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사상 초유의 일이다. 임명권자가 직접 찾아가서 임명장을 전달했다. 그만큼 코로나 시국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역할이 눈부셨고 질본을 이끌고 있는 정은경 본부장(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의 역할이 대단했다. 그런 질본이 질병관리청으로 격상됐고 초대 청장으로 정 본부장이 임명됐다. 관리청은 12일 공식 출범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오전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에 위치한 질본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질본 긴급상황센터에서 정 본부장에게 신임 질병관리청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질본이라는 말은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애칭이 됐다. 세계 모범으로 인정받은 K방역의 영웅 정 본부장이 초대 청장으로 임명된 것을 축하한다”며 “내가 청와대 밖에서 고위 정무직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에서 격식을 갖추는 것이 더 영예로울지 모르지만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질본 상황을 감안했다. 무엇보다 질본 여러분들과 함께 수여식을 하는 것이 더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청 승격은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큰 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한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져달라. 항상 감사하고 미안하다. 코로나와 언제까지 함께 할지 모르지만 끝까지 역할을 잘 해달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정 본부장은 “질병관리청 출범은 신종 감염병에 대해 체계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의 존재 이유를 잊지 않겠다. 코로나19의 극복과 감염병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동안 질본은 보건복지부 내부 부서 취급을 받았고 힘과 권한이 약했다. 관리청이 되면 △감염병 조사-연구-정책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감염병 컨트롤타워 역할 △인원은 기존 907명에서 1476명으로 증원 △감염병연구센터를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개편해 연구 기능 확대 △지역단위 역량 강화로 지자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역학조사 지원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일단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아서 임명장을 주는 사례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처음이지만 역대 정부에서도 드문 일이다. 아마 처음일 것이다. 장군 진급식이 아닌 이상 통상 장관급이 아닌 차관급에게 대통령이 임명장을 직접 주는 경우도 드물다. 종종 정부서울청사에서 수여식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모든 관료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는 걸 영광으로 알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렇게 하곤 하는데 문 대통령이 직접 밝혔듯이 정 본부장은 지금 코로나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장수와도 같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방대본 부본부장)도 정 본부장과 함께 질본 정례 브리핑의 파트너다. 문 대통령은 권 원장에게 “건강한 국민 안전한 사회”라는 문구가 박힌 축하패를 건넸고 질본 직원에게는 꽃다발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