑤바이든 후보를 “무정부주의자”이자 “중국이 원하는 대통령”으로 비난
⑥미국의 일자리 보호에 자신이 최적임자라고 자부
⑦미국 우선주의를 가장 잘 실천할 후보라고 자부
⑧전당대회 기간 와중에 벌어진 경찰의 흑인 총격 사건(위스콘신주 커노셔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해 민주당 소속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의 책임을 부각
⑨바이든 후보가 경찰 예산 축소를 표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에 비해 자신은 공권력을 강화하고 안전한 국가를 만들겠다고 어필
⑩집권 중에 IS(이슬람국가)를 약화시키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수장(카셈 솔레이마니)을 암살했다는 점 부각
⑪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고 전세계에 파견된 미군 규모를 축소시켰다고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이 그 이전 어떤 때에도 (지금처럼) 두 정당, 두 비전, 두 철학, 두 의제 사이에서 더 분명한 선택(공화당을 선택하기 딱 좋은 타이밍)에 직면한 적이 없다”면서 “(다른)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먼저가 아니라 불만이지만 나는 (항상) 미국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이어 “차이나 바이러스가 오기 전까지 최고의 경제를 만들었다. 나는 신속하게 중국과 유럽과의 국경을 막았다. 올해 내로 백신이 개발될 것이고 아마 더 빨리 될 수도 있다”며 “(2021년 상반기 내에) 100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설파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언론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공화당 내부의 아웃사이더에서 주류로 올라섰다는 대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코로나 국면에 맞게 언택트로 전당대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코로나발 언택트 전당대회는 있을 수가 없다. 위험하든 말든 오프라인 붐업으로 컨벤션 효과를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허리케인 ‘로라’가 미국 남동부 루이지애나주에서 불 것이라 예보되어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다지 피해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강행됐다. 백악관 사우스론에는 지지자 10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연설 중간에 “4년 더”를 외쳤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이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날 수락 연설 행사에는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등이 참석했고 연단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락 연설이 끝나고 열린 식후 행사에서는 불꽃놀이, 성악가 공연 등으로 화려하게 채워졌다.

미국 정치도 한국 정치와 같이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체제로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통상 미국 대통령들은 재선에 성공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7월에 실시된 대다수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양자 대결에서 바이든 후보가 50%에 육박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40% 초반대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만의 파티를 벌이고 있을 때 백악관 주변에서는 안티 트럼프 시위대가 집회를 개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인근 공항 격납고에서 유세 활동을 하다가 만난 기자들에게 “그들은 친절한 시위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폭력배였다”고 비난했다. 

이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러닝메이트 후보에 대해) 나도 첫 여성 대통령을 보고 싶다. 그러나 그녀가 하는 방식으로 그 자리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다. 그녀는 유능하지 않다”고 깎아내렸다.

트럼프 대통령(1946년생)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바이든 후보(1942년생)가 당선되더라도 추후 재선 도전을 못 하게 될 것이고 그 대신 해리스 후보(1964년생)가 떠맡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바이든 후보가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이었던 21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 센터에서 후보직 수락 연설을 마치고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언택트로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아래와 같이 대응했다. 

①‘트럼프 대 바이든’ 아닌 ‘트럼프 대 반트럼프’ 구도 부각
②해리스 후보가 28일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연사로 참여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로 규정하고 띄우기  
③트럼프 정권이 코로나19 대응에 무능해서 “미국 보호에 실패했다”고 총공세
④트럼프 대통령이 수락 연설을 하던 시점에 2분 분량의 ‘맞불 광고영상’을 공개해서 “우리는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이고 바이든은 이미 계획이 있다”고 강조
⑤경기침체 국면에서 트럼프 정권이 부유층에 혜택만 주는 정책만 내놓는다고 비판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뉴햄프셔주를 방문한다. 7월에 가려고 했지만 열대성 폭풍 예보로 인해 가지 못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뉴햄프셔 지역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근소한 차이로 졌다. 뉴햄프셔를 비롯 격전지에서 이겨야 바이든 후보를 넘어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때도 그랬지만 미국 50개주 중에서 격전지는 △미시간 △뉴햄프셔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플로리다 △미네소타 △네브라스카 2구 △네바다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콜로라도 △조지아 △버지니아 △오하이오 △뉴멕시코 △텍사스 △아이오와 등 17곳이다. 비교적 당세가 분명한 나머지 주도 중요하겠지만 격전지를 얼마나 많이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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