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특위 출범시켜
106만 가구 중 37만 가구
미래당과의 주거권 의제 연대 가능하나
‘투기 대책’에서 ‘주거복지 대책’으로
지옥고 해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와 쪽방촌이 있고 가장 극단에는 노숙자들이 있다. 대한민국 헌법상 모든 국민은 주권자이자 행복추구권을 동등하게 누릴 자격이 있지만 부동산 격차로 인한 폐해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누구는 수십억원의 아파트를 여러 채 갖고 있지만 누구는 제 한 몸 눕힐 공간도 없다.

23일 오전 국회에서 정의당 <반지하 가구 주거권 특별위원회> 출범식이 개최됐다.

심상정 대표(가운데)가 반지하 특위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 특위 출범은 정의당이 재난 시대에 존엄한 삶의 기준을 다시 세우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지금 정부 통계로 최저주거 기준에 미달되는 가구가 106만이다. 고시원 등 비주택 가구들을 포함하고 최저 주거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환기했다.

이어 “최저 주거기준 미달은 한 마디로 말해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없는 집에 살고 있다고 해서 이른바 지옥고라고 한다. 현재 그 가운데 37만여가구가 반지하”라며 “정의당은 이러한 반지하 가구 주거권 실현을 그 출발점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심 대표는 “코로나 시대의 주거 문제는 인간 존엄의 문제다. 주거가 가장 필수적인 삶의 조건 중의 하나인 만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이 모든 국민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2019년부터 미래당 및 녹색당과 정책 연대를 진행해왔는데 기후위기로 시작을 했다. 미래당은 우인철 정책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청년 주거권 정책을 시그니처로 삼아 지속적으로 대안을 제시해왔고 관련 연구를 축적해놨다. 우 위원장이 입버릇처럼 꺼내는 단어가 지옥고인데 향후 정의당이 미래당과 주거권 문제로 연대의 폭을 넓혀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특위의 수장은 정의당 소속 설혜영 서울시 용산구의원이 맡기로 했다.

심 대표는 자기 경험을 꺼냈는데 “나도 결혼하고 반지하 생활을 6년이나 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우리 아들이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좋은 집 사드릴게요라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 보내서 그걸 잡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심 대표는 지옥고 폐지를 공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체 반지하 가구의 95.8%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그런 반지하 가구는 코로나 시대에 더욱 괴롭다.

심 대표는 “반지하 가구는 습하고 빛이 들지 않는 집에서 학교에 가지 못 하는 아이들을 돌보거나 하루 종일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았을 때 문재인 대통령께서 반지하 전수조사를 통해 올 장마에 침수되는 일이 없도록 대비하라고 했지만 이벤트로 끝났다. 국토부에서는 아직까지 실태조사조차 시작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심 대표는 이날 3가지를 약속했다.

①최저 주거기준을 OECD 기준으로 상향해서 ‘면적과 시설’ 중심의 최저 주거기준 뿐만 아니라 ‘채광과 습도’ 등 주거환경기준을 마련하고 안 지켜도 되는 최저주거기준을 의무화
②반지하가 더 이상 주거로 인정되는 일이 없도록 건축법 개정 
③최저 주거기준 미만 가구의 주거 상향 사업 실제화

심 대표는 ③에 대해 “2030년까지 37만 지옥고 가구를 완전히 해소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투기 세력을 잡는 것만이 부동산 정책의 전부가 아니다. 

심 대표는 “부동산 투기를 잡는 투기 대책이 아니라 이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을 제공하는 주거복지 정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정의당이 앞장서겠다”며 밝혔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