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HDC현산 빠른 답변 기대”
산은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답 기다릴 것”
HDC현산, 수용 및 추가지원 역제안 가능성도
아시아나, 설상가상 공정위로부터 ‘철퇴’ 맞아

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 건에 대한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이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결정이 날 것으로 내다보인다. (사진=연합)
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 건에 대한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이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결정이 날 것으로 내다보인다. (사진=연합)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 건에 대한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이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결정이 날 것으로 내다보인다.

채권단이 파격지원을 제안한 후 HDC현산에 ‘시간을 길게 줄 수 없다’며 빠른 답변을 기대해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전망되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추가지원안을 받은 HDC현산의 정몽규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며 회계자문 및 유동성 등 시뮬레이션에 돌입해 결과를 토대로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이 지속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채권단 제안을 수용하거나 추가지원 등 역제안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HDC현산의 아시아나 M&A 수용 여부는 이번 주말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이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지난 26일 회동에서 2조 5000억원인 인수대금을 1조원 이상 할인해 주겠다는 파격지원을 제시하면서 아시아나 M&A 불씨를 살려냈다. 

정 회장은 이날 즉답하지 않았지만 산은의 추가지원 관련 회계자문 및 유동성 등 시뮬레이션으로 추가 검토에 돌입했다.

채권단은 HDC현산에 무한정 시간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쌍용차 등 문제는 시간을 오래 끌수록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며 이달 내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채권단 측은 “HDC현산의 답변은 이번 주말이 고비다. 시간을 길게 못 준다”며 “검토를 거쳐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초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아시아나 M&A 무산 위기에 이 회장이 파격제안을 한 만큼 HDC현산이 무작정 거부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HDC현산이 회계자문 및 유동성 흐름 등을 검토해 채권단 제안을 수용하거나 추가지원 요구 등 역제안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채권단도 코로나19로 항공업황이 크게 바뀐 만큼 양측이 일부분 고통을 감내하며 M&A 절차가 지속되길 기대하고 있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제로 한다면 재실사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HDC현산이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지만, 실사기간은 줄어들 수도 있을 전망이다.

지난 26일 산은 이 회장이 HDC그룹 정 회장과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담판’에서 약 1조 5000억원 정도를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진=중앙뉴스DB)
지난 26일 산은 이 회장이 HDC그룹 정 회장과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담판’에서 약 1조 5000억원 정도를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진=중앙뉴스DB)

@ 이동걸-정몽규의 수면 밑 회동…“1조 깎아주겠다” 파격 제안

앞서 지난 26일 산은 이 회장이 HDC그룹 정 회장과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담판’에서 약 1조 5000억원 정도를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2조 5000억원인 인수대금을 1조원 이상 할인해 주겠다는 뜻이다. 이제 공은 HDC현산으로 넘어갔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1시간가량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정 회장에게 “산은 등 채권단과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에 공동 투자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과 HDC현산이 각각 1조 5000억원씩 출자해 조성한 3조원을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투입한다는 방안이다. 산은이 투입하는 자금만큼 HDC현산이 부담해야 할 인수가는 낮아지게 된다.

산은은 HDC현산이 당초 합의했던 유상증자 규모와 금호산업에 지급해야 할 구주 대금을 줄여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30.77%를 3228억원에 인수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2조 1772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계약했다. 

아울러 산은은 줄어든 유상증자 규모만큼의 금액은 ‘마이너스통장’ 개념인 한도대출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는 기존에 지원한 영구채 8000억원에다 7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산은 관계자는 “오늘 만남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HDC현산 측과 인수 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했고, 이에 대한 HDC현산 측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면서 “이후 절차는 답변 내용에 따라 금호산업 등 매각 주체와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DC현산은 코로나19 사태로 작년 말과는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중아뉴스DB)
HDC현산은 코로나19 사태로 작년 말과는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중아뉴스DB)

@ HDC현산, 산은의 제안 받아들일지…어떤 카드 내밀지

이제 HDC현산이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산은이 그동안 HDC현산이 요구해 온 ‘인수 조건 변경’을 수용했기 때문에 이를 거절할 명분은 마땅히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HDC현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항공 수요가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도 부담이다. 

앞서 HDC현산은 코로나19 사태로 작년 말과는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이 여전히 근본적인 입장에 변화가 없었지만, 최고위급인 이 회장과 정 회장의 회동으로 HDC현산이 인수에 대한 문을 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화물 수송에 집중하며 2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낸 점 등을 HDC현산이 고려할 것이라는 점도 타협에 있어서 고무적인 분위기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은 앞으로 HDC현산이 어떤 카드를 내밀지에 달린 셈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11월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을 따돌리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같은 해 12월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과 주식매매계약·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종결 시한은 올해 6월 27일로 정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HDC현산은 국내 두 번째 대형 항공사를 품으며 항공산업의 새로운 강자가 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하늘길이 폐쇄되자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필요한 유상증자를 비롯해 후속 절차를 밟지 않으면서 인수는 계속 지연됐다. 

HDC현산의 ‘4월 30일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6월 27일 거래 종결’이라는 약속된 일정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를 요구하며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채권단은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돌려받을 생각이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돌려받을 생각이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 산은, 자본 확충이나 유동성 추가 공급 등 ‘당근책’도 

산은 등 채권단이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의심하는 상황이라 이 회장이 인수 부담을 파격적으로 덜어주며 제안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구채 추가 인수 등을 통한 자본 확충이나 유동성 추가 공급 등이 산은이 준비한 ‘당근책’으로 분석된다.

정 회장과 이 회장의 회동에 앞서 업계 안팎에서는 채권단이 1조5천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산 측의 인수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흘러나왔다.

채권단이 영구채 8천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는 방안도 HDC현산 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단은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돌려받을 생각이었다.

이와 관련 채권단 관계자는 “HDC현산 측이 요구한 재무구조 보강 문제에 더해 영구채 문제, 인수 가격 등에 대해 재협의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HDC현산 측에 던졌다”고 말했다.

이는 채권단이 공을 다시 HDC현산 측에 넘겼다는 얘기다.

HDC현산이 채권단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넘어가고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 문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은의 마지막 제안을 HDC현산이 받아들여 극적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매각 난항에 설상가상으로 아시아나는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부당 내부 거래 혐의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사진=연합)
매각 난항에 설상가상으로 아시아나는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부당 내부 거래 혐의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사진=연합)

@ 금호아시아나,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와 검찰에 

한편, 매각 난항에 설상가상으로 아시아나는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부당 내부 거래 혐의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룹 재건 과정에서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권을 매개로 계열사 인수자금 확보에 곤란을 겪던 금호고속을 부당 지원했다고 보고 금호산업 152억원, 금호고속 85억원, 아시아나항공 82억원 등 총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박삼구 전 회장과 당시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2명,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그룹 전체의 동반 부실화 우려가 있는데도 총수 일가의 숙원인 그룹 재건과 경영권 회복을 목적으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높고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을 통해 계열사 가용자원을 이용, 무리하게 지배력을 확장했다며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은 공정위의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결정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는 입장문을 통해 “기내식 업체 변경은 품질 개선과 비용 절감, 합작법인 지분 확대 등을 위한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었고 이를 통해 공급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합작 투자 법인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수 있었다”며 “이를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이 같은 처분이 내려진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이 같은 일괄 거래가 지연되며 금호고속의 자금 사정이 급박해지자 금호산업 등 9개 계열사가 금호고속에 저리로 자금을 대여한 정황도 포착했다. 비계열 협력업체를 이용한 우회적 방식의 자금 대여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서도 그룹 측은 “각 자금 대차 거래는 적정 금리 수준으로 이뤄졌으며 짧은 기간 일시적인 자금 차입 후 상환된 것으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동일인 또는 그룹 차원의 지시, 관여에 따른 행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은 향후 공정위에서 정식 의결서를 송달받은 뒤 내용을 상세히 검토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공정위가 예상보다 센 ‘철퇴'를 내림에 따라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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