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가,“국내 3사 긴장시킬만한 신기술 제시 없었다”
테슬라 내달 완전자율 주행차 공개…머스크 CEO “엄청난 변화”
테슬라, “협력사 LG화학, 파나소닉, CATL 등 공급량 늘릴 것”
테슬라 배터리 내재화와 중국 CATL과의 협업 악재에 ‘K배터리 안도’

테슬라 배터리데이 생중계 화면 캡처
테슬라 배터리데이 생중계 화면 캡처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전기차 배터리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가 22일(현지시간) 오후 개최됐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위기이다.

증권가에서는 주가 하락세를 보였고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와 중국 CATL과의 협업 악재에 국내 배터리3사는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이날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한 달 내 완전 자율주행 버전으로 업데이트 된 ‘오토파일럿’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어 “사람들이 엄청난 변화를 진정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머스크는 또 배터리 가격을 낮춰서 “약 3년 후에는 완전자율주행 전기차를 2만5천달러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행사는 새로 개발한 배터리 기술과 생산 계획 등을 공개하는 자리로, 세계 배터리·전기차 업계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 내용이 나올지 전세계 자동차 업계와 주식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이 행사의 초기 시청자만 27만여명에 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이 행사 하루 전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배터리 데이 때 전기 트럭 ‘세미’나 ‘사이버트럭’, ‘로드스터’ 등의 장기 생산에 영향을 줄 중요한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2022년까지 다량의 생산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 스스로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배터리 공급사들이 최대한의 속도를 내더라도 2022년 이후에는 중대한 물량 부족이 예상된다”면서 “파나소닉과 LG, CATL 같은 협력사로부터 배터리 구매물량을 줄이지 않고 늘릴 작정”이라고 밝혔다.

테슬라 배터리데이 생중계 화면 캡처
테슬라 배터리데이 생중계 화면 캡처

@ 국내 증권가, “국내 배터리3사 긴장시킬만한 신기술은 없었다” 

23일 국내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테슬라 ‘배터리 데이’서 국내 배터리 3사 긴장시킬 신기술 제시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테슬라가 이날 개최한 ‘배터리 데이’ 행사와 관련해 국내 증권가에선 의미 있는 생산성 개선 계획이 공개됐지만 국내 2차전지 생산업체를 긴장시킬 만한 신기술 제시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3일 리포트에서 “차세대 배터리 발표 등 배터리 데이 행사를 앞두고 수많은 추측이 난무했으나 기술적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을 위협할 내용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테슬라의 장기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으나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던 이벤트의 소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제시하기보다 기존 배터리 공정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방향인 만큼 상당 부분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기존 기술의 개선 성격이 큰 만큼 선발 배터리 업체와 자동차 업체들도 유사한 기술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산업 전반적으로 배터리 원가 하락이 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전지 수직계열화 계획으로 기술 및 수급에 대한 주도권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행사로 소멸됐다”며 “오히려 국내 전지 업체의 강력한 시장 장악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LG화학의 경우 전기차 전지를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으로서 중국 외 지역에서 기술 및 시장점유율을 선도하고 있음에도 테슬라의 전지 발표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아 왔다”며 “이날 행사는 LG화학의 높은 진입 장벽을 오히려 인정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행사는 이 회사가 새로 개발한 배터리 기술과 생산 계획 등을 공개하는 자리로, 세계 배터리·전기차 업계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 내용이 나올지 여부를 두고 전 세계 자동차 업계와 투자자들이 주목해왔다.

테슬라는 이번 행사에서 제조공정 고도화를 통해 향후 3년 동안 배터리 원가를 56% 낮추고, 2022년까지 100GWh(기가와트시), 2030년까지 3TWh(테라와트시) 규모의 생산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는 이날 오후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가 더 강력하고 오래 가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날 행사에서 테슬라의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 ‘4680’에 관해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배터리 데이 행사 무대에 검은 색 티셔츠를 입고 등장하자 무대 앞 주차장에서 테슬라 승용차 모델3를 타고 있던 240여명의 주주들은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LG화학 배터리
LG화학 배터리 잡은 연구원들

@ 테슬라, “협력사 LG화학, 파나소닉, CATL 등 공급량 늘릴 것”

앞서 행사 전날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공개한 트위터 글에서 한국의 LG화학, 중국의 CATL 등과 같은 협력사로부터 구매물량을 줄이지 않고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머스크가 자체 배터리 대량 생산은 2022년 이후에 가능하고 LG화학, 파나소닉, CATL 등으로부터 공급량을 늘릴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100% 수직계열화’는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 개발을 지속하는 동시에 배터리 업체들과 협력도 강화해 2022년 이후 공급 부족에 대응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테슬라가 중국 CATL과 협업 강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한 배터리 기술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단가에서 비중이 큰 코발트나 니켈 비중을 낮추거나 다른 물질로 대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원가가 높은 코발트를 쓰지 않는 배터리로, 현재 테슬라의 모델3 중국 출시 모델에 공급되고 있다.

LFP 배터리는 다만 에너지 밀도 한계가 있어 CATL은 LFP에 망간을 추가한 LFM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와 CATL이 신기술 개발에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

@ 국내 배터리3사,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 악재에 안심하는 분위기 

이에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가장 악재로 평가됐던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는 이날 머스크 발언으로 우선 일단락되면서 다소 안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미 테슬라는 ‘로드러너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배터리 자체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 생산에 돌입하면 기존에 거래해온 배터리 업체들에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테슬라와 중국 CATL과의 협업 강화 역시 반드시 악재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테슬라의 발표를 계기로 글로벌 전기차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 그만큼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수주 기회도 커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배터리 성능은 개선하고 원가는 낮추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테슬라의 배터리데이가 전기차 시장 파이를 키워 한국 업체들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데이’ 행사날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의 트윗 영향으로 뉴욕 증시에서 5.60% 하락했고, 배터리 데이 행사 후 시간외 거래에서 6.84% 추가 하락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주가도 장중 약세를 보였다. 23일 오전 9시 45분 현재 LG화학(-2.50%), 삼성SDI(-2.24%)가 2%대 약세를 나타냈고, SK이노베이션은 0.66% 하락세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배터리 기술 글로벌 특허 출원…삼성 1위, LG는 3위

한편, 삼성과 LG가 배터리 기술 관련 글로벌 특허 출원인 순위에서 각각 1위, 3위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2일 유럽특허청(EPO)과 국제에너지기구(IEA)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삼성은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총 4천787건의 특허를 출원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일본 기업 ‘파나소닉’이 4천46건을 출원해 2위를 기록했고, LG가 총 2천999건으로 3위였다.

국가별로 보면 우리나라는 2000∼2018년 전체 배터리 기술 특허 중 17.4%를 차지해 일본에 이어 2위였다.

안토니오 캄피노스 유럽 특허청장은 “특허 데이터의 경우 아시아가 산업계에서 강세를 보인다”며 “미국과 유럽도 다수 중소기업과 연구 기관을 기반으로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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