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선과 지선 동시 실시 검토해야
권력구조 개헌을 해야
원구성협상 조정 가능성
당론 최소화와 상임위 중심 국회 운영
세종의사당 추진
남북 국회회담 추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통상 국회의장은 권력구조를 뜯어고치는 개헌을 말하곤 한다. 하지만 1987년 이후 단 한 번도 개헌이 현실화된 적은 없다. 그만큼 적대적 대결정치 체제에서 개헌을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물론 역대 의장들 중에서 적극적으로 의지를 갖고 개헌에 힘을 쓴 경우는 거의 없다. 박병석 의장은 진짜 개헌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까?

박 의장은 16일 오전 취임 100일 기념 화상 기자간담회를 열고 “1987년 마지막 개헌 이후 33년이 흘렀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력이 정치적으로 타협한 헌법이 이제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권력구조 개편도 필요하다. 현행 제도 아래서 거의 모든 대통령이 불행한 사태를 맞았는데 한 두 번이면 사람의 문제지만 예외가 없다면 제도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가 잠잠해진 내년쯤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대 국회만 보더라도 정세균·문희상 전 의장이 모두 개헌주의자를 자처하며 뭔가 해보려고 했지만 다 실패했다. 그나마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전 더불어민주당과 구 자유한국당 간에 개헌 정국을 형성한 바 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자체 개헌안을 발의했고 양당도 권력구조 문제에 대한 당론을 정해서 발표했다. 

민주당은 4년 연임 또는 중임의 대통령제를 주장했고, 한국당은 사실상 분권형 대통령제(외치는 대통령이 맡고 내치는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담당)를 제안했다. 당시 우원식 원내대표(4선)와 김성태 원내대표(3선) 간의 줄다리기가 치열했는데 정의당은 총리추천제(국회에서 추천한 총리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갖는 것을 전제로 웬만하면 그대로 임명)로 절충을 시도해서 뭔가 타협이 될 것도 같았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민주당 입장에서 온전한 대통령제를 절대 양보할 생각이 없었고, 당분간 집권할 가능성이 희박한 한국당은 대통령제의 권력을 국회로 대폭 이관시키는 데에만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결렬됐다.

박 의장은 사실상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인사권-감사권-입법권-예산편성권 등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한 세력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대신 야당은 죽어라 발목을 잡고 저주를 퍼부을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정치의 구조다. 현재로서는 개헌 논의의 불씨가 전혀 없다. 박 의장이 제시한대로 2018년 이후 3년이 지나는 2021년에 다시 개헌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마 4월 재보궐 선거(부산시장과 서울시장) 이후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중후반에 개헌 담론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박 의장은 △대선(3월9일)과 지방선거(6월1일) 동시 실시 검토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협상 조정 가능성 암시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로 당론 최소화 제안 △세종의사당 준비 △남북 국회회담 준비 △코로나19에 따른 국회 화상회의 체제 전환 문제 △한일관계에 대한 원론적 입장 등을 피력했다.

박 의장은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전국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할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내후년 상반기 두 선거가 석 달 간격으로 열린다. 적지 않은 국력 소모가 예견된다. 내년에는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 결론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 6월 민주당이 이런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었다. 두 선거를 동시에 치르면 1534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인데 문 대통령도 2018년 3월 개헌안을 냈을 때 지방선거일을 앞당겨서 2022년 대선과 일치시키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비용 절약 명분도 있지만 아무래도 선거라는 것 자체가 집권 세력에 대한 심판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두 번 치르는 것보다 한 번으로 합쳐서 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점에서 당정청의 입장이 같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박 의장은 여러 현안들에 대해 자기 입장을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의장의 핵심 역할은 협치와 타협을 중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원구성협상이 불발된 것에 대해 박 의장은 께름칙할 수밖에 없다. 

박 의장은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 한 것이 몹시 아프다. (협상의) 문은 닫혔지만 빗장은 걸리지 않았다. 어느 한쪽에서 타진한다면 적극 중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부터 이낙연 신임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과의 협치를 고려해서 원구성협상을 다시 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살짝 있긴 있는데 박 의장이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구체적으로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를 전후반기로 나눠서 맡는 그런 절충안으로 양당이 타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에는 18개 상임위가 있는데 대부분의 무쟁점 법안은 상임위 논의대로 입법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쟁점 법안은 언제나 교섭단체 정당의 지도부 방침이나 당론에 구속된다. 무쟁점 법안의 처리 프로세스도 정치 공방이 심화되는 분위기에서는 볼모로 잡혀 올스톱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박 의장은 “당론을 최소화하고 상임위 중심의 상시 국회로 정치 문화를 만들 때가 됐다. 국회의장은 정책 협치의 촉진자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지금 국회는 정기국회 시즌이다. 대정부 질문과 상임위 회의가 전부 오프라인 대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칸막이가 설치돼 있고 마이크 덮개가 씌워져 있지만 혹시라도 무증상 코로나 확진자가 현장에 있다면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국회는 확진자가 발생해서 3차례나 폐쇄된 적이 있다.

박 의장은 “이번 정기국회 안에 각 상임위까지 비대면 영상회의가 가능하게 준비할 것이고 여야의 국회법 개정 합의를 전제로 비대면 화상회의를 준비하겠다”며 “(화상회의 체제에서는 176석의 민주당 위주로 안건이 처리될 우려에 대해) 일리가 있다. 모든 비대면 회의와 표결은 여야 합의가 됐을 때만 가능하도록 법 제도를 정비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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