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원점 재검토 명문화’로 막힌 길 뚫어
모든 가능성 열고 대화 vs 전면 철회 및 원점 재검토  
정세균 총리는 ‘노력하면서 의료 공백에 대응’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부와 의사들 간의 갈등 국면이 장기화되자 이낙연 신임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나서서 중재하고 있다. 당정은 지난 7월23일 코로나19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때 4대 의료정책(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한방첩약 급여화/비대면진료 육성)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의협(대한의사협회)과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전면 철회를 전제한 원점에서 재검토”를 요구하며 총파업(집단 휴진)을 이어가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 고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강대 강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 여기서 민주당이 중재를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대표가 임명한 한정애 당 정책위의장(3선)은 1일 밤 최대집 의협 회장 및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급하게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한 의장은 사실상 파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과감한 제안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명문화해줄 수 있다는 워딩이 나왔다는 전언이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여권을 대표해서 의료계와 중재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도 2일 아침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들께서 한시라도 빨리 환자 곁으로, 어려운 국민들께서 지금의 국가적 위기를 눈물로 견디고 계시는 것처럼 환자들도 눈물로 의사들께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계신다. 의료계의 진료 거부가 더욱더 안타깝다”며 “지금 한 의장께서 의료계 지도자들과 대화를 하고 계신다. 우리는 진정성을 가지고 국회의 권한과 책임으로 사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더더욱 부각된 의료 공공성의 당위가 있더라도 굳이 타이밍상 지금 추진해서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차원에서 이 대표가 한 의장을 통해서 의사들과 중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전공의 처우 개선 △수련병원 환경 개선 등을 거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민주당 입장에서 ‘원점 재검토’ 워딩과 ‘처우 개선’ 정책화를 내주면서 동시에 의료계로부터 의료 공공성 문제를 위해 노력한다는 의사를 받아내기 위한 협상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의료 서비스의 지역 불균형 해소 등에 포커스를 맞춰서 의료계가 논의 테이블에 앉아주기를 원하고 있다. 

일단 의협은 “대화의 간극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3일 내내 회의를 갖고 민주당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판단할 계획이다. 의협은 3일 13시 비공개로 ‘범의료계 투쟁위원회’ 회의를 개최한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의료계 내에서도 가장 강경파로 손꼽힌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중요한 것은 4대 정책의 채택 가능성을 열어둘지 차단할지 그 여부다. 즉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하고 협상을 해본 결과 4대 정책이 절충적으로라도 도입되는 방향으로 합의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철회를 전제조건으로 논의 테이블에 앉기로 합의한 뒤 공공 의료 확충을 위해 다른 대안을 도입하기로 할 것인지 둘 중 하나다.  

정부는 Ⓐ이고 의료계는 Ⓑ다.

민주당이 노력해서 타협점으로 모이고 있긴 하지만 양측이 기존의 입장을 철회한 것은 아니다. 의협은 4대 정책 중의 핵심인 의대정원 확대를 반드시 전면 철회시켜야 논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정부도 4대 정책 추진 보류 수준이지 철회까지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기세다.

2일 출고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의장은 “(4대) 정책 철회는 아니”라며 “(양측이 논의 테이블에 앉기 위해) 의료 서비스의 지역 불균형 해소, 필수의료 강화, 공공의료 확충 등 3가지는 대전제다. 나머지는 방법상의 문제로 공공 의대가 방법이 아닐 수도 있고 의대 증원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한편, 의료 갈등 문제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최종 결정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월23일과 24일 대전협과 의협 지도부를 만난 적이 있었다. 

정 총리는 2일 오후 대전 보훈병원을 찾은 자리에서 “의료계와 진정성을 갖고 폭넓게 소통해 하루 빨리 의료기관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엄중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업무 중단이 13일째 계속돼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무고한 국민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집단 휴진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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