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의원의 낙선
압도적 지지로 당선
5가지의 명령 수행
7개월짜리 당대표에 대한 변론
각종 현안들에 대한 입장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유력 대권 주자로서의 위기 리더십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어대낙(어차피 대통령은 이낙연)은 어대낙이었다. 한때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밀려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2위로 떨어지고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이 되는 등 대세론에 금이 가는 듯 했지만 무난하게 당권을 잡았다. 

토요일(29일) 1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주변에 위치한 중앙당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전국대의원대회)가 개최됐다. 전당대회는 코로나 수도권 재확산으로 인해 전면 언택트(비대면)로 진행됐다. 결과는 이낙연 의원(5선)의 압승이었다. 

이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지난 2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합동 연설회에 참석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신임 민주당 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구성하게 될 최고위원 당선자 5명은 △김종민 의원(재선) △염태영 수원시장(3선) △노웅래 의원(4선) △신동근 의원(재선) △양향자 의원(초선)이다. 양 의원은 추미애 전 대표(현 법무부장관) 때에 이어 최고위원 재선에 올랐다.

경쟁자였던 김부겸 전 의원(4선)은 일찌감치 대권을 포기하고 당권 단일화(우원식·홍영표 의원 불출마)를 이뤄낸 뒤 언더독 반전을 노렸지만 어대낙의 문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 전 의원은 당권 기간 내내 이 대표의 최대 약점인 중도 사퇴론에 대해 파고 들었고 임기를 완수해서 2022년 대선 후보를 제대로 관리해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김 전 의원은 ‘비문재인계’인데다 이 지사처럼 시원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정치인이 아니다.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 김 전 의원이나 최장수 전직 국무총리 출신 이 대표나 모두 정치적으로 안정감 있는 스타일이라서 이미지가 겹친다. 그래서 김 전 의원이 차별화를 모색하기 어려웠고 실제 결과도 싱거웠다. 

이 대표는 △대의원(57.2%) △권리당원(63.73%) △국민 여론조사(64.02%) △일반당원 여론조사(62.80) 평균 60%대를 득표했고 합계 60.77%로 당선됐다. 김 전 의원은 21.37%로 2위를 기록했고, 또 다른 경쟁자인 박주민 의원(재선)은 17.85%로 꼴등을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대의원 부문에서 크게 진 것을 제외하고 모든 부문에서 김 전 의원을 이겼다.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12일째 자가격리 중이었던 이 대표는 화상 수락 연설을 통해 “여러분의 명령을 무거운 책임감으로 수락한다”며 “(자가격리 와중에) 몸의 건강은 좋으나 마음이 무겁다. 저희 집 창문을 통해 보는 국민 여러분의 삶에 가슴이 미어진다. 거리는 거의 비었다. 사람들의 통행은 한산하다. 가게는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영 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고통은 얼마간 더 커질 것이다. 실업자는 늘고 여러분의 삶은 더 고달파질 것”이라며 울먹였다.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제4차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낙연 의원이 자가격리로 인해 자택에서 당대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이번 전당대회는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TV'를 통해 온택트(온라인을 통한 비대면)방식으로 진행된다.
중앙당사에서 언택트로 진행된 전당대회의 모습. 이 대표가 화상으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2부 진행을 맡은 초선의 강선우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스스로 “5대 명령”이라 칭하며 아래와 같은 사항을 “이행하는데 모든 힘을 쏟겠다. 그렇게 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한 토대를 쌓겠다. 대한민국을 함께 잘 사는 일류 국가로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했다. 

①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현 국난극복위원회를 확대 재편하고 위원장직을 자신이 수행)

②국민의 삶 수호(노동자·자영업자·소상공인·직장인·청년·중소기업 등 고통에 직면한 민생을 돕기 위해 당정 협의 조속히 본격화/기존과 다른 추석 민생대책 시행/재난지원금 문제도 함께 논의/전국민 고용보험과 실업부조를 포함한 사회안전망 확충)

③코로나 이후의 미래 준비(유망 산업분야 개척하기 위해 미리 준비/민주당 K-뉴딜위원회를 김태년 원내대표가 맡아 국회와 연동시키고 한국판 뉴딜의 이행 속도와 효과 증진/새로운 사업 선정과 예산 배정에서 국가균형발전의 관점이 고려되도록 노력)

④통합의 정치(제1야당 미래통합당이 정강정책을 바꾸고 극단 세력과 결별 추구하는 것 환영/원칙 있는 협치 견지/합의 가능한 문제들을 찾아 입법화 추진/이미 여야의 의견 접근이 이뤄진 ‘코로나발 비상경제-균형발전-에너지-저출산’ 등 4개 특별위원회 국회에서 조속히 가동)

⑤혁신 가속화(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 기조인 혁신성장 지속 및 확대/규제 혁파 또는 완화/청년과 여성이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제도화/정책위원회 확대 및 활성화/당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민함과 겸손을 갖추도록 노력)

특히 이 대표는 “가장 시급한 일은 코로나19와 그것으로 파생된 경제적·사회적 고난 즉 국난의 극복”이라며 “그에 대한 나의 결의를 윈스턴 처칠이 2차 대전 때 했던 말로 대신하겠다. 우리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한 마디로 대답하겠다. 그것은 승리”라고 설파했다.  

 지난 18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방송된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 출연한 이 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바로 묻고 싶은 것은 중도 사퇴론이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 대표는 사실상 2022년 3월9일 예정된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그 1년 전인 2021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고작 7개월짜리 당대표가 맞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크게 아래와 같은 논리들로 대응했다.

Ⓐ2021년 3월 자신이 사퇴했을 경우 원래 계획대로 2022년 8월 선출될 당대표가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조기 과열 우려를 차단할 수 있음 
Ⓑ4.15 총선에서 정부의 방역 성공 요인으로 대승을 거뒀듯이 자신이 총리-국난극복위원장-선거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보여줬던 리더십으로 여러 현안들에 잘 대처하면 다가오는 보궐선거-대선-지방선거에서도 유리 
Ⓒ당장 다가올 9월 정기국회 올인론 
Ⓓ2021년 4월 예정된 보궐선거에 대비하기 위해 일찍부터 선대위 체제 구성  
Ⓔ오히려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았다면 방관한다고 욕 먹었을 것
Ⓕ차기 대권 주자로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네거티브적 차별화를 모색할 것이란 비판에 실제 그런 언행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 다짐
Ⓖ결국 눈앞의 국가적 위기를 두고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에도 불구하고 당대표로 나설 수밖에 없었음 

주요 현안들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도 궁금하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 취약계층 선별론(상위계층과 달리 하위계층은 기초생활수급 데이터 등 기존 통계들이 많아 선별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모되지 않을 것/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오프라인 소비가 늘어나면 방역에 도움이 안 됨)
㉯행정수도 이전 투트랙 전략(여야 공감대가 큰 국회 세종의사당 분원 추진+특별법이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동시 병행+수도로서의 서울은 국제경제도시화)
㉰부동산 3대 원칙(공급 확대-과세 강화-과열된 부동산 자금의 산업계 유도/청년층·신혼부부·전월세 거주자 등 취약계층 실수요자 배려)
㉱차별금지법 원칙적으로 동의(국회 차원의 조속한 논의 필요)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범죄 의혹에 따른 보궐선거 무공천 문제(올 연말 즈음 당내외 여론을 살펴보고 결정하는 게 옳고 그 전에 긁어부스럼 일으킬 필요없음)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추 장관의 합법적 지시는 윤 총장이 따르는 게 옳다는 일반론을 견지하는 것으로 보아 사실상 추 장관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관측됨)

이 대표는 ㉮에 대해 이날 저녁 방송된 jtbc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우선은 내가 월요일(31일) 정오에 자가격리가 끝난다. 바로 당정청 회의를 2~3일 안에 열도록 하겠다. 그때 여러 가지 민생지원 방안이 논의가 될텐데”라며 “민생지원은 재난지원금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극히 작은 일부다. 재난지원금은 지금까지 딱 한 번 밖에 안 드렸다. (중략) 재난지원금 문제는 함께 열린 마음으로 논의를 하겠는데”라고 전제했지만 여전히 선별론을 고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대표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호남권·충청권 온라인(온택트)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20.8.16
이 대표가 지난 16일 중앙당사에서 개최된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호남권·충청권 온라인 합동 연설회에 참석해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엇보다 당정청 관계 설정이 중요한데 총리 시절에는 분명 대통령이 임명해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시를 받는 관계였다. 하지만 당대표는 지시를 받는 게 아니라 국정 현안을 놓고 동등한 관계에서 논의하는 포지션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공개적인 쓴소리를 극도로 자제하는 스타일이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에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고 대통령께서 언제든지 편하게 전화를 해달라. 이 대표 전화는 최우선으로 받겠다고 말씀을 하셨다”며 “나도 대통령께 드리는 말씀은 언제든지 드리겠다고 그렇게 말했다. 꼭 대통령과 직접 전화를 하지 않더라도 당정청 관계를 긴밀하게 갖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관련해서 이 대표는 지난 24일 방송된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에서 “(당대표로서 대통령에게 어드바이스를 할 때) 언론에 먼저 공개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긴히 말씀드릴 것은 대통령께 직접 말씀드릴 것도 있을 거고 비서실장을 통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도 있겠다. 그런 것은 가려서 할 것이다. 당청 관계도 기왕이면 이렇게 미리 바깥에 대고 떠들기를 먼저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밀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내밀하게 말씀드려서 좋은 결과가 나오게끔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민주당 당원들은 유력 대권 주자의 앞길에 상처내지 않기 위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 대표가 진보적 개혁성이 선명하지 않더라도 코로나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안정감 있는 리더십의 측면에서 선택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이 대표는 다음주 월요일(31일) 곧바로 인사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석대변인에 최인호 의원(재선) △사무총장에 박광온 의원(3선) △정책위의장에 홍익표·이광재 의원(3선) △당대표 비서실장에 오영훈 의원(재선) 등이 거론되고 있고 △지명직 최고위원 2명에 대해서는 노동계, 여성, 청년의 키워드 중 2가지가 선택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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