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총괄 전략 수립
홍익표는 학문과 경험 겸비
정파성은 매우 강해
민주연구원이 당 지도부보다 실세일 때도 있어
양정철-이근형 때의 권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 싱크탱크의 수장으로 홍익표 의원(3선)을 내정했다. 직전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을 읽는 남자로 불리는 양정철 전 비서관(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맡은 바 있다. 그 정도로 민주연구원의 수장 자리는 민주당 내에서 영향력있는 요직으로 분류된다. 주로 정책 연구를 수행하지만 여론 파악, 정무적 판단, 정치 전략 수립 등 당의 브레인 기능을 총괄한다고 보면 된다. 

홍익표 의원이 민주연구원을 이끌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7일 4.15 총선 이후 5개월간 공석이었던 원장직에 홍 의원을 임명했다. 이 대표가 주요 인사권을 행사할 때 최고위원들과 상의를 하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지도부 차원에서 신임 절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연구원은 곧 이사회를 열고 홍 의원에 대한 원장 인선안을 상정하고 의결할 계획이다. 

홍 의원은 한양대 86학번으로 정치학을 전공했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까지 마쳤다. 홍 의원은 정치학을 베이스로 두고 있으면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통일부 정책보좌관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등 정치경제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정치권에 데뷔한 이후로는 △민주통합당 전략기획위원장 △민주당 국제위원장 △민주당 원내대변인 △민주당 전기요금개선 TF 팀장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가상화폐대책 TF 위원장 △민주당 수석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상임위원회 활동의 경우 분야를 막론하고 △외교통상위원회 △운영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소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가습기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등 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특히 20대 국회에서는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당 간사로 주요 법안들을 처리했다. 예컨대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 강화), 소방관 국가직화법,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과거사법) 등 야당과 치열하게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에 배정됐다.

한 마디로 홍 의원은 경험과 학문적 깊이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 

이근형 전 전략기획위원장과 양정철 전 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다만 홍 의원은 과거 △귀태 발언(2013년 7월) △낮은 20대 남성의 지지율에 대해 교육 제도 탓이라는 발언(2019년 2월) △임미리 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찍자” 칼럼에 대한 고발 주도(2020년 2월)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 봉쇄 발언(2020년 2월) 등을 했고 그만큼 친문재인계 정치인으로서 정파성이 강한 인물이다. 

아무래도 민주당 입장에서 민주연구원 자체가 마키아벨리적으로 당의 이해관계를 관철해내야 하는 자리라서 더더욱 홍 의원과 같은 강한 정파성이 필요로 했을지도 모른다. 총선 직전 연합정당 정국에서 민주당 주도로 위성정당화를 추진할 때를 복기해보면 양 전 원장과 이근형 전 당 전략기획위원장(민주연구원 부원장 겸임)이 최고위원들과 대선 주자들을 패싱하고 주도권을 행사한 바 있다. 그 당시 언론들은 양 전 원장을 두고 이해찬 전 대표와 윤호중 전 사무총장 뒤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 전 위원장은 총선 판세에 대한 당의 메시지를 주도적으로 표출했다.

민주연구원은 그런 권능을 갖고 있는데 양 전 원장 전임이었던 김민석 의원(3선)이 수장으로 있을 때는 존재감이 희미했다. 그래서 누가 원장으로 있느냐에 따라 연구원의 영향력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홍 의원이 원장으로서 얼마나 큰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이해찬·오충일·추미애 전 당대표 △김원기·문희상·임채정 전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 △이용득 전 한국노총위원장 등을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 또한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김진표·변재일·설훈·안민석·이상민·조정식·김두관·전혜숙 의원을 임명했다. 박광온 사무총장은 부위원장을 맡기로 했고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총괄본부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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