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2차 투표까지 해서 파업 지속
의협은 대전협에 연대 의사 표해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정세균 총리는 “깊은 유감”
한 전공의의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집단 휴진 지속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토요일(29일) 진행된 1차 투표에서 의결정족수 미달(193명 중 97표 이하인 96표)로 의결할 수 없었지만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의사결정권을 위임받은 뒤 진행된 2차 투표에서는 파업 지속으로 결론(186명 중 134표)이 났다. 

모든 의사들이 의무 가입되어 있는 법정단체 의협(대한의사협회)도 정부가 4대 의료정책(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한방첩약 급여화/비대면진료 육성)을 철회하지 않으면 9월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일요일(30일) “대전협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의료계의 집단 행동이 통일적인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전협의 파업 지속 결정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정 총리는 일요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대전협의 집단 휴진 지속 방침에 대해)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통받는 환자들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대화를 시도했음에도 이런 결정이 내려져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들의) 업무 중단이 계속되며 환자들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과 의정부에서 응급실을 찾아 헤매던 환자 두 분이 결국 유명을 달리하는 일도 있었다”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대전협은 업무 중단을 철회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피력했다. 

사실 정 총리는 지난 23일 밤에 대전협과 만났고 24일 오후에는 의협과 만났다. 지금도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 합의문까지 작성됐지만 문구의 표현 문제를 놓고 결렬됐는데 복지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자”는 입장이지만 의협은 “4대 정책을 전면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그나마 대전협은 강경파인 의협보다는 복지부와 타협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대전협은 코로나19가 소강 상태에 진입할 때까지 4대 정책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복지부의 관점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 총리는 우선 ‘집단휴진 피해신고 및 지원센터’가 운영하겠다고 공언했다.

미래통합당은 정부의 책임을 부각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초선)은 30일 발표한 논평에서 “의협의 무기한 파업은 무슨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이런 상황을 초래한 정부는 결자해지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참혹하다. 덕분에 챌린지로 칭송했던 의료진을 적으로 돌려놓고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격이다. 자극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23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 재논의 등을 촉구하며 의사 가운을 벗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 재논의 등을 촉구하며 의사 가운을 벗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태경 통합당 의원(3선)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사들을 향해 기관총 난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 시점 코로나와 싸우는 의사를 공격하는 것은 그분이 국민의 우군이 아니라 코로나의 우군이라는 의미”라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코로나 전쟁에서 이적 행위를 하고 있는 문 대통령을 막아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모 전공의 A씨가 30일 페이스북 <일하는 전공의> 계정을 통해 “이 정도면 됐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A씨는 “환자들이 기다린다. 하루 빨리 파업을 멈춰달라”며 “의료 정책에 있어서 의사들 생각이 중요한 건 맞다. 그렇지만 (전국민 중 일부인) 13만 의사들의 의견이 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옳은가. 흔히 말하는 4대악 정책에는 의사, 의대생, 의대 교수 뿐 아니라 공공 의대 설립 예정인 남원에 거주하는 8만여명의 주민, 첩약 구매를 원하는 국민, 한의사 등이 직접적으로 연관돼있고 넓은 범위로는 세금을 내는 모든 국민이 이해 당사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가 의료 정책에 대해 일반 국민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 전체 입장에서 의사 수를 늘릴 때 의사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을 넘어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는다”며 “의료계가 원하는 대로 정부가 의협의 허락을 받아 합의안을 도출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고 받아들여질리 만무한 요구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사회 전체의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료계의 절대 다수가 한 목소리를 내서) 정부를 설득해 협의하겠다는 말도 얻어냈다. 어떤 결론이 날지는 모르지만 4대악 정책에 제동을 걸어 이후 의료 정책에서도 의사의 의견이 중요할 것임을 충분히 알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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