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후보를 내야
서울의 교통과 부동산 문제 ‘해법’ 있다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 쪽으로
사람냄새 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싶다
바른정당의 추억과 반기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건설노동자에 노동조합 간부 출신으로 보수정당에서 3선을 했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그런 김성태 전 의원(3선)의 시각에서 봤을 때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은 가진 자만 대변하는 부자 정당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김 전 의원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금수저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자신과 같은 흙수저 출신 정치인이 나서야 한다는 명분이 있다.

이미 보수진영에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4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용태·이혜훈 전 의원(3선)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홍정욱 전 의원(초선)도 마찬가지다. 

김 전 의원은 “나도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그런 인터뷰를 직접적으로 해보자는 요청도 많이 받지만 아직까진 그럴 입장은 아니”라면서도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진짜 흙수저 서민 후보를 찾는다고 하면 그 대상은 김성태가 맞고 그런 차원에서 많은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전 의원은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사진=이상민 크리에이터)

<중앙뉴스>는 지난 8월26일 16시반 청년 보수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김 전 의원과 만나 ‘뭔가 다른 보수’ 기획 대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최원선 전 새로운보수당 부대변인, 한규범 국민의힘 평택갑 대학생위원장, 곽희근 전 새로운보수당 대학생부위원장, 이상민 크리에이터 등이 참석했다. 

김 전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내년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는 우리당 입장에서 상당히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섣부르게 후보를 가시화시키면 안 된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정치 기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기 때문”이라며 “내년 1월 정도가 늦는 게 아니라 빨라야 1월 정도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보수정당에 유입되는 루트가 정해져 있다.

김 전 의원은 “보통 정치를 하면 우리당은 3가지 부류가 있다. 첫 번째 30%는 자기 부모 또는 처가집 장인어른이라도 고관대작 정치인 출신이 대체로 많다. 그 다음에는 경제적 여건이 정치를 하기에 뒷받침이 되는 경우 30%이고, 그 다음은 전문직 출신이다. 나머지 10%가 나같은 사람”이라며 “(서울시장 하마평으로) 좋은 후보들이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우리당이 지금까지 기득권 정당 금수저 뭐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하면 1980년대 초에 사우디 중동 건설 현장에서 실제 노동을 경험한 나같은 그런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을 내세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김 전 의원은 서울시의 교통과 부동산 문제를 풀어갈 자신만의 해법이 있다고 자신했다.

(사진=이상민 크리에이터)
이상민 크리에이터의 모습. (사진=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실)

이 크리에이터는 “강서을에서 3선 의원을 했는데 이번에 보니까 강서경찰서 신축과 평화센터 등 아기자기하게 뭔가 많이 하셨다. 서울을 지역구로 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꿈을 꾸는데 의원께서 서울시장이 된다면 이것 하나만은 반드시 하겠다는 게 있을까?”라고 물어봤다. 

김 전 의원은 “나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서울시의원(새정치국민회의 소속)을 한 적이 있는데 4년 동안 교통 정책을 주로 신경썼다. 지금도 내 지역구인 강서에서 강동 올림픽대로를 빠져나가는 데에 짧게는 40~50분 많게는 1시간 반 걸린다. 내가 서울시장이 되면 이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너무 자신있는 목소리라 멤버들이 크게 웃었는데 김 전 의원은 “구체적인 것을 검토하고 있고 건설 계획이나 조감도도 갖고 있는데 그걸 지금 공개하긴 그렇다”면서도 큰 틀에서 자신만의 대안을 제시했다. 

김 전 의원은 “올림픽 도로를 계단식 2단으로 설치하는 나들목 방식도 있고, IC 고속도로처럼 빠져나가게 하는 방식도 있다. 내가 갖고 있는 핵심 방법은 강서와 강동을 잇는 IC를 4개 정도 만들고 논스톱으로 빠지게 하는 그런 개념”이라며 “강서와 강동의 교통 문제만 잘 해결하면 나머지는 소통 문제가 다 해결된다. 만약 내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서울시 교통체증 문제를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 많은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크리에이터는 “故 박원순 시장이 추진한 서울로 7017(서울역 고가 도로를 산책로로 조성)에 대해 비판적일 것 같다”고 물었고 김 전 의원은 “홍콩 가보면 지하도로를 얼마나 잘 연결시켰는가? 지금 작고한 박 시장을 비판하기 좀 그렇지만 서울의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보다 엄격하게 봤을 때 박 시장의 책임이 더 크다”고 답했다. 

이어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서울시장 때 수립한 뉴타운 정책이라든지 이런 걸 (박 시장이) 무시하는 것은 좋은데 그러면 뉴타운 정책에 버금가는 공급책을 내놨어야 했다”며 “박 시장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다 묶어버렸다. 뉴타운은 뉴타운대로 묶고 사실상 사업이 시행 인가가 되지 않았다. 재건축은 재건축대로 안전지대평가나 환경평가 이런 규제를 강화해서 사실상 재건축 사업이 거의 안 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안 되다보니 당연히 부동산 값이 오른다”고 덧붙였다. 

(사진=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실)
대담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실)

사실상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인지에 대해 재차 확인해봤는데 김 전 의원은 “(긍정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흙수저 서민 이미지가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인 공약까지 어필했으니 사실상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확실히 김 전 의원은 엘리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정치인이 아니다. 

이 크리에이터는 “정치적 커리어가 끝났을 때 어떤 정치인으로 평가를 받고 싶은지”에 대해 물었는데 김 전 의원은 “사람답다. 인간 내음이 난다”는 평을 듣고 싶다고 답했다.

김 전 의원은 △2018년 5월 드루킹 특별검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단행했던 단식 도중에 한 청년에게 폭행을 당했던 사실 △2017년 5월 바른정당 탈당 후 자유한국당에 복당하고 대표적으로 욕을 먹었을 때 등 2가지 사례를 거론하며 “정치를 마치고 나면 그래도 김성태는 늘 인간적이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할 때 뉴스공장에서 새타령으로 난도질을 당해도 그렇게 복당한 13명을 대표해서 누군가는 매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12명은 다 두 세달 정도 잠수타자고 했지만 누군가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고 이 크리에이터는 “어떻게 보면 책임지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고 호응했다.

(사진=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실)
곽희근 전 새로운보수당 대학생부위원장의 모습. (사진=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실)

4.15 총선에서 불출마를 결단했던 것도 나름대로 책임 의식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곽 전 부위원장은 “수도권 내리 3선 의원으로 12년을 보내다가 지금은 전직 의원이 됐다. 전직이 되니까 현직 때와는 어떤 차이점을 느끼시는가? 불출마 선언했던 배경도 곁들여서 설명을 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은 “정치인이 총선 정치의 계절에 자신의 뜻을 접는다는 것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다”며 “그 이전으로 거슬러가면 우리는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기 전에 분열된 보수의 모습을 보였다. 나도 그 중심에 있는 한 사람이다. 나는 비박계(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심축에 있는 사람으로서 늘 수구적이고 구시대적인 정치 권력에 빠져있는 그런 세력을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많이 냈다. 그래서 비박 진영에서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다른 동료들 장제원한테? 권성동한테? 책임 전가를 할 수 없었다. 강서을에 나를 넘어설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책임 정치 차원에서 불출마를 했다”고 밝혔다.

그게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중진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총선에서 당의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가족들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내가 원내대표로서 (드루킹 특검을 쟁취해서 김경수 경남지사가 구속되는 등)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다 보니까 (문재인 정권에서) 벼르고 있었다. 원내대표 마치고 내 주변을 엄청 털어댔고 가족들까지 그렇게 됐다. 가정이 피폐해질 정도로 지난 1년간은 언론과 정치공작으로 힘든 시기였다”고 토로했다. 

앞으로도 김 전 의원은 “정치인 하면 인기, 당선 가능성, 공천을 위해 눈치도 빠르고 처신도 잘 하는데 나는 그것보다 김성태답게 김성태 스타일로 해보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한규범 국민의힘 평택갑 대학생위원장 (사진=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실)
한규범 국민의힘 평택갑 대학생위원장의 모습. (사진=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실)

이날 모인 청년 보수들은 모두 바른정당의 추억을 갖고 있다. 이 크리에이터를 제외하고 전부 국민의힘 당원이지만 여전히 개혁보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의원께서는 한때 바른정당 소속으로 짧게 활동하셨다. 그때 쇼미더머니 컨셉으로 랩도 하시고 춤을 잘 잘 추시던데 평소에도 그런 유쾌하고 즐거운 이미지이신지? 나아가 장제원 의원도 우리와의 만남에서 바른정당과 개혁보수의 실험이 실패한 것에 대해 긴 회한의 스토리를 들려주셨는데 그때를 회고해본다면 어떠신가?”라며 바른정당 이야기를 꺼냈다.  

우선 김 전 의원은 “나이는 진짜 숫자에 불과하다. 여러분들과 막춤 경연대회를 해도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 술도 마찬가지다. 단식 투쟁을 한 뒤에 체질에 많은 변화가 와서 면역체계가 좀 떨어졌다. 그 증상으로 주량이 감소했다. 나는 술을 좀 많이 하는 편이고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도 손에 꼽혔다. 그만큼 사람들과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2017년 3월28일 지명대회가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김 전 의원이 2017년 3월28일 바른정당 대선 후보 지명대회가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랩을 하는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전 의원은 본격적으로 바른정당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 전 의원은 “바른정당 창당했을 때 대중 속에서 살아 숨쉬는 그런 개혁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당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그러기 위해 많이 희생해야 했고 건강한 보수정당으로서 발전하기 위해 스포트라이트를 좀 받아야 했다. 물론 그 꿈은.... 사실 바른정당에 참여한 사람들은 아주 개성이 강한 분들이다. 유승민부터 김성태, 김무성, 정병국, 주호영, 장제원, 권성동 등”이라고 말을 이어가자 이 크리에이터가 “처음에 이은재 의원도 있었다. 다 연예인들만 모아놓은 것 같았다”고 거들었다.

그런 맥락에서 김 전 의원은 “그때 뭐 새누리당의 물건들은 다 모였다. 그래서 다양성이 어찌보면 잘 질서가 잡히면서 가야 하는데 서로가 정치적 해석이 좀 달랐다”며 “솔직히 최순실 사태 이후 국민 80%가 우리를 혐오하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를 내기 어렵다고 봤다.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새집이 지어진다면 거기서 보수 후보로 내세우려고 했다. 김무성, 오세훈도 그렇고 나도 마찬가지고 (2017년 2월1일 불출마 선언을 해버려서) 반기문 때문에 망한 사람들이 많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가 새집(바른정당)을 짓고 사무총장을 한 사람 아닌가. 근데 그분이 한 달도 못 되어 손들어버렸다”며 “그나마 2017년 조기 대선에서 유승민 의원처럼 자신의 꿈을 위해 새로운 개혁보수정당을 필요로 한 분들(자강파)이 있었지만 그들과 우리는 상충되었고 안타까운 이별이 있었다”고 정리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가 건강하고 개혁적인 보수정당으로 국민들과 함께 가는 정당으로 면모 발전을 시키기 위해 이 기득권, 금수저, 좋은 스펙만 추구하는 그런 당 운영이나 인재영입 방식이라든지 이런 걸 싹 바꿔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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