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선거법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사태
국회 선진화법의 취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작년 4월말 국회는 난장판이었다.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지정되면 본회의 표결 보장)으로 지정하려는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그걸 막으려는 구 자유한국당 간의 충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하는 국회 선진화법 체제가 2012년부터 시작됐는데 그때 이후로 몸싸움은 처음이었다. 

그 패스트트랙 몸싸움에 책임이 있는 나경원 전 의원(4선)이 2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했다. 

그때 나 전 의원은 한국당 원내대표로서 패스트트랙을 저지하는 컨트롤타워였다. 구체적으로 나 전 의원은 한국당 구성원들이 △국회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하도록 해서 의안 접수를 막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위 회의장을 점거해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못 하게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황교안 전 한국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황 전 대표는 법정에 출석하며 “불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치는 답답하고 국민께는 죄스럽다. 사건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이야기하겠다”고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검찰은 민주당 전현직 당직자 10명도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회의 방해 행위에 대해 여당의 횡포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나 전 의원은 법정에서 들어갈 때 기자들에게 “국회에서 벌어진 일로 이렇게 법정에 서게 된 것에 대해 무척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 참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란 말씀드린다”며 “헌법 정신과 정의의 원칙에 입각한 저희의 입장과 주장을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 165조에는 “누구든지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돼 있고 166조 1항은 “(구체적으로) 폭행·체포·감금·협박·주거침입·퇴거불응·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66조 2항에는 “사람을 상해하거나, 폭행으로 상해에 이르게 하거나,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폭행 또는 재물을 손괴하거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그밖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은닉하거나 그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선진화법 체제는 ①의장의 날치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대신 ②300명 정원의 5분의 3 180명이 동의하면 무조건 330일 이후에 해당 안건에 대한 본회의 표결을 보장해주고(패스트트랙) 있다. 그렇기 때문에 ③회의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국회는 선진화법 체제 이전에 ‘동물 국회’라는 소리를 들었다면 이후에는 ‘식물 국회’라는 비판을 듣게 됐는데 ① 때문이다. 만약 여당이 우호 세력까지 합해서 180석을 넘기지 못 하면 야당이 반대했을 경우 아무 것도 못 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래서 식물 국회다. 그러나 180석을 모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즉 ②을 충족하면 ①을 뚫을 수 있다. ②으로 가게 되더라도 나머지 120석의 반대 세력은 회의 진행을 방해하면 안 된다. 그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도해서 통과시킨 선진화법의 취지다. 나 전 의원과 한국당은 그 당시 ②의 현실을 인정했어야 했지만 ③을 저질렀던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전 대표도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 (사진=연합뉴스)

나 전 의원은 재판이 끝난 뒤에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가의 일을 하다가 법정에 서게 된 것에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내게 모든 책임이 있다”며 “(회의 방해 행위에 대해) 여당의 횡포에 대한 저항이었다. 패스트트랙 충돌은 다수 여당의 횡포와 소수 의견 묵살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 재판이 헌법 가치를 지켜내고 입법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자유민주주의의 본보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남부지법 형사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국회법상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나 전 의원, 황교안 전 한국당 대표, 윤한홍 의원, 당직자 등 27명에 대한 첫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은 코로나19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눠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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