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서는 이스타항공...정리해고 대상 직원에게 개별 통보
다양한 자구책 마련하는 항공사들...업황 개선될 기미 있나
이스타항공 노조, 기자회견서 고용노동부가 부당한 정리해고 묵인했다 주장
제주항공은 왜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나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도 감원 칼바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항공업계가 심각한 불황에 빠지면서 대형 항공사 뿐만 아니라 소형 항공사까지 예외없는 감원 바람이 불고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임원수를 20% 넘게 줄였고 직원을 대상으로도 2013년 이후 6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아 고정 비용을 줄였다. 아시아나항공도 근속 15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모든 항공사들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감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이스타항공이 640명을 정리해고 한다. 위기의 항공 12번째 시리즈로 최근 대량실업 사태가 현실화 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현주소를 들여다 본다. 

위기의 항공 12번째 시리즈로 최근 대량실업 사태가 현실화 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현주소를 들여다 본다.(사진=이스타항공)
위기의 항공 12번째 시리즈로 최근 대량실업 사태가 현실화 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현주소를 들여다 본다.(사진=이스타항공)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서는 이스타항공...정리해고 대상 직원에게 개별 통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를 향하는 국민항공사로 항공여행의 대중화를 창조하겠다던 이스타항공이 결국 직원 640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무산 이후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이미 감축 규모를 정해 놓았다. 이스타항공의 정리해고 시점은 10월14일이다. 당초에 10월 6일 정리해고를 단행하려 했으나 내용증명, 등기발송 등 절차를 고려해서 일주일 늦췄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7일 정리해고 대상 직원들에게 정리해고에 대한 통지를 개인별로 알렸다. 다만 정리해고자 중에서 정비 관련 인력은 항공기 증가와 국제선 재 운항을 고려해 정리해고를 하지 않았다며 이번 정리해고에서 정비 부문 인력은 제외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이 정비 관련 인력을 정리해고에서 제외시켰다 하더라도 향우 항공기 증가와 국제선 재운항을 고려하면 현재 인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정리해고가 진행되면 이스타항공에 남은 직원은 항공기 6대 운항에 필요한 인원과 항공운항증명 발급 필수 인력 576명만이 남게된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98명이 희망퇴직한 바 있다. 사실 이스타항공의 입장에서는 직원들에게 회사가 임금을 줄 능력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인력 감축을 하지 않으면 해당 직원들에게 실업 급여나 체당금을 줄 수가 없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정리해고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르면 이번 달 말 우선협상 인수 기업을 정해 다음 달 중에 M&A(인수합병)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달 31일까지 정규직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던 이스타항공은 희망퇴직자들에게 체불임금을 우선적으로 변제하고 통상임금 1개월분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이 대량으로 정리해고를 진행하자 일각에서는 이번 이스타항공 감원이 항공업계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사들이 심각한 불황에 빠졌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상태다. 따라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정리해고는 더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다양한 자구책 마련하는 항공사들...업황 개선될 기미 있나

항공업계의 어려움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장 어려움에서 빠져나올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대형 항공사 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있는 LCC들은 직원들의 급여반납 및 유·무급휴직 확대 등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는 하늘길 마저 닫게 만들어 항공업계는 생존의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진에어는 순환휴직제를 대폭 확대했다. 모든 직원들은 1개월 단위로 순환 근무하며 임금은 70%만 지급받는다.

지난 6월까지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최대 4개월간 유급휴직을 실시한 △제주항공은 경영진들까지 나서서 임금의 30%를 반납했다. △에어부산 역시 유급휴직을 연장하는 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 중이다.

소형 항공사들만 위기에 몰린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들이 겪는 어려움도 LCC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무급휴직 확대와 임금반납 등 올해 들어서만 3번째 자구책을 내놨다. 급기야 지난 4월에는 인력 운영을 절반으로 줄였고 전 직원들은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에 들어가기도 했다. 3월에는 10일의 무급휴직 조치를 취하는 등 대상도 조직장까지로 확대됐다. 2019년 12월에는 15년 이상 근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2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경우는 어떨까?

대한항공은 지난 3월과 4월에 전체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무급 희망휴직을 받았다.(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지난 3월과 4월에 전체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무급 희망휴직을 받았다.(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지난 3월과 4월에 전체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무급 희망휴직을 받았다. 특히 3월 31일에는 기장 351명, 부기장 36명 등 외국인 조종사 전원에게 3개월간 무급 휴가 조치를 내렸다. 이중 60여명은 자발적인 무급 휴가에 들어갔고 5월부터는 전원이 무급 휴가를 사용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업황이 악화되면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다. 모든 항공사들이 올해 초부터 다양한 자구책을 시도하고는 있으나 9월인 지금까지 업황이 크게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조금 나아지기는 했으나 올 3~4월에는 국제선 여객이 전년대비 90% 이상 줄어들면서 국내 항공사들의 상반기 매출 손실액은 6조3000억원에 이른다.

항공사의 위기는 일자리 창출에도 걸림돌이 된다. 항공업계의 불황은 곧 관련 산업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계에서는 항공산업의 부진은 GDP(국내총생산)가 11조원 증발하고 약 16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이스타항공 노조, 기자회견서 고용노동부가 부당한 정리해고 묵인했다 주장

이스타항공 노조는 이스타항공이 회사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급여를 "8개월 동안 주지 않고 605명의 직원들에 대해 정리해고를 한다는 것은 사측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사측을 강하게 비판했다.이어 노조는 설립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처벌과 고용유지를 위한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스타항공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을 강하게 비판했다.(사진=JTBC방송 캡처)
이스타항공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을 강하게 비판했다.(사진=JTBC방송 캡처)

이스타항공 노조는 지난 8일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들은 8개월째 임금을 한푼도 못 받은 채 항공사의 "운항 재개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기다려 왔는데 결과가 정리해고였다며 사측을 비롯해 사주와 정부, 여당과 대통령 등 어느 누구도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임금삭감과 체불임금의 일부 포기 등 기업 회생을 위해 고통 분담까지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는데 경영진이 사모펀드와의 매각협상을 철저히 숨기고 정리해고까지 강행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메일로 통보된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공문(자료=JTBC방송 캡처)
이메일로 통보된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공문(자료=JTBC방송 캡처)

구체적으로 노조는 ①사측이 "사주인 이상직 의원에게 매각대금을 챙겨주기 위해 이스타항공을 이윤을 남기는 기업으로 구조조정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 뿐"이라고 했고 ② "국토부가 항공산업 실업대란을 막기 위한 유동성 지원 방안에 매각 중"이라는 이유로 이스타항공을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③고용노동부도 경영진의 비도덕적이고 부당한 정리해고 계획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이번 대량해고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위기에 대해 노사가 함께 극복하고 고용 유지를 위해 사측이 노력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매각이라는 이유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날 이스타항공 노조는 기자회견 뒤 대량해고 사태 해결을 위한 중앙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한편 "제주항공과 인수합병이 무산되자 이스타항공 매각 주관사들은 최근 30여개 기업에 이스타항공 투자 안내문을 보냈다. 현재 기업과 사모펀드 등을 포함해 10여 곳"이 이스타항공 인수 또는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인수 기업을 선정하고 10월 중 인수 합병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왜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나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포기한 배경은 무엇일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재무 실사를 여러 차례 진행했었다. 그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 포기를 공식화 하자 항공업계는 제주항공이 코로나19 리스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현직 여당 의원 일가와 거래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 논의는 "지난해 9월, 이스타항공이 경영난으로 매물로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했을때 이루어졌다.(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 논의는 "지난해 9월, 이스타항공이 경영난으로 매물로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했을때 이루어졌다.(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은 "지난 7월 2일 이스타항공 측에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임금 체불, △항공기 리스료 해결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 "10영업일 이내로 1000억원 상당의 채무 문제를 해소해오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요구에 사실상 해결할 능력이 없다.

결과적으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인수포기를 직접적인 표현을 빌리지 않고 이스타항공이 해결할 수 없는 조건을 걸어 사실상 인수·합병 결렬을 선언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스타항공은 완전 자본 잠식상태다. 사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태의 심각성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합병 논의는 "지난해 9월, 이스타항공이 경영난으로 매물로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했을때 이루어졌다. 제주항공이 관심을 보였고 3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18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경영난 극복 차원에서 100억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김태윤 상무를 이스타협력단장직에 임명하고 수차례 실사와 함께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왔다.이때부터 조금씪 이상기류가 포착됐다. 실사 기간이 자꾸 늘어지면서 이스타항공 재무상태가 예상 외로 심각한 것 아니냐는 분석과 SPA 자체가 어그러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는 곧 사실로 드러났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인수 포기의 뜻을 굳혔을 가능성이 크다.

이스타항공의 인수 포기는 제주항공의 내부적인 요인도 배제하지 못한다. 대형항공사(FSC)들뿐만 아니라 소형 항공사(LCC)들 모두가 전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항공사 운영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결국 긴 불황의 늪에 빠졌다. 제주항공도 이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만 1014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다 보니 이스타항공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는 것, 경제적인 측면에 이어 정치적인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팩트는 아니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이상직 의원은 자기 명의로 이스타항공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자녀들은 이스타항공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장녀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와 아들 이원준 씨다.

친형인 이경일 씨도 지분을 갖고 있다. 자녀와 친형의 주식을 합하면 총 46.3%에 달한다. 다만 친형인 이경일 씨는 이 의원의 차명 주식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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