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카디프대 제인 그리브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 금성에서 '생명체 흔적'발견
우주 과학자들, 화성보다 금성에 생명체 존재 확인 우선순위 둬야 할 시기

[중앙뉴스=윤장섭 기자]표면 온도가 섭씨 400도를 넘고 대기는 강산성을 띄는 지구의 쌍둥이 행성인 금성은 생명체가 도저히 살 수 없는 행성으로 지금까지 알려져왔다. 그런 그곳 대기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때 발견되는 가스의 존재가 포착됐다고 영국 카디프대 제인 그리브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이 14일(현지 시각)밝혔다.

금성 상상도(사진=연합)
금성 상상도(사진=연합)

공동 연구진들은 거대 전파 망원경(맨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긴 1㎜ 파장의 만원경)으로 관측한 결과 금성의 대기에서 미세한 생명체 흔적을 발견했다는 것,

연구팀은 금성 대기 중의 포스핀이 분자 10억개 당 2개(2 ppb)에 불과한 극미량만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미세한 생명체의 흔적이란 지구의 산소가 부족한 혹독한 환경에서 사는 혐기성 미생물이 내뿜는 포스핀, 인화수소다. 연구진은 발견된 포스핀의 양이 적지만, 생명체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는 그 양을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럽남방천문대(ESO)와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 카디프대학의 제인 그리브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금성 대기 구름에서 인의 수소화합물인 '포스핀'(phosphine·H₃P)을 발견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를 통해 발표했다고 <연합뉴스>가 16일 보도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도 생명체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외계 생명체 탐사의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금성은 지구의 쌍둥이 행성으로 과학자들은 그동안 금성보다는 화성을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가장 큰 행성으로 여겨 왔다. 그러나 이번과 같이 대기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때 발견되는 가스의 존재가 포착되면서 과학자들은 화성보다는 금성에 우선순위를 둘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금성은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로 인한 높은 압력과 온실 효과로 인해 표면 온도가 수백 도에 이르는 혹독한 환경의 표면과 달리 수십 ㎞ 위 구름에서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돼 왔다.

금성 대기 중 포스핀 분자(H₃P) 발견 상상도(사진=연합)
금성 대기 중 포스핀 분자(H₃P) 발견 상상도(사진=연합)

가스의 존재가 포착된 것은 영국 카디프대 제인 그리브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이다. 이들은 1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하와이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전파망원경과 칠레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집합체 전파망원경으로 금성의 표면 50~60km 상공 대기에서 수소화인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국제 공동 연구진들이 가스의 존재를 포착하면서 표면의 평균 온도가 464도에 달하는 금성의 대기에서 생명체가 실제 존재하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라이든스타인 NASA 국장은 트윗을 통해 생명체 존재가 확인된 것이 아니고, 생명체에서 나온 것이 아닐 가능성이 있지만 외계 생명체 탐색에서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이제 금성에 우선순위를 둘 시기가 됐다"고 했다. 과학임무 담당 책임자인 토머스 주부큰 부국장도 "금성은 생명체 탐사에서 중요한 행성이 아니었지만 흥미로운 행성이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브라이든스타인 NASA 국장 트윗
사진=브라이든스타인 NASA 국장 트윗

한편 연구팀은 포스핀의 존재가 생명체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성 대기 중 산도가 강해 포스핀이 곧바로 파괴되는 점을 고려하면 무언가가 포스핀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수소와 인으로 된 포스핀이 햇빛이나 표면에서 떠오른 광물, 화산, 번개 등 비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는지를 검토했으나 기껏해야 망원경으로 관측된 양의 1만분의 1 정도밖에 못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에서는 박테리아가 광물이나 생물 물질에서 인을 빨아들이고 수소를 덧붙여 포스핀을 배출하는데,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이와 방식은 다를 수 있어도 대기 중 포스핀의 근원이라는 점은 같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포스핀이 만들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비생물적 가능성을 배제했지만 실제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려면 아직도 많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금성 대기 중 상층부는 온도가 30도밖에 안 되지만 산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아 미생물이 생존할 수 있을지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우주 개발 초기부터 금성을 탐사해 왔다. 1961년 구소련의 금성 탐사선 베네라 1호를 시작으로 소련은 베네라 시리즈, 미국은 마리너 시리즈를 금성으로 쏘아 금성의 대기와 표면을 탐사했다. 최근에는 유럽우주국(ESA)의 비너스 익스프레스가 2006년 금성 궤도에 진입해 2014년까지 금성을 탐사했고, 현재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아카쓰키가 2015년 12월부터 금성 궤도를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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